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지역력은 안녕한가요?
(地域力)

2025.12.7 도쿄신문을 읽고

by 낭만팔레트

고속도로를 달리다 보면 "야생동물 주의"라는 안내판을 종종 보게 된다.

사슴이나 고라니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어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어 가볍게 넘길 수 없는 경고다.


그런데 올해 일본에서는 이 경고가 더욱 현실적인 공포가 되고 있다. 바로 "곰 출몰" 때문이다.

테디베어 같은 귀여운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 체중 수백 킬로그램에 달하는 야생 곰이 실제로 마을과 도시에 출몰하고 있어 일본 열도는 몇 달째 긴장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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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환경성 발표에 따르면, 지난 4월부터 10월까지 접수된 곰 출몰 신고는 무려 3만 6천여 건.

인명피해는 230명, 그중 13명은 사망했다. 그리고 12월에 접어든 지금도 곰과의 전쟁은 계속되고 있다.


언제 어디에서 곰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기에 사람들은 외출을 줄이고, 지역 축제와 행사는 잇달아 취소되었다. 거리의 인적이 줄어들며 지역 경제까지 타격을 받고 있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곰 출몰 사태'는 地域力, 즉 지역력이 왜 중요한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地域力

(ちいきりょく/치이키료쿠)

지역 구성원들이 자신들이 속한 환경에 관심을 갖고, 위기 상황에서 이를 '나의 문제'로 인식하며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힘.


도쿄신문은 이번 사태를 단순한 야생동물 문제로 보지 않는다.

"곰이 세력을 확장하는 동안, 지방 도시들은 대응할 힘(地域力)을 잃어버렸다"

이것이 그들의 분석이다.


예전에는 지역 수렵회가 곰 포획을 담당했다. 하지만 회원들의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대응 가능한 인력이 지역사회에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곰이 나타나도 잡을 사람이 없는, 말 그대로 '힘의 부재' 상황인 셈이다.


이에 일본 정부는 수렵 면허 소지자를 '거버먼트 헌터(Government Hunter)'라는 이름의 지자체 공무원으로 임명해 대응 인력을 확보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곰 포획 전문 인력 양성 프로그램 마련까지 논의되고 있다. 농담처럼 들리지만 실제 정책이다.


地域力(지역력)의 개념은 1997년 고베 대지진 이후 주목받기 시작했다.

위기 상황에서 지역이 스스로 움직여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 지역 사회가 자기 자신을 지탱하는 힘을 뜻한다.


지금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곰 사태는 이 地域力(지역력)이 어떻게 약해졌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위험이 닥쳤지만 대응할 주민이 없고,

오랫동안 지역의 안전을 책임져온 조직은 고령화로 기능을 잃어가며,

문제는 알고 있지만 '누군가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분위기가 자리 잡은 지방 도시들.

동북 지방의 많은 지역이 바로 이러한 상황 가운데 놓여 있다.


과연 곰 전문가를 양성하는 것만으로 잃어버린 地域力(지역력)을 되찾을 수 있을까?

아니면 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야 할 때일까?


일본의 모습은 우리에게도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진다.

"우리의 지방 도시들은 위기 앞에서 스스로 움직일 힘, 地域力(지역력)을 갖추고 있는가?"


곰 사태는 언젠가 진정될 것이다.

하지만 곰이 사라져도, 地域力(지역력)의 부재는 더 오래 남아 지역의 지속 가능성 자체를 위협할 수 있다. 결국 지역을 지키는 힘은 지역 내부에서 길러져야 한다.

그리고 이 질문은 비단 지역의 문제에만 머물지 않는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 일상에서 마주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 앞에서 스스로 대응할 힘을 잘 갖추고 있는가?"

한 해의 끝자락, 나에게도 되물어야 할 질문이 생겼다.

이 글을 읽고 있는 여러분에게도 이 질문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면, 각자의 자리에서 새해에 어울리는 '내면의 지역력'을 차근차근 준비해 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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