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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웨엥 Jun 30. 2021

궁극의 와인 플래터

집ㅅ씨-목포한 달 살기 2



"배고프지 않아?"


딱히 어느 때를 정해놓고 밥을 먹지는 않지만 대충 이때다 싶으면 슬금슬금 뭔가 먹자는 신호가 온다.


작은 식당이고 손님이 많지 않으니 단가가 안 맞아서 팔기 애매한 음식들이 있다. 

이를테면 세영이 야심 차게 냉장고에서 꺼내온 국내산 무항생제 살라미와 멜론 같은 것들. 


제대로 먹는 법을 안다며 이것저것 꺼내어 썰고 담았는데, 

우선 살라미를 얇게 저미고

멜론은 달고 부드러운 부분만 도려내어 한 입 크기로 썰고

방울토마토는 절반으로, 매운 고추는 얇게 썰고

생마늘과 파르메 지아노 치즈도 얇게 편 썰고 

마지막으로 접시에 담아낸 뒤 후추를 골고루 갈아준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지냈을 무렵 카탈루냐 지방에서 먹는 법이라면서 전해 들은 방법이라고 했다. 

뒷구르기를 하면서 봐도 와인 안주로 딱이었지만 와인 대신 탄산수를 섞은 밀맥주와 함께 먹었다. 

맥주에 탄산수를 타면 그냥 마셨을 때와는 다른 향과 맛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산뜻하고 삼삼하니, 해가 쨍쨍 떠있는 낮시간부터 마시기 참 좋았다. 

 




그 다다음 날인가, 장에서 사 온 아보카도가 덜 익은 바람에 튀기기까지 했는데도 맛이 영 별로였다. 

아보카도는 실패였지만 우리는 어쩐지 신이 나서 냉장고에서 또 이것저것을 꺼내왔다. 

멜론과 간이 약한 마늘장아찌, 스모크 치즈와 또다시 살라미. 

전날 구워둔 김 바게트를 토스터에 따끈하게 구워서 명란 트러플 페스토를 발라 맛보고

플래터 위에 올려둔 여러 가지 것들을 차례로 올려서 먹었다. 



아, 정말. 제일 맛있고 비싼 걸 왜 우리끼리만 먹고 있는 걸까. 

죄책감은 짧고 맛있는 점심시간은 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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