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모 바이시클루스의 탄생
자전거와 사람의 공통점
발이 두 개라는 점
두 발로 패달을 밟으면
체인을 통해 전달된 힘이
바퀴를 굴린다
자전거를 타면
걷거나 뛰는 것보다 빠르다
인간이 만든
편리하고 유용한 것들 중 손에 꼽힌다
두 발로 직립하게 된 것만큼
두 발 자전거로 중심을 잡으며 달리게 된 것도
인류사에 큰 혁명이다
20240210
아들에게도 혁명이 일어났다
호모 바이시클루스의 탄생
그의 8번째 설날
두 발로 자전거를 탈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나는 아버지를 뛰어넘었다
아빠는 내게 자전거를 가르쳐주지 않았다
아빠의 빅피처였을까
효과는 있었다
두 발 자전거를 기필코 가르치겠다는 신념을
아들에게 심어주었으니
두 발 자전거를 가르치는 과정은 쉽지않다
우선 아들과의 온도차
넘어질 것에 대한 두려움
몇 번의 넘어짐에 의한 심신의 상처
보조의 어려움과
딱히 메뉴얼 없는 기술이라는 점
때가 되면 두 발로 서서 걷지만
때가 되도 배우고 익히지 않으면
자전거는 탈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은 본능적으로 중심을 잡는 능력이 있다
앞으로 넘어질때는 팔을 앞으로 휘젖고
뒤로 쓰러질때는 팔을 뒤로 휘젖는다
넘어지려는 쪽으로 오히려 에너지를 보내면
힘의 균형에 의해 중심을 잡을 수 있다
자전거도 마찬가지다
오히려 넘어지려는 방향으로 핸들을 꺾어
패달을 밟고 나아가야지만
중심을 잡고 몸이 설 수 있다
불구덩이에 오히려 몸을 던지려는 의지
불나방이 되어야 하는 역설을 받아들여야
비로소 자전거를 탈 수 있다
보조하는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 손을 놓아야하는데
이게 또 쉽지않다
놓아버리면 넘어져버릴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그래도 어느 순간 놓아야만
스스로 중심을 잡고 앞으로 나갈 수 있다
자식을 독립시키는 것도 이런 것일까
여담인데
친구의 아들은 밑에 집 아줌마한테
두 발 자전거 타는 법을 배워 잘 탄다고…
그런 좋은 이웃이…
보조바퀴 달린 자전거를 타며 스스로 터득하는 아이도
혼자 몇 번 슥슥 타보니 터득하는 아이도
있겠지만
직접 가르친 아들의 두 발 자전거 타는 능력은
아빠의 자존감을 조금 높여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