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 산다는 것(共生)

2025.11.14 아사히신문을 읽고

by 낭만팔레트
Melting Pot

다양한 민족·문화가 섞여 하나의 동질 문화를 만든다는 뜻으로, 미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표현이다.


최근 일본 사회의 변화를 보며 학창 시절 처음 배웠던 이 표현이 다시 떠올랐다. 그때만 해도 '다문화'는 우리에게 낯선 단어였고, 다양한 국적의 아이들이 한 교실에서 공부하는 모습은 국제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풍경이었다.


나는 초등학생 시절 일본에서 현지 학교를 다녔다. 당시 외국인이라고는 한국인 주재원 자녀가 몇 명 있는 정도였다. 일본 사회 역시 지금처럼 다문화적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요즘 일본 편의점이나 음식점에서 외국인 아르바이트생을 자연스레 마주하게 되는 풍경은 여전히 낯설다. 종종 갈라파고스 제도에 비유되던 '폐쇄적 섬나라' 일본이 이렇게까지 변화했다는 사실이 놀랍기만 하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11월 14일자 아사히신문 사설은 일본 사회가 '더불어 살기'라는 화두 앞에서 어떤 질문을 던지고 있는지 보여준다. 다카이치 정부가 말하는 '외국인과 함께하는 질서 있는 공생사회(外国人との秩序ある共生社会)'를 다룬 이 글은, 다양한 사람들이 건강하게 '공생'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묻는다.

外国人が増えたことによる変化や摩擦に、戸惑う人は少なくない。だからこそ不安をあおるのではなく、共生に向けた政治の役割が問われる。

외국인이 늘면서 생겨난 변화나 갈등에 당황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그렇기에 불안을 부추기는 것이 아니라, 공생을 위한 정치의 역할이 더욱 요구된다.


개인적으로는 다음 문장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違法な行為に対してはしかるべき対応が必要だ。だが、それは日本人か外国人かに関係ない。ルールや法律、公共の場でのマナーなどを守らない人が「一部にいる」のはいずれも同じだろう。

위법 행위에는 마땅한 대응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일본인인지 외국인인지와는 무관하다. 규칙과 법, 공공장소에서의 매너 등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 '일부 존재하는 것'은 어느 쪽도 마찬가지다.


이 문장이 일본 사회 전체를 대변한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최근 급증한 외국인을 편견 없이 바라보려는 노력이 일본 사회 내에 존재한다는 점이 의미 있게 다가왔다.


이미 일본은 저출산·고령화로 경제활동인구가 빠르게 줄고 있다. 엔화 약세로 관광객은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학업이나 생업을 위해 일본을 찾는 외국인도 꾸준히 늘고 있다. 언어와 문화적 차이가 한순간에 좁혀지기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필요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국적과 배경이 다른 이들을 사회의 동등한 구성원으로 인정하는 태도가 '공생'의 출발점일 것이다.


이러한 고민은 일본만의 과제가 아니다. 한국사회 역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K-컬처, K-뷰티, K-푸드가 세계의 관심을 받는 만큼, 우리 사회가 지닌 책임과 그에 따른 이미지의 파급력 또한 커지고 있다. 긍정적인 영향력만큼이나 부정적 인식 또한 빠르게 퍼질 수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외국인 유튜버들이 "길거리나 대중교통에서 한국인들이 자꾸 쳐다본다"라고 말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다. 국제결혼이 자연스러워지고, 소위 '혼혈'이라 불리던 아이들이 헌 반에서 함께 자라는 시대다. 외모는 외국인이지만 한국어가 더 편한 아이들도 많다. 더 이상 Melting Pot이 미국만의 상징이 아닌 시대가 오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머지않아 '다문화 가정'이라는 표현에서 '다문화'라는 말이 생략되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이미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 이웃나라 일본이 '공생'의 방향을 고민하는 지금, 우리 역시 이 질문에 대해 깊이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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