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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수부꾸미 Jan 20. 2022

부꾸는 중입니다

작가명에 대한 이야기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고 작가명에 대한 고민을 잠깐 했었다. 본명을 쓰고 싶지는 않았고, 뭔가 나의 특색이 담기면서도 재미있는 이름이 없을까 고민해보았다. 그러던 중 '수수부꾸미'가 생각났다.



어릴 때 외할머니댁에 가면 종종 먹을 수 있던 수수부꾸미. 요리를 해주실 수 있는 정도의 건강상태가 아니게 되신 지 꽤 오래전이라, 외할머니의 수수부꾸미를 먹어본 기억은 아득하다. 엄마에게 만들어 달라고 한 적도, 냉동 시판 제품을 사 먹어본 적도 있으나 그 맛이 영 아니다.


엄마는 젊은 애가 왜 그렇게 할머니들이 좋아하는 음식을 찾느냐고 신기해하신다.(가령 팥죽, 대봉시, 곶감 같은…) 왜 그러냐고 물으신다면 일차적으로는 외할머니의 음식을 자주 먹고 자란 탓이리라. 그렇지만 주요하게는 외할머니, 그 따님인 엄마와의 유대관계 때문일까. 엄마가 좋아하는 외할머니의 음식, 그 음식을 맛있는 거라며 권하는 엄마와 나의 동질감과 같은 그 무엇. 확실히 엄마와 딸은 다른 가족관계와는 다른 무언가 가슴 뭉클한 것이 있다.


결혼 후 남편도 나의 입맛을 신기해했다. 연애시절부터 전국의 팥죽 가게를 같이 여러 번 다녀본지라 팥죽을 좋아하는 건 알고 있었겠다만, 수수부꾸미를 좋아하는 줄은 몰랐을 것이다. 어느 여행지에서 파는 수수부꾸미를 우연히 발견하고 너무 기뻐하며 그것을 먹는 나를 보며 이해하기 어려워하였지만 나를 따라먹어주던 남편. 결혼 초에는 내가 외출해있는 동안 남편표 수수부꾸미를 손수 만들어주었던 적이 있었다. 어찌나 감동이었던지.


남편표 수수부꾸미. 외관이 제법 그럴싸하다.


수수부꾸미를 직접 만들어도 먹고 강원도의 재래시장, 전문식당에서도 먹어보면서 깨달은 점이 있다. 수수부꾸미에 수수가 많이 들어가면 좀 더 텁텁한 수수 고유의 맛이 많이 나고, 찹쌀이 많이 들어가면 쫄깃한 맛이 많이 나지만 밍밍하다. 수수와 찹쌀의 비율이 중요한 것 같다. 반죽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지만, 반죽뿐 아니라 팥도 삶아야 하고 여러모로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이긴 하다.



이처럼 사연이 있고, 추억이 담긴 '수수부꾸미'를 작가명으로 정했다. 나만의 애정 어린 이야기를 브런치에 쓰고 싶은 마음이 담긴 결과이다. 그렇지만 남편이 보기엔 다소 생뚱맞은 작가명인가보다. 안 그래도 웃음이 나는 작가명에 남편이 스토리를 한 스푼 더 얹어주었다.

"부꾸미 작가님~ 오늘은 안 부꾸었네?"

나는 열심히 브런치를 쓰며 대답한다.

"지금 열심히 부꾸는 중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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