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과 친해지는 중입니다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기

by 낭만팔레트

당신에게도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유난히 나의 신경을 자극하는 것들. 나는 직업 특성일수도 있는데 오/탈자에 민감하다. 길을 걷다가 광고 문구를 봤는데 왠지 모르게 불편하다? 가까이 다가가서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곳에 오타가 있곤 한다. 말로 설명하기는 어렵지만 묘한 이질감이 느껴지면서 마치 매직아이처럼 고쳐야 할 부분이 눈에 들어온다. 덕분에 업무적으로는 꽤 도움이 된다. 중요한 공식문서일수록 나에게 검수를 맡기시는 분들도 있으니까. 감사한 강박이지, 이 정도면.


만약 당신이 나와 사이가 멀어지고 싶다면... 연락을 주고받을 때 마구마구 문법을 파괴하거나 오타를 내보자. 기왕이면 "감기 걸리셨다면서요? 얼른 낳으세요" 같은 센 걸로. 아마 매우 큰 확률로 성공할 것이다.


농담이다. 아니, 진심일수도.

부디 그런 일로 우리 멀어지지 맙시다.


만약 우리가 관계를 쌓아가며 서로 알아가는 중이라고 가정해보자. 내가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기억해주는 것과 당신이 싫어하는 음식을 기억해주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감동적일까? 내 경우에는 후자에 조금 더 감동을 느낀다. 왠지 나에게 호의적인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것을 기억해주는 것은 당연하게 느껴지는데 내가 싫어하는 것을 기억해주는 것은 조금 더 신경을 써준 느낌이랄까. 예를 들어 "너 이거 좋아하잖아, 많이 먹어" 라는 말도 감동이지만 "너는 매운거 잘 못 먹으니까 순한 맛으로 시켰어" 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내가 불편함을 겪지 않을 수 있도록 한번 더 배려해준 그 마음이 참 고맙다고 느낀다. 물론 취향을 기억해주는 것이 당연하다는 뜻은 아니지만!


마치 길 가다가 내 생각이 나서 샀다며 수줍게 꽃 선물을 건네는 남자친구의 손을 바라보며 꽃이 예뻐 행복한 것 이상으로 나를 생각해준 그 마음이 고마워서 눈물이 날 것 같은 것처럼. 분명 마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소한 배려를 통해 그 마음이 보이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최대한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말이나 행동을 더 조심하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상대가 설령 그 마음을 알아주지 않더라도 그를 향한 나의 작은 배려인 셈이다.


사소한 배려가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사실 큰 효과를 발휘하기도 한다. 생각보다 그 사소함을 지나치는 경우가 많아서일지도 모를 일이지.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면서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한다거나, 일어난 자리의 의자를 가지런히 정리한다거나, 상대가 입장할 때까지 문을 잡아준다거나.


누구나 예민한 포인트가 있다. 정리되지 않은 환경을 힘들어하거나, 특정소음을 견디기 힘들어하거나, 자극적인 음식을 피한다거나, 문법이 파괴된 문장을 참기 어려워한다거나. 일부러 상대방을 괴롭히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면 서로의 불편함을 조금씩 배려하면서 지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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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이런 부분이 불편하고 민감하구나. 내가 앞으로 조금 더 조심할게'

서로의 다름을 인정하고 존중하며 사소한 예민함들을 배려해야겠다는 마음이 들 때, 다름은 우리가 함께 할 이유가 되기도 하는 것 같다. 부디 나의 예민함과 너의 무던함이 만나 건강한 시너지가 발휘되기를 바라본다.


나와 다른 너를 배려하며, 서로의 예민함을 보듬어주며,

그렇게 오늘도 당신과 친해지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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