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종 글을 쓰고 싶을 때가 있다

예민한 사람

브런치에 글을 자주 올리지는 못하지만 가끔씩 글이 쓰고 싶어질 때가 있다. 나는 어떨 때 글이 쓰고 싶을까 생각해보면, 내 마음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싶을 때인 것 같다. 어떤 생각이 떠올라 머릿속을 가득 메울 때, 혹은 어떤 감정에 사로잡혀 이 감정의 원인과 순간적인 느낌을 기록으로 남겨두고 싶을 때이다.

즐겁거나 가슴이 벅차오르는 순간일 때도 있지만, 사실 대부분은 마음이 아플 때이다. 내 안의 상처를 하나하나 어루만져주어서 그로부터 헤어 나오고 싶을 때, 나는 글이 쓰고 싶다. 원인과 내막을 고찰하다가 무언가 번뜩이게 떠올랐을 때, 글로 표현해봄으로써 내 생각과 감정을 객관화할 수 있기도 하다. '에이 별 거 아니었네.'로 끝나기도 하고, '그래, 네가 옳았어. 넌 잘못이 없었어.'로 끝나기도 한다.

더 오래 글을 안 쓰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궁금해서라도 글을 못 쓰겠는, 너무나 취저인 브런치 알림

나의 메모장엔 문득문득 떠오른 글쓰기 소재들,  스치듯 지나갈 뻔한 생각을 낚아챈 단상들, 미처 완성되지 못한 글들로 가득하다. (그건 브런치의 작가의 서랍장도 마찬가지이다. 몇 달째 미완성에 그쳐 빛을 보지 못하고 있는 나의 어린양들.) 이런 생각들을 그대로 휘발시켜버리지 않고 소심하게나마 눌러 담고 있는 것은 좋은 습관인 것 같다. 지나고 나서 들춰보면 '내가 이때 이런 생각도 했었나' 싶은 것들이 많다. 그러면 그때의 순간을 되새김질해보기도 하고, 물음의 해답을 찾기도 하고, 혼자만의 사색에 잠길 수 있게 된다.

나는 예민한 사람이다. 예민하다고만 하면 부정적인 뉘앙스가 강하니 좀 더 있어 보이게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이라고 표현해보고 싶다. 가끔 감수성이 너무 예민해지고 생각이 많아져 스스로를 괴롭힐 때가 있다. 그럴 땐 나와 비슷한 생각을 안고 사는(사실 내가 공감하고 있는) 작가들의 에세이가 읽고  싶어 진다. 나는 그들의 에세이를 읽으면서 나의 예민함이 그들과 같은 부류는 아닐까 하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나의 예민함에 대한 위로였을 것이다.) 다소 비판적이고 무엇 하나도 그 자체로 받아들이지 않고 의심하는 습성이 꼭 들어맞는다고 느껴졌다. 그래서 내가 비록 실력은 미약할지언정, 글을 쓰고 싶어지는 순간이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사회를 불만 없이 받아들이기엔 나의 감수성이 지나치게 예민했고 생각이 너무 많았다. 그래서 '내 마음 들여다보기'의 일환으로 글을 써보고 있는 건 아닐까.

언젠가 나의 예민함의 따른 사색의 결과물이 다른 사람들에게 또다시 공감을(바라건대는 위로를) 줄 수 있을 때까지 나의 작은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