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저하는 마음먹음을 위하여
(及び腰)

2025. 11. 26 마이니치신문을 읽고

by 낭만팔레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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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의 인사말에는 유독 "먹는 것"과 관련된 표현이 많다.


▪밥 먹었어?

지나가다 마주치면 가장 먼저 상대의 끼니를 챙기며 안부를 묻는다.

▪언제 밥 한번 먹어야지?

정말 밥을 먹자는 의미보다는 반가움의 표현인 경우가 더 많다.

밥 한번 먹자고 먼저 말해놓고, 막상 정말 밥 먹자고 연락이 오면 당황하는 것이 한국인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우리는 음식만 먹지 않는다. 나이도 먹고, 마음도 먹는다.

피부가 좋아야 화장도 잘 먹고, 축구 경기에서는 골을 먹지 않기 위해 애쓴다.

굳이 목록을 만들지 않아도 "먹는 것"이 우리의 언어와 감각 속에 깊숙이 자리하고 있음을 느낀다.


오늘은 그중에서도 "마음을 먹는 일"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어느새 11월도 끝을 향해 가고 있다.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해마다 연초가 되면 버킷리스트를 만들고, 올해는 꼭 이루어보자고 마음을 먹는다.

하지만 지나고 보면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이 더 많고, 마음먹었던 일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이루지 못한 채 남아 있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운동이 대표적이다. 올해는 꼭 시작해 보자고 큰 맘을 먹었지만, 작심삼일의 문턱을 넘기란 쉽지 않다.

큰 도전을 앞두고 흔히 "마음 단단히 먹자"라고 하는데, 그 말속에는 폭풍 같은 부담감을 견뎌내려는 비장함이 담겨 있는 듯하다. 하지만 때로는 그 마음을 먹는 것조차 버거울 때가 있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에서는 안도감이 든다. 나이만 한 살 더 먹은 것이 아니라, 그 시간 동안 나름의 성장을 했음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특히 브런치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일은 계획에 없던 도전이었지만, 지금의 나에겐 가장 기쁜 성취 중 하나다. 부족한 글을 읽어주는 누군가의 존재가 큰 힘이 된다.


얼마 전 폐막한 제30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30) 관련 소식을 보며, '마음을 먹는 일'은 개인에게만 어려운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여러 나라가 화석연료 퇴출 로드맵 마련에 소극적이었고, 결국 최종 합의문에서 핵심 내용이 빠진 채 회의가 마무리되었다.


마이니치신문의 사설에서는 이런 모습을 가리켜 及び腰(오요비고시)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앞에 있는 무언가가 두렵거나 불안해 한 발짝 뒤로 물러서 주춤거리는 자세를 뜻하는 말이다.

사설은 강화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설정할 경우 산업계가 겪게 될 단기적 손해를 우려한 선진국들이, 필요성을 알면서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며 及び腰의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사실 기후위기는 어느 한 나라의 문제가 아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나라일수록 더 큰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국가들은 여전히 자기 손실을 먼저 계산하며 결단을 주저한다. 마음은 있어도, 먹지 못하는 것이다.


그 모습이 어딘가 익숙하다. 우리 역시 인생의 크고 작은 선택 앞에서 엉거주춤한 자세로 결단하지 못한 채 시간만 흘려보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마음먹어야죠. 나도 알아요. 아는데 ……그게 어디 쉽나요."

누군가의 말처럼, 굳은 결심을 하고 허리를 펴야 하는 순간에도 마음은 자꾸만 주춤하며 뒤로 물러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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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도, 사회도, 개인도 더 나아가야 하는 순간 멈칫할 때가 있다. 두렵고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상을 움직이는 변화는 언제나 누군가의 '마음먹음'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알고 있다.


올해를 돌아보면 나 역시 及び腰의 자세로 주저했던 순간이 많았고, 몇몇 계획들은 아직 시작조차 못 한 채로 남아 있다.


하지만 마이니치신문의 사설을 읽으며, 중요한 것은 다시 마음을 먹어보는 일이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본다.

지구의 내일을 위한 선택이든, 내 삶의 작은 변화이든, 큰 결심은 언제나 조용한 다짐에서 시작되니까.


비록 COP30은 반쪽짜리 성과라는 평가 속에 막을 내렸지만, 나의 올해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주저했던 마음도, 먹어야 할 결심도 아직 남아 있다.

남은 한 달 동안, 조용하지만 단단히 마음을 먹고 한 걸음씩 움직여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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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저하는 마음먹음을 위하여, 응원의 메시지를 적어본다.

자, 허리를 곧게 펴고 다시 한번 도전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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