노래로 시작하는 이야기 16
아내와 나는 노래를 듣는 것과 부르는 것 모두를 좋아한다.
물론 아내는 나에게 맞춰주는 쪽에 가까울지도 모르지만, 노래는 늘 우리에게 중요한 매개체였다.
결혼 전까지 우리 두 사람의 노래 취향은 확연히 달랐었다.
나는 줄곧 슬픈 발라드 장르에 깊이 빠져 있었다.
이승철의 노래 중에서도 ‘마지막 콘서트’나 ‘희야’처럼 가슴을 울리는 곡들을 좋아했다.
반면 아내는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가장 좋아했고, 조금 흘러간 노래이지만 박경애 씨의 ‘곡예사의 첫사랑’을 노래방에서 즐겨 불렀었다.
이렇게 달랐던 취향은 어느 순간, 한 가수의 한 곡을 함께 반복해서 듣고 부르면서 하나로 묶였다.
어쩌면 그 노래가 우리의 만남과 결혼 생활의 과정을 되돌아보게 하고, 지금까지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조용히 다짐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살다보면 가끔 현실의 무게 앞에서 무력하게 흔들릴 때가 있다.
이유 없이 마음이 무거워지고, 지금 내가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지 스스로에게 묻게 되는 순간들이 찾아온다.
그럴 때마다 나는 노래를 찾았다.
말로는 잘 설명되지 않는 복잡한 감정을, 노랫말이 대신 꺼내주었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가 한동안 가장 많이 듣고 불렀던 그 노래는 가수 신승훈의 "운명"이었다.
노래 제목 때문이었을 수도 있고, 가사 속에 담긴 메시지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분명한 건, 이 노래가 우리에게 위안과 격려의 손길을 동시에 건네주었다는 사실이다.
살아가는 동안 수많은 시련들
지쳐버린 나의 마음속에는
전에 믿지 않았던 운명을 난 생각 했어
나에게만 슬픔 나에게만 방황
모든 불행은 내 것만 같았지
감당할 수 없는 두려움을 지우려 운명을 택했던 거야
그날 이후 내 맘은 너무나 평온해지고
내 몸을 감싸고 있던 두려움도 끝났어
하지만 몰랐었어 운명을 택한 것이
나를 포기했었다는 그런 의미가 될 줄을
나 이젠 부딪혀 나를 만들 거야
그 누구를 위한 것도 아니야
화려해질 나의 미랠위해 너 너의 마음속에 있는 불만도
네가 만든 거야 탓하지는 마
이제부터 너는 너여야만 해
특히 후반부의 가사는 힘든 현실을 헤쳐나갈 수 있는 강한 격려와 위안이 되었고, 우리를 돌아보게 했다.
운명이라는 말 뒤에 숨어 스스로를 합리화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선택의 책임을 외면하고 있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때로는 현실 때문에 지치고, 흔들리고, 괴로워지기도 했지만, 그럴 때마다 이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다잡았다.
우리가 걸어온 길은 누군가 정해준 운명이 아니라, 수없이 고민하고 함께 선택한 결과라는 사실을 다시 다짐을 하게 만들어 주는 노래였다.
이 노래는 단순히 흘러간 발라드가 아닌, '지금의 우리'를 붙잡아 주는 노래이며 우리 부부가 함께 지나온 시간을 증명해 주는 소중한 노래이기도 하다.
시간이 흐른 지금도 가끔 신승훈의 "운명"을 듣곤 한다.
특별히 힘든 날이 아니어도, 그냥 하루를 마무리하며 조용히 틀어두곤 한다.
그때마다 마음속으로 같은 말을 반복한다.
지금 내가 가고 있는 길은 내가 스스로 선택하고 만들어 가고 있는 길이라고. 운명처럼 보일 뿐, 결국 내가 만들어 가는 삶이라고.
노래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우리는 조금씩 세월의 흐름으로 나이를 먹었다.
하지만 함께 부르던 그 순간의 '후회하지 않겠다'는 다짐만큼은 아직도 유효하다.
오늘도 나는 이 노래를 들으며,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힘을 건네본다.
흔들리더라도, 끝까지 내가 선택한 길을 걸어가자고.
이 노래는 앞으로도 우리 부부에게 '선택의 용기'를 불어넣어 줄 영원한 테마곡으로 남을 것이다.
정해진 운명이라고 생각하고 걸어왔던 길은, 어쩌면 수없이 고민하고 선택하여 개척한 결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