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10
이직을 준비하려고하니 미적거리고 있는 나 자신이 보인다. 평일에는 시간이 없다고 핑계라도 댈 수 있지만, 약속도 없는 주말에 구직과 관련한 어떠한 실천도 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그리고 시간 자체도 효율적으로 쓰지 못했다. 휴일 전날에 밤 늦게까지 보던 드라마 생각이 주말 내내 나고, 조금만 방심하면 그 드라마를 켜서 새벽까지 보고있다. 당연히 피곤하고 집중력도 떨어진다.
이렇게 시간을 흘려보내며 스스로 합리화를 한다. ‘주말에는 좀 쉬어야지. 그냥 원시인 뇌가 시키는대로 먹고 싸고 놀자.’ , ‘내가 보는 건 미드고, 실제로 최근에 영어 스킬이 좀 늘어난 느낌이야. 이건 공부니까 나름 괜찮지 않을까?’
이런 합리화를 하며 할 일을 미루고 나면 오히려 불안감이 커지기 시작한다.
내가 정말 이직에 성공할 수 있을까. 독립해서 사는 삶은 늘 가난하고 불행하고 고독했는데, 다시 그 삶을 견뎌낼 수 있을까. 새로 얻은 일자리가 지루하고 또다시 챗바퀴같은 삶을 이어갈 뿐인 것 아닐까.
사실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거나 구직 준비를 하는건 상상만큼 괴롭지 않다. 그냥 내 원시인 뇌가 더 편한 도파민을 찾기 때문에 그렇다. 앞선 행동들을 해도 마찬가지로 희열이 있다.
그리고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니니, 내가 대단하다는 생각을 버리자. 하지만 나는 필요한 사람이 될 자신이 있다. 내가 대단하다는 것을 스스로 입증한 적은 없지만, 내가 필요한 사람이라는 것을 증명해내지 못한 적은 없었다. 왜냐하면 나는 어디서든 그곳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을 관찰해서 발견하고, 그 틈새에 맞게 나를 바꿔나갈 수 있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또 혼자 사는 삶이 반드시 외롭고 고독하고 가난하리라고 생각하지 말자. 이십대 초반에 느꼈던 부정적인 감정에 단순히 겁을 먹은 것이다. 나는 많이 강해졌고, 나를 단단하게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고, 필요로 하는 것들도 잘 이해하고 있다. 무엇보다 나에게는 언제든지 돌아가서 쉴 수 있는 따뜻한 가족의 품이 있다. 내가 따뜻하고 좋은 집, 방금 만든 식사, 편안한 대화를 원한다면 주말마다 엄마 아빠를 만나러 오면 된다. 그리고 평일에는 오로지 나를 위해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하면 된다. 상상해보면 최고의 루틴이다.
오늘의 가장 중요한 할일은 내가 지원할 기업들의 입사 절차, 후기, 인재관 등 모을 수 있는 모든 정보를 모은 뒤에 그들의 심리를 분석하고, 어떻게 하면 나를 어필할 수 있는지 원페이지 기획서를 쓰는 것이다.
인재풀에 상시 등록이 가능한 기업들을 먼저 공략한다. 아마 3개였던 것 같다. 그중에 딱 하나만 고르자. 그럼 빙그레다.
빙그레 담당자들의 본능을 분석하고 반박을 제거하는 원페이저. 이거 하나만 하면, 오늘 하루의 하이라이트는 이미 만들어졌다. 그 이후에 나는 여유롭고 행복하게 휴일을 즐긴다.
나는 준비가 되었고, 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