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한 '혼자'를 위하여 (おひとりさま)

2025.11.24 니혼게이자이신문을 읽고

by 낭만팔레트

일본과의 교류 업무를 담당하다 보면 사소한 부분에서 양국의 문화 차이를 느낄 때가 많다.

예를 들어, 직장인들의 점심식사만 봐도 두 나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


한국에서는 대체로 "함께" 먹는 문화가 기본이고 "혼자" 먹는 것은 선택의 문제로 인식된다. 혼자가 더 편한 사람도 사회생활이라는 이유로 부서 사람들과 같이 어울려 식사하는 경우가 많다. 혼자 밥을 먹고 싶을 때면 "나와의 약속"을 만들어서 혼밥을 즐긴다는 이야기는 직장인들 사이에선 비밀 아닌 비밀이다. 이런 모습 역시 한국 특유의 "情(정)"에서 비롯된 문화일지도 모르겠다.


반면 일본에서는 "혼자" 먹는 것이 훨씬 자연스럽고, 누군가와 "함께" 식사하려면 미리 약속을 잡는 편이다. 실제로 일본 식당에 가보면 혼자 식사하는 손님을 위한 1인석 자리가 대부분 마련되어 있고, 입구에서 안내하는 점원에게 "혼자입니다(히토리데스)"라고 말하는 일이 전혀 어색하지 않다. 한국이었다면 조금 주저했을 표현이지만, 일본에서는 이미 일상적인 문화가 되어 주변 시선에 대한 부담이 거의 없다.


사소해 보이지만 막상 경험해 보면 차이가 크게 느껴지는 문화 중 하나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 사설에서 「おひとりさま(오히토리사마)」라는 키워드가 등장했다. 검색해 보니 이 표현은 1997년 처음 등장했으며, 한 저널리스트가 혼자서도 당당하게 살아가는 여성의 라이프스타일을 설명하며 사용한 것이 시초다. 이후 일본 사회에 널리 쓰이게 되면서 2005년에는 그 해를 대표하는 유행어 대상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원래는 서비스업 종사자가 손님에게 "한 분이신가요(おひとりさまですか(오히토리사마데스카))?"라고 물을 때 사용하던 표현이었지만, 지금은 사용범위가 훨씬 넓어졌다. 놀이동산처럼 단체 방문이 많은 장소를 혼자 즐기는 사람, 정신적으로 자립해 홀로 행동할 수 있는 사람, 미혼이거나 배우자와 사별해 혼자 사는 사람 등 다양한 상황에서 쓰이는 일상적인 단어가 되었다.


おひとりさま

:가족 유무와 상관없이 의지할 대상이 없을 확률이 높은 사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일본에서는 이 단어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종합연구소는 おひとりさま"가족 유무와 상관없이 의지할 대상이 없을 확률이 높은 사람"으로 정의한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가족 간 유대가 다소 느슨한 편이다. 각자의 삶을 존중하는 문화라고 해야 할까. 성인이 되면 독립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결혼 후에는 독립된 가구로 살아가는 경향이 강하다. 그래서 서류상 가족이 있어도 위급한 상황에서 연락해 도움을 요청하기 어려운 관계라면 おひとりさま로 분류되기도 한다. 일본 사회의 고독한 단면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고 없이 홀로 지내는 이들이 늘면서 고독사 등 사회문제도 두드러지고 있다. 이에 따라 가족이 담당해 오던 역할을 대신하는 민간업자가 증가하고 있다. 요양시설 입소 시 신원을 보증하거나, 사망 후 장례부터 유품 정리까지 도맡아 하는 등 서비스 영역도 다양하다. 그러나 의지할 대상이 없는 고객의 상황을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법적 규제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빠르면 2026년 사회복지법을 개정해 정부와 민간이 함께 안정적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한다.


한국에서도 1인 가구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혼자서도 삶을 잘 꾸려나가는 이들이 많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위급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제때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위험이 존재한다. 물론 한국은 가족 간 유대가 비교적 강해 혼자 살아도 안부를 자주 묻거나 보호자가 눈여겨보는 경우가 많다. 그럼에도 일본 사회가 겪고 있는 おひとりさま 문제는 머지않아 우리도 고민해야 할 과제가 될 수 있다. 안녕한 '혼자'를 위해 앞으로 우리 사회가 어떤 대비를 할 수 있을지 일본의 사례를 토대로 차분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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