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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사람들1

골목길...

이곳은 큰 도로가가 아니다. 주택들이 모여 사는 조용한 골목길에 가게를 내었다.

오가는 사람마다 "뭐지? 뭐가 들어설까?" 작은 동네라 소문이 금방 퍼져 아는 사람은 다 알았다.

눈이 펑펑 내리던 겨울 12월 20일, 우린 이 골목길에 '가게'란 걸 열었다.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우리를 축복해주고 대박 나라고 인사를 건넸다.

어떤 사람은 큰 도로가에 가게를 내지... 이런저런 얘기를 하기도 하며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우리 부부는 이곳밖에 없었다. 몇 개월을 찾고 찾은 이 집.


예전에는 월세로 살았지만, 이곳은 대출은 있어도 엄연한 우리 집이었다.

아내도 나도 어렵게 살아왔기에 내 집에 대한 애착이 심했다. 특히 아내는 집에 대한 집착을 많이 했다.

전에 느꼈던 집 없는 서러움과 몸속 깊이 박혀있던 아픈 기억들이....

매매 도장을 찍던 날 눈물과 함께 사라져갔다.


가게에 딸린 방 하나, 지금 그 집을 보면 내가 어떻게 살았지? 이 작은 방에서 눈물이 날 것 같다. 문틀과 문도 잘 안 맞아 겨울이면

찬 바람이 우리 가족을 보란 듯이 괴롭혔다.

늘 딸아이는 콜록콜록 감기를 달고 살았고, 우리 부부는 안쓰러움에 밤잠을 설쳐야만 했다.

그래도 우리 가족은 이곳에 정착을 했고 이웃들과 정을 나누며 살았다.

이곳은 특히 정이 많은 골목이었다. 날 좋은 날은 신문지 한 장 깔고 바닥에 앉아 삼삼오오 모여 앉아

오늘 있던 이야기를 하며 서로의 소식을 주고받았다.

골목 안에 골목이 있고 그 안에 많은 사람들이 살았다.

중앙에 돗자리가 펴지면 남녀노소 불문하고 모이기 시작한다.

그리고 각자 가져온 음식들을 펼쳐 놓는다.

심지어 "6.25 때 피난 갈려고 묻어놨던 보리쌀로 밥을 했어.

어여들 한 숟가락씩 먹어봐" 여기저기서 집에 쟁여 놓은 과일과 술들을 내오면

바로 동네 파티가 되었다.

그렇게 특별하고 좋은 음식이 나온 것은 아니다.

사람들의 온정이 하나하나 모여 '정'이라는 울타리가 생긴 것 같다.

그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언제나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우리 동네에 사는 이웃들을 이제 부터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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