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21 아사히신문 사설을 읽고
해마다 11월이면 대한민국 전체가 긴장한다. 바로 대학수학능력시험, 수능이 있기 때문이다.
수험생들의 듣기 평가 시간을 위해 출근시간이 늦춰지고, 비행기 이륙 시각까지 조정되는 특별한 풍경과 마주할 때마다, 나는 대한민국에 살고 있음을 새삼 체감하곤 한다.
수험생 시절의 나는 입시가 인생의 전부라고 믿었다. 그래서 어느 대학, 어느 학과에 들어가느냐가 너무나도 중요해 보였다. 한국의 수험생이라면 누구나 그렇듯, 나 역시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내신, 수능, 논술 등 필요한 조건을 갖추기 위해 최선을 다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국경 너머 일본에서는, 수험생들이 시험보다 먼저 마주해야 하는 또 다른 문턱이 있다고 한다.
바로 '입학금'이라는 이름의 선택 비용이다.
어느 대학에 가고 싶은지보다 먼저, 얼마나 비용을 부담할 수 있는지를 계산해야 하는 현실.
두 번의 선택, 한 번의 기회.
二重払い라는 단어에서 드러나는 일본의 입시 구조는 생각보다 훨씬 가혹하다.
입학금은 등록금(受験料, 수업료)과는 별개의 비용으로, 해당 대학에 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입장권'에 가깝다. 한국은 2023년 이후 대부분의 국공립 대학에서 입학금 제도를 폐지했지만, 일본에서는 여전히 남아있다. 아사히신문 사설은 이 문제를 다루며 '二重払い(이중 납부)'를 키워드로 언급했다.
일본의 입시 구조는 한국보다 훨씬 복잡하다.
한국의 수능과 유사한 '공통테스트(共通テスト)'를 치르고 나면, 각 대학이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2차시험이 이어진다. 사립대 중에는 공통테스트 없이 자체 시험만 보는 곳도 많다.
이처럼 대학마다 시험 방식, 일정, 지원 전략이 모두 다르다 보니, 일본의 수험생들은 '어느 대학을 갈 것인가'보다 '어떻게 조합해서 지원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하지만 실질적인 문제는 따로 있다.
바로 입학금의 납부 시기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사립대학의 평균 입학금은 약 24만 엔.
비용도 비용이지만, 문제는 1지망 대학의 시험을 치르기도 전에, 혹시 몰라 지원해 둔 2~3지망 대학의 입학금 납부 기한이 먼저 찾아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데 있다.
불안한 마음에 일단 입학금을 냈는데, 뒤늦게 1지망 대학 합격 소식을 듣게 된다면? 이미 예상했겠지만 납부한 입학금은 돌려받을 수 없다. 결국 원하는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입학금을 두 번 내야 하는 구조.
이것이 바로 二重払い, 이중 납부다.
"먼저 합격한 대학에 입학금을 내버려서 결국 1지망이었던 학교를 포기했어요"
"입학금 이중 납부가 부담스러워서 대학을 한 군데만 지원했습니다"
평균 24만 엔이라는 금액을 생각하면, 二重払い 구조가 수험생과 학부모에게 얼마나 큰 부담일지 쉽게 짐작된다. 어쩌면 수험생의 미래를 좌우할 선택지가 재정적 이유로 제한될 수도 있다.
대학 측은 매년 반복되는 입학 취소자와 추가 합격자 관리를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아사히신문은 이 구조가 교육 기회의 형평성을 해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성적표가 아니라 가정 형편이 대학 선택을 좌우하는 현실.
입시를 대신 치러줄 수는 없지만, 최소한 기회의 공정성만큼은 어른들이 지켜줘야 하지 않을까.
어쩌면 입학금 제도를 먼저 폐지한 한국의 경험이 일본에게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아이들에게는 더 넓은 선택지를, 대학에는 예측 가능한 운영을 보장할 수 있는 해법을 찾기 위해, 국경을 넘어 한일 양국이 함께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