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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비평을 시작하며

서로에게 영감을

by 서울체육샘

수업과 관련하여 우리나라 교육계에서 널리 회자되는 말이 있다.

바로 ‘교사의 생명은 수업이다.’라는 말이다.


생명이란 말을 붙인다는 것은 가리키는 대상의 가장 핵심적인 특징이 바로 그것이라는 것을 말한다.


나의 교직 생활 첫 체육부장 선생님께서는 교사의 생명은 수업이라는 말을 늘 입에 달고 사셨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부장님은 주로 아나공 수업을 하셨지만...


체육교사가 된 지도 어느덧 15년이 지나고 있다.

적지 않은 경력에 다양한 수업을 해왔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업은 늘 어렵다.

가수 성시경이 골프의 어려움을 변덕스러운 연인의 행동에 빗대어 말하는 영상이 있다.


어제 우리, 첫 키스를 했어. 너무너무 행복했어. 그리고 ‘잘 자’라고 인사하고, 다음 날 만났어.
‘자기야, 잘 잤어?’ 하고 막 안아주려고 가는데, 갑자기 얘가 니킥을 팍! 코가 무너져 내렸어.
‘왜 그래? 내가 뭘 잘못한 거야? [가수 성시경이 말하는 골프의 어려움]

체육 수업은 성시경이 말하는 골프와 별반 다르지 않다.


모든 수업이 순조롭게 흘러가 스스로를 훌륭한 교사라 자칭하면서도, 바로 다음 수업에서는 자존감이 지하로 꺼질 정도의 좌절을 경험하기도 한다.


우리나라 체육 수업 환경이 그리 좋은 것만 아닌 탓도 있겠지만, 성별도, 수준도, 흥미도 다 다른 30여명의 학생은 수업에서 늘 예상치 못한 변수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미세먼지, 황사, 잦은 비 등으로 야외 수업에 어려움을 주는 요소들이 추가되어 체육 수업을 계획하고 운영하는 난이도 또한 더 높아졌다.


예전보다 더 세심하게 수업 계획을 세우지 않으면 수업이 망하게 되는 것이다.

돌아보면 내 수업을 성장시킨 것은 망(亡)한 수업이다. 망했다는 것은 우선, 수업이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당연히 학습 목표 달성에도 실패한 것이다.


학생들의 흥미, 동기, 기능 수준 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탓이 크다. 특히, 학교를 옮기는 경우, 학생 파악뿐만 아니라 옮긴 학교의 체육수업 환경, 예를 들면 공간의 모양과 크기, 활용 가능한 용기구 등에 빠르게 적응하지 않으면 수업이 거대한 장벽처럼 느껴지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도 수업은 어려운 것이며, 그래서 수업의 길은 끝없는 망망대해(茫茫大海)와 같다.


이렇게 하기 어려운 수업을 비평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일이다. 나의 수업을 촬영하여 스스로 관찰하고 성찰하는 것도 어렵지만,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을 보고, 듣고 비평하는 일은 그 선생님의 ‘생명’을 평하는 것이라 특히, 조심스러운 부분이다.


하지만 ‘훌륭한 교사는 설명하고, 위대한 교사는 영감을 준다.’는 윌리엄 아서 워드 (William Arthur Ward) 의 말처럼 수업 비평을 통하여 서로 영감을 주고 받는다면, 훌륭한 교사에 조금 더 다가설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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