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랄 것도 없으며 놀라지도 않을 것

'닐 아드미라리', 동요 (動搖) 없는 삶

by 비터스윗

memento mori 메멘토 모리 : 자신의 죽음을 기억하라

carpe diem 카르페 디엠 : 오늘을 즐겨라

amor fati 아모르파티 : 운명을 사랑하라

vincit qui patitur 빈시트 퀴 파티투르 : 기다리는 자가 승리한다

amor vincit omnia 아모르 빈시트 옴니아 : 사랑은 모든 것을 정복한다

우리나라 속담이나 경구(警句)가 울림이 있는 것처럼 라틴어 관용구들도 널리 인용되고 있다. 삶의 지표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다. 타투로 새기는 이들도 여럿 보았다.

짧고도 강렬한 의미의 문구들은 21세기 우리의 삶에도 적용해 볼 수 있는 그야말로 세대를 관통하는 것들이다.


최근에 'nil admirari'라는 문구를 새로 알게 됐다. '닐 아드미라리'는 '아무것에도 놀라지 말 것' 또는 '아무것도 당신을 놀라게 하지 않게 할 것'을 뜻한다고 한다.

쉽게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상태. 어떤 외부 상황에도 감정적으로 동요하지 않으면서 초연하게 대처하는 것. 궁극적으로 그러한 태도로 삶을 지탱하는 철학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일본의 대문호 나쓰메 소세키는 소설집 '그 후'에서 이 문구를 사용했다. 일본 최고 대학을 졸업하고 다양한 지식과 교양을 섭렵한 주인공 다이스케의 모습을 ‘닐 아드미라리’, 즉 그 어느 것에도 놀라지 않는 무감동의 태도로 묘사하면서 더욱 널리 알려졌다.




살면서 놀랄 일이 얼마나 많은가. 많기도 하고 갑작스럽고.

이 문구는 그중에도 좋은 소식, 신기한 것을 접하면서 놀라는 것을 의미하기보다는

뜻밖의 일이나 무서움에 심장이 두근거리거나 당황하는 경우를 말하는 듯하다.


두 가지로 나눠봤다.


먼저 어떤 사소한 것에라도 놀라지 않을 것.

그런데 어떻게 놀라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 해도 조금도 동요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리고


설령 그 어떤 것이 감정을 흐트러뜨리려 하고 동요시키려 하더라도

실망하지 않고 분노하지 않는 것.


정말 쉽지 않은 것이다. 놀랄 것도 없고 놀라지도 말라니.

하긴 쉬운 것이라면 그 많은 철학자들, 석학들이 거론하지도 않았겠지만 말이다.




어릴 때부터 누군가 나를 깜짝 놀라게 하는 것을 싫어했었다. 심장이 약했었나? 그건 아닌 거 같은데 말이다.

예상하지 않은 상황, 사람, 말, 분위기 이런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서프라이즈 파티, 서프라이즈 선물도 별로 기대하는 편이 아니었다.

지금도 싫어한다. 적정한 흐름으로 적정하게 표현하고 잔잔히 즐기는 게 좋다.

살면서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별의별 일을 다 겪으면서, 놀라면서, 가슴을 쓸어내리면서, 체념하면서

그렇게 살아왔으니 이제는 웬만하면 놀라지 않는다고 말하고 싶지만(!), 아니 어쩌면 놀랄 일을 미리 피하고 제거한다고 말하는 게 더 맞을지 모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어날 일은 일어나기 마련이고 내 방어벽은 튼튼해 보여도 간혹 뚫리기도 한다. 강하거나 집요한 공격에 의해서.

그래서 다시 한번 '닐 아드미마리... 닐 아드미라리...' 하면서 '놀라지 말자, 별 것 아니다' 라며 또 넘겨야 하는지 모른다.


감정 표현이 단조로워 놀라도 겉으로는 티도 안 나던 아이였지만

이제는 놀랄 것도 없으며 놀라지도 않을 것이라 결심하면서 차분해지려고 한다.


나이 들면서 잃을 것은 줄어드는데 더불어 놀랄 일도 줄어들으면 얼마나 좋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