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로 시작하는 이야기 #19
노래가 주는 여운과 감동은 그 사람의 현재 마음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 것 같다.
힘들 때는 유독 슬픈 가사와 멜로디에 이끌려, 스스로 더 깊은 슬픔 속으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리고 그 심연의 끝에서, 울부짖듯 감정을 쏟아낸 뒤에야 다시 올라올 용기를 찾게 되는 것 같다.
물론, 가끔은 그 용기를 끝내 찾지 못하는 날도 있지만 말이다.
반대로 무언가를 시작하려 할 때는 희망과 용기를 북돋아 주는 노래를 찾게 된다.
가사 속 이야기처럼, 혹은 멜로디가 전해주는 기운처럼
‘그래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노래 말이다.
아마 그래서 대부분의 노래가 사랑과 이별, 행복과 슬픔이라는 감정을 중심으로 만들어지는지도 모르겠다.
가장 흔하지만, 동시에 가장 아프고 가장 행복한 감정.
사람들은 노래를 들으며 자신의 이야기를 겹쳐 놓고,
때로는 말하지 못한 마음을 노래로 대신 전한다.
특히 TV 드라마의 OST는 극의 흐름과 감정을 극대화시키며 깊은 몰입을 만들어낸다.
그럴 때면 종종 작가나 PD들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이렇게 장면에 꼭 맞는 노래를 찾아냈을까’ 하고 말이다.
멜로디도 중요하지만, 가사가 전하는 감성은 결코 무시할 수 없다.
아마 그래서 나는 팝송보다는 가요를 더 좋아해 왔는지도 모르겠다.
물론 좋아했던 팝송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멜로디만으로 듣는 경우가 많았다.
가사의 의미를 온전히 알지 못하니, 감정이 깊게 스며들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내 삶에서 오래 남은 팝송은 손에 꼽을 정도였다.
그런 내가, 어느 날 영화 한 편을 보며 노래를 따라 부르고
그 감동에 눈물을 흘린 적이 있다.
평일 낮, 조용한 극장 안에는 나와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뿐이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흘러나온 음악들은 낯설지 않은 곡들이었다.
한때 몇 장 가지고 있던 팝송 CD 속에 들어 있던 노래들이었다.
그런데 영화와 함께 가사 자막이 흐르자,
노래는 전혀 다른 감정으로 다가왔다.
클라이맥스에 이른 콘서트 장면은 실제를 방불케 할 만큼 생생했고,
마치 내가 그 현장 한가운데 서 있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나도 모르게 노래를 따라 부르다, 조용히 눈물을 흘렸다.
당시의 내 상황이 영화 속 주인공의 삶처럼 마지막으로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영화는 〈보헤미안 랩소디〉,
퀸(Queen)의 보컬 프레디 머큐리의 삶을 그린 작품이었다.
내가 퀸의 노래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생각했는데,
놀랍게도 대부분의 곡을 알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Bohemian Rhapsody와 Love of My Life는
이미 오래전부터 마음에 남아 있던 노래들이었다.
노래의 멜로디와 가사는 사람을 감성에 젖게 만든다.
국적이 달라도, 언어가 달라도
진심이 담긴 멜로디와 가사는 결국 사람의 마음에 닿는다.
오늘처럼 쌀쌀한 날,
퀸의 노래와 함께 영화 속 1985년 웸블리 라이브 에이드 공연 장면을 다시 떠올려보는 것도
꽤 괜찮은 선택일 것 같다.
* 퀸 라이브 에이드 실제 공연 영상
노래는 시간이 흘러도, 마음이 달라져도
늘 같은 멜로디와 가사로 그 자리에 있다.
달라지는 건 노래가 아니라,
그 노래를 듣고 있는 나의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노래는 변하지 않지만, 그 노래에 기대는 마음은 언제나 현재의 나를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