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사무실 구석에는 가만히 자리 잡은 자전거 한 대가 조용히 서있다. 2년 전, 야심 차게 당근마켓에서 데려온 녀석으로, 출퇴근길을 바람처럼 가르며 달릴 내 모습을 그려보며 준비했던 자전거다. 헬멧을 구매하고, 눈을 보호할 고글과 도수 클립까지 꼼꼼히 챙겼다. 사이클링 전용 바지, 푹신한 안장 커버, 어둠을 밝혀줄 라이트, 그리고 만일의 상황에 대비한 튼튼한 자물쇠까지 완벽하게 준비했다. 타이어에 공기까지 빵빵하게 채워두었건만, 현실은 2년째 사무실의 조용한 풍경 속 하나의 장식품이 되어버렸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가끔씩 생각날 때마다 타이어에 공기를 넣어준다는 점이다.
자전거를 처음 배웠던 기억은 중학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넓은 학교 운동장에서 친구의 끊임없는 잔소리와 독려 속에서 배웠다. 다른 아이들은 자전거를 잡아주기만 하면 곧바로 페달을 밟고 균형을 잡았는데, 나는 그게 도무지 되질 않았다. "야! 너 운동신경 정말 없는 거 아니야? 바보야? 이것도 못 하냐?" 친구의 핀잔에 오기가 발동해 "흥! 안 배워!"라고 씩씩거렸지만, 결국 애원하듯 다시 돌아섰다. "한 번만 더 잡아줘... 아니, 밀어줘 봐... 마지막이야. 제발..." 나의 애절한 눈빛에 친구는 못 이긴 척 마지막 기회를 주었다. "알았어. 마지막이다. 이번엔 내가 밀 테니 그대로 페달 밟아 봐." "응!"
잠시 후, 친구가 뒤에서 힘껏 밀어주었고 나는 전력을 다해 페달을 밟았다. 번개처럼 앞으로 나아가는 자전거 위에서 문득 뒤를 돌아보니, 친구는 이미 멀리 서 있었다. 드디어, 혼자 힘으로 자전거를 타게 된 것이다. 그 후로는 멈춘 상태에서도 거뜬히 출발할 수 있게 되었다.
자전거를 처음 배우고 마침내 성공했을 때의 그 벅찬 성취감과 짜릿함은 아마도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일 것이다. 처음이라는 것에 대한 설렘과, 나도 해냈다는 스스로에 대한 뿌듯함이 뒤섞인 특별한 감정들이었던 것 같다.
우리는 무언가를 처음 시작할 때, 낯선 감정과 함께 '과연 내가 해낼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과 두려움을 느끼곤 한다. 어떤 이는 그 두려움에 갇혀 포기하기도 하지만, 또 다른 이는 용기를 내어 도전을 감행하고 결국 성공의 길을 걷기도 한다.
내 삶을 돌아보면, 엄청난 열정이나 무모한 도전을 감행했던 순간들이 그리 많지는 않았다. 하지만 중요한 선택의 순간마다 좌절보다는 도전을 택했고, 때로는 벽에 부딪혀 포기하기도 했지만, 다행히 성공적인 경험이 조금 더 많았던 것 같다. 그래서인지, 특별하진 않지만 나름대로 평범한 삶을 살아오고 있는 것 같다.
어쩌면 평범하게 살아가는 것이야말로 가장 어려운 일일지도 모른다. 그러니, 우리 모두 평범하게, 그리고 꿈을 꾸면서 그 꿈을 이루며 살아가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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