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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엥 Jun 29. 2021

소울푸드를 파는 가게

집ㅅ씨-목포에서 한 달 살기

    


    집ㅅ씨에 처음으로 오게 된 것은 2020년의 여름.

여차저차 알게 된 다정한 친구 세영이 목포에 작은 식당을 열었다.



어릴 때 가족끼리 대전에서 무궁화호를 타고 목포에 온 적이 있는데, 덜컹덜컹 흔들리는 기차에서의 세 시간은 꽤 지루했다. 그런데 서울에서 아득히 멀게만 느껴지는 목포에 ktx로 두 시간 반 만에 덜렁 도착하니 기분이 이상했다.



'집ㅅ씨 소울푸드 커뮤니티 키친'이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을 달고 가게가 처음으로 문을 여는 날이었다.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이런저런 악기 소리와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오픈식이 끝나고 세영은 나를 골목길 한 구석으로 데려갔다.



"여기서 일하지 않을래?"



    서울에서 목포, 2주에 한 번씩, 한번 올 때 사흘씩. 잠은 가게 바닥에서 침낭을 펴놓고 같이 잤다. 배보다 배꼽이 더 큰 통근길이었지만 어째서인지 거절할 수 없었다. 그때그때 메뉴가 바뀌기 때문에 다음엔 무슨 요리를 준비할까 고민스러울 법도 했는데, 각자 자라오면서 혹은 여행하면서 먹어보고 느껴왔던 음식들을 와르르 쏟아내느라 우리의 노트는 늘 온갖 음식들의 이름이 주르르 줄을 섰다.

이건 어때? 아 그러고 보니 이것도 정말 맛있는데. 이건 말이야 내가 어디를 여행했을 때 처음으로 먹게 된 건데. 그 친구 기억해? 이거 걔가 알려준 건데....... 나누고 싶은 맛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정말 끝이 없었다.


'소울푸드'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냐고 물은 적이 있었다.


"그 음식에 대한 경험과 스토리 같은 것들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음식."



아주 간단하고 명료한 대답이 돌아왔다.

우리가 내일의 메뉴를 정할 때마다 퐁퐁 떠오르던 그 모든 맛들, 그 모든 이야기들.

그것들이 모여서 집ㅅ씨를 정말 '소울푸드를 파는 가게'로 만들어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어떤 소설의 제목처럼 말랑한 판타지가 아니라 정말 '소울푸드를 파는 가게'로 말이다.


이곳을 지나간 누군가에게는 이곳의 음식은 그저 간이 삼삼한 웰빙식이 었을 수도 있다. 조금 이국적이기는 하지만 딱히 '영혼' 건드릴 정도는 아니었을 수도. 그렇지만 집ㅅ씨에서 내간 음식들은 모두 어떤 소중한 기억의 일부분에서 출발한다. 음식으로부터 많은 것들을 거슬러 올라가서, 반드시 어떠한 따뜻함에 닿는다.


얼마 전 1주년을 맞이 한 집ㅅ씨에 다시 한동안 머물게 되었다.

한 달 정도 되는 이 시간과 맛을, 사실은 세영이 툭툭 흘리는 맛있는 스텝 밀과 꿀팁들을 잊어버리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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