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시작하는 이야기 17
어릴 때부터 만화책을 유난히 좋아하던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작가는 단연 이현세 화백이었다.
까치, 오혜성이라는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먼저 반응하던 시절.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이라면, 이현세 화백이 남긴 영향력을 모를 수 없을 것이다.
"공포의 외인구단", "지옥의 링", "돌아온 까치", "폴리스"... 등등
그의 작품들은 만화책에 머무르지 않고 영화와 TV 시리즈로 제작되며 하나의 신드롬을 만들었다.
지금이야 웹툰 원작 드라마와 영화가 흔하지만, 당시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다.
어쩌면 그는 새로운 길을 처음으로 열어젖힌 선구자였는지도 모른다.
특히 "공포의 외인구단" OST 가운데, 정수라 씨가 부른 "난 너에게"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다.
영화 역시 흥행에 성공했고, 그래서인지 여러 차례 다시 만들어졌던 기억도 난다.
그렇게 이현세의 세계에 빠져 있던 어느 날,
그의 만화 "폴리스"를 원작으로 한 TV 드라마가 공중파에서 방영되기 시작했다.
이미 만화를 알고 있던 터라 드라마는 다소 아쉽게 느껴졌지만, 그래도 매회 빠짐없이 챙겨보았다.
무엇보다도, 드라마의 OST가 내 마음에 깊게 남았다.
대중적으로 크게 주목받은 곡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만큼은 이상하리만치 오래 남았다.
그리고 그 노래는 이후, 내 선택에 대한 갈등과 후회가 찾아올 때마다
혼잣말처럼 되뇌게 되는 노래가 되었다.
바로 손성훈의 "내가 선택한 길"이라는 노래이다.
난 결코 쓰러지거나 힘없이 꺾이지 않아
전과 넌 다름없이 내 안에 있을 테니
…
이 끝이 절망이라도 다시 못 올 곳이라도
나를 잡아끄는 이 길에 모든 걸 걸었어
군 생활이 유난히 힘들고,
내가 걸어온 길에 대한 후회로 마음이 가득 차 있던 시절에 만났던 노래라
더 깊이 스며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특히 이 가사를 들으며,
‘적어도 쉽게 무너지지는 말자’고,
‘내가 선택한 길이라면 끝까지 버텨보자’고
수없이 다짐했던 기억이 아직도 또렷하다.
오늘 이 노래가 다시 떠오른 것은,
어쩌면 요즘의 나 역시 또 다른 선택 앞에서
작은 후회를 느끼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동시에 알고 있다.
이미 지나온 선택을 되돌릴 수 없다는 것도,
지금의 선택 역시 내가 감당해야 할 몫이라는 것도.
그래서 오늘은 이 노래를 떠올리며,
다시 한번 마음을 다잡아 본다.
더 이상 나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기 위해서.
적어도, 지금 이 길을 걷는 나 자신만은 믿어주기 위해서.
나의 선택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더라도, 후회하기보다 끝까지 헤쳐나갈 용기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