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글을 쓰고 있는가?

미션 8

by 웨엥

2025년은 내가 나도 모르게, 가장 치열하게 '내적 글쓰기'를 했던 해이다.

이유는 단순하다. 글을 안쓰면 진짜 뒤질 것 같았다.

당시 너무 격렬한 스트레스를 받으면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었고, 매일같이 스스로에 대한 의심과 초조함 속에서 살았다. 일기장에 가장 많이 등장한 말은 '초조하다'였다. 월요일 아침에 눈을 뜨고 침대에서 일어나는게 초조해서 일요일부터 괴로웠다.


그래도 다행히 배워가는 것은 많아서 (진짜 토할만큼 많았음) 어느 시점에 배운 것들을 좀 체계적으로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혼자서는 절대 하지 않을 것 같아 30일 글쓰기 챌린지를 결제하고 30일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 글을 썼다. 집에 가면 하기 싫어질까봐 퇴근길 지하철에서도 쓰고, 회사를 나서는 엘리베이터에서 어떤 글을 써야할지 고민했다. 너무 피곤해서 자다가 한밤중에 벌떡 일어나서 글을 쓰기도 했다.


내 속을 터질 것 처럼 메우던 생각들은 단 15일만에 모두 글자의 형태로 쏟아져 나왔다. 그 이후로는 속을 아무리 헤집어봐도 나오는 말이 없었다. 그제서야 나는 속에 담아둔 이야기 대신 그 날 하루에 있었던 이야기, 친구와의 대화, 유튜브에서 본 영상 따위에 대한 글을 쓰게 되었다. 약 18개월의 똥고생이 고작 15일짜리 연재글로 일축되었던 것이다.


아무튼 쓰레기통을 비우는 감각으로 계속 글을 쓰며 살았다. 그게 내가 글을 쓰는 이유였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자청이 내적 글쓰기가 중요하다고 했고, 나는 계속 내적 글쓰기를 하면서 살아온 것 같은데, 자꾸 잘못된 의사결정을 하는 것 같이 느껴졌다. 왜 나는 수많은 일기를 토해냈음에도 잘못된 선택을 반복했던 걸까?


오늘 보니 답은 '과부하'에 있었다. 나는 내 속을 멤도는 이야기들을 면밀하게 살펴보는데 집중했을뿐, 좀 더 고차원적인 생각들과 세상의 '심판'에는 관심이 없었던 거다. 그냥 내면의 나에게 산소호흡기를 붙이는 정도의 글쓰기만 하고 있었을 뿐이다.


<클루지>를 다 읽은 참인데, 오늘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동안 행복을 너무 변덕스럽고 어렵게 생각한게 아닐까 하는.

내 뇌는 지구상의 모든 인간과 마찬가지로 아직 원시인의 뇌일 뿐인데, 원시인의 뇌에게 대단히 특수한 상황에서만 성립하는 행복이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연하게 쓸 수 있는 충분한 시간, 계속해서 나를 자극하고 고무시키는 일거리, 가족, 주변의 좋은 사람, 부끄럽지 않고 부족하지 않을만큼의 돈, 좋은 날씨....뭐 이런 것들만 있으면 필연적으로 행복할 것 같다. 그동안 '아- 대체 나의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 있는걸까....' 하고 찾아 헤맬 생각만 한게 웃길 지경이다.


행복은 찾아 헤매는 게 아니다. 길고 긴 여행의 끝에 만나게 되는 낭만적인 무인도가 아니다.

행복은 조건이 갖춰졌을 때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되는 특정한 상태이다. 그러니 그 조건을 만들면 될 일이다.

늘 아빠가 말한 것처럼 단순하게. 시간 많고, 돈 많고, 내게 중요한 사람들과 재미있는 일을 많이 하면 나는 아마 행복할 것이다.


이제는 내면의 나에게 산소호흡기를 붙이는 글쓰기 말고도, 나를 다그치는 글쓰기, 나를 성장시키는 글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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