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자리에서 찾은 나만의 전략, 나만의 노래

노래로 시작하는 이야기 15

by 시절청춘

어느 날부터 나도 ‘영업적인 전략’이 필요했다.

회식을 하면 자연스럽게 2차로 넘어가고, 2차가 되면 결국 나도 노래 한 곡쯤은 불러야 한다.

그렇다면 모두가 좋아할 만한, 특히 윗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노래는 무엇일까?


40대에 접어들면서 나는 이런 고민을 자주 하게 되었다.

그전까지는 그냥 내가 부르고 싶은 노래를 부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나도 변하고 있었다.

업무가 전부가 아니라는 생각, 그리고 업무 외적인 분위기와 관계가 더 중요한 순간들이 있다는 걸 깨닫기 시작했다.

아무리 업무를 잘해도, 그건 내가 직접 부딪히는 사람들만 아는 사실.

더 높은 곳을 향하려면, 결국 사람과 분위기를 살리는 능력도 필요하다는 걸 인정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회식의 2차에서 부를 노래를 고르는 일이 중요해졌다.

기분 좋은 분위기를 이어가면서, 모두가 알아듣고 즐길 수 있는 노래.

‘땡벌’, ‘18세 순이’, ‘고향역’ 등 내가 아는 트로트를 이것저것 불러봤지만, 반응은 시원치 않았다.

내가 알고 있던 레퍼토리는 이미 다 소진된 상태였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귀에 꽂힌 노래 한 곡이 있었다.

멜로디도 가사도 이상하게 쏙 들어왔고, ‘이거다’ 싶은 느낌이 왔다.

그 노래를 연습하면서, 나만의 비장의 무기를 하나 마련한 셈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회식 날.

2차로 노래방을 가려했으나, 당시 가장 윗분이 자신의 단골집으로 가자고 했다.

넓은 홀, 앞쪽에는 무대, 그리고 무대 위에는 노래방 기계가 설치된 공간.

순서대로 노래를 부르던 선배들과 윗분들이 나에게도 한 곡 부르라고 했다.


‘드디어…’

내가 연습한 실력을 보여줄 때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시작된 노래.


"내가 필요할 땐 나를 불러줘 언제든지 달려갈게
...
당신(이름 또는 직급)이 나를 불러준다면 무조건 달려갈 거야
...
당신(이름 또는 직급)이 부르면 달려갈 거야 무조건 달려갈 거야"


노래가 끝나자마자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윗분들은 좋아서 어쩔 줄 몰라했고,

나 스스로도 ‘내게 이런 영업용 에너지가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노래는 바로 박상철의 "무조건"이었다.


“당신”이라는 부분을 이름이나 직급으로 바꿔 부르면

그 자체가 최고의 아부성이자 애정 표현이 되는 노래.

듣는 사람도 자신이 귀한 대접을 받고 있다고 느끼는지

반응이 유독 뜨거웠다.


https://youtu.be/jge6lug75Rs?si=S6G-m5PfdTHW5AdE


이후로 회식 자리에서는 이 노래만큼 확실한 카드가 없다고 생각했다.

누구에게나 통하고, 분위기를 살리고, 마지막엔 모두가 웃게 만드는 노래.

나에게도 회식 자리의 구원투수 같은 곡이 되어버렸다.


우리는 살면서 수많은 관계 속에서 일하고, 웃고, 때때로 긴장을 풀어낸다.

노래 한 곡이 누군가에게는 단순한 흥일 수 있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마음을 열게 해주는 비밀스러운 열쇠가 되기도 한다.

내게도 ‘무조건’은 그런 노래였다.

업무가 아닌 자리에서, 사람과 사람을 이어주는 작은 다리 같은 곡.

새로운 만남 속에서 이 노래는 나를 계속 도와주기를 기대해 본다.



짧은 노래 한 곡도 관계를 바꾸는 힘이 될 수 있다.


월, 화, 수 연재
이전 15화희망과 용기를 건네준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