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체활동을 통한 인지적, 정의적 영역의 발달
제가 체육시간에 준비운동을 할 때 아이들에게 하는 말이 있습니다. 스트레칭을 하면서 “살면서 당길 게 별로 없다. 이거라도 당겨야 한다”, “누를 수 있는 사람이 많이 없다. 이거라도 눌러야 한다”, “살면서 균형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다. 이렇게 균형이라도 잡아야 한다” 등입니다. 준비운동을 마치고는 또 이야기합니다. 우리가 체육시간에 몸을 당기고 누르고 균형을 잡으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성장이 찾아온다고 말입니다. 여기서 성장이란 말이 다소 모호한데, 신체 자체의 성장은 물론 인지적, 정의적 부분의 성장을 포함하는 개념이라 하겠습니다.
신체활동이 인지적인 발달의 향상을 가져온다는 것은 사실 과학적으로 증명되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존 레이티 교수의 'Spark your brain(운동화를 신은 뇌)'이라는 책을 통하여 관련 내용이 자세히 소개되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이 책이 소개될 때 즈음하여 0교시 체육 붐이 일었다가 주춤한 후 최근 다시 활성화되는 추세입니다. 신체활동을 하게 되면 BDNF라는 뇌세포성장유래인자가 뇌의 가소성을 촉진하게 됩니다. 성별이나 연령을 막론하고 신체활동을 통하여 뇌세포의 성장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뇌의 성장·연결과 더불어 문제 해결 같은 사고의 과정이 동반되어야 이러한 인지기능의 향상이 보다 지속될 수 있습니다. 즉, 신체활동만 한다고 소위 성적이 향상된다는 신화는 거짓이며 신체활동과 함께 학업을 병행할 때에만 진정한 인지적 발달의 득을 볼 수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최근에 아식스에서는 'Mind game - The Experiment'라는 재밌는 다큐멘터리를 제작했습니다. 운동이 인지 기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내용을 뒷받침할 수 있는 실험에 대한 여정을 담고 있습니다. 요약하면 신체활동이 부족한 마인드 스포츠 선수(체스, 마작, 기억력, e 스포츠)들의 운동 수준을 높여 두뇌 능력을 향상시킨다는 내용입니다. 운동을 통하여 향상된 인지기능을 기반으로 하여 각자의 마인드 스포츠 종목에서의 성취가 두드러집니다. 신체활동이 인지 기능의 향상을 가져온다는 확실한 예시 중 하나입니다.
신체활동을 통하여 정의적 영역이 발달한다는 것은 인지적인 발달과는 조금 다른 문제입니다. 신체활동을 통해 거의 자동적으로 인지적 발달이 일어나는 것과는 달리 정의적 영역은 특별한 노력을 요구합니다. 스포츠의 의례, 의식, 스포츠맨십, 규칙의 준수, 신체활동이 주는 긍정적 의미 등에 지속적인 노출을 통해서 정의적 영역의 발달을 꽤할 수 있다고 하겠습니다. 운동 선수라고 해서 모두 인성, 성품과 같은 도덕적 영역의 성취가 우수하지는 않듯이 신체활동 참여를 통하여 무조건적으로 정의적 영역이 발달되지는 않습니다. 이를 통해 보면 신체활동이 정의적 영역의 발달을 직접적으로 촉진한다기보다는 스포츠와 같은 신체활동은 일종의 정의적 발달의 매개체로 보는 것이 옳습니다.
이를 통해 미루어 보면, 신체활동은 인지적, 정의적 영역의 발달을 가져오는 ‘틈’을 만드는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신체활동 후 각각의 발달을 증진·유지할 수 있는 고도의 전략을 통하여 그 ‘틈’을 넓게 벌릴 수도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벌어진 틈을 그대로 방치하게 되면 닫힐 가능성도 존재한다는 데에서 신체활동을 통한 인지적, 정의적 발달은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