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사온 붕어빵... 5년이 지난 지금 나는 졸혼을 준비 중이다
-뭔데? 붕어빵? 그 역 앞에 있는 거?
-응 얼른 먹어
저녁 먹은 지 한참 지난 시간에는 현관에 들어서는 식구가 들고 오는 까만 봉지가 여간 반가운 게 아니다.
그리고 그 역 앞의 붕어빵 가게는 늘 줄을 서서 먹는 곳이었고.
호호 불어가며 먹으면서 무심코 물었다.
-차는? 대리한 거야?
회사 앞에서 간단히 한잔 한다던 남편은 살짝 취한 눈치였고
-당연히~!
하면서 특유의 허세를 부린다.
아... 응?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역까지 가서 붕어빵을 사 왔다고?
씻고 나온 남편은 벌써 침실로 들어간 후였고 나는 붕어빵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실장님, 나 어제 사장님 봤어
늘 말이 짧은 나의 동업자, 우리 남편을 봤다고 한다.
-어디서요?
-역 앞 엘피 바에서
-엘피 바? 누구랑 남자랑?
-아뇨 여자랑
-우리 남편 맞아요?
-아이 사장님 나 눈 좋잖아. 근데 사장님은 나 못 본 거 같던데
-젊은 여자?
-아니 그냥 뭐 친구 같기도 하고... 어쨌든 단 둘이 맥주 마시던데
남편의 여사친? 적어도 내가 아는 여사친은 없다. 물론 직장 근처에서 만나는 직장 선후배는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집 근처에 아는 여사친이 있다고? 근데 내가 모른다고?
차는 대리기사가 주차했고 자기가 역 앞에서 사 왔다는 붕어빵
하지만 남편은 술을 마시지 않고 차를 주차한 후 역 앞으로 가서 그녀를 만나고 온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 이번엔 G사 초콜릿을 들고 온 남편.
-뭐야?
-누가 주던데?
-누가?
-후배가... 출장 갔다 왔다고
초콜릿을... 누가... 왜...
다 보여줬네 다... 순진한 거야 아님 바보야
생각해 보니 요즘 들어 거울 앞에 오래 서있는 거 같긴 했다... 근육 보여? 이러면서...
남편이 운동을 하러 나갔다. 휴대폰은 충전시켜 놓고.
에이... 저렇게 휴대폰을 두고 나갔는데? 설마?
설마라니... 얼른 열어봐... 잠금도 안 한 남편...
카톡 봐야 돼 카톡
있다 어느 여성과의 카톡...
벌벌 떨리는 손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한다. 너무 떨려서 초점이 맞지 않는다.
통화목록을 뒤져본다.
여기도 있다, 그리고 문자도 있다.
다음 날, 누구냐고 물었다.
-누구?
-카톡 다 봤어... 00이 누구야?
-뭘?..... 아.....
그의 첫사랑... 내가 연애하기 전에 만났던 그녀를 만난 것이다.
카톡의 내용으로 유추했을 때 이미 둘은 '연애'를 하고 있었고 남자는 서서히 적극성을 보이고 여자는 그걸 튕기면서 즐기는 듯 보였고.
다시 연락이 온 지는 6개월... 그쪽에서 연락이 왔다... 그냥 커피나 간단히 맥주만 마셨다... 남편이 있다...
아무 사이도 아니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주변에서 말리기도 했지만... 끝(?)까진 안 갔을 거라는 나의 순진한 생각과 그래서 뭐 어쩔 건데...라는 냉소적인 생각... 그냥 그렇게 시간은 흘러가 버렸고...
그 후 5년 뒤
남편은 다시 거짓말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