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팔이, 옳다 옳아!
추억의 만화 슬램덩크가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The First Slam Dunk)'로 돌아왔다.
우리나라에는 2023년 1월 4일 개봉했다. 슬램덩크는 일본에서 1990년에 연재를 시작했고 우리나라에는 소년챔프라는 주간 만화지를 통하여 1992년에 들어왔다. 매주 화요일이었던가. 필자는 단행본이 나오기 전 슬램덩크를 하루라도 빨리 보고싶은 마음에 집 앞 서점에서 소년챔프 사보던 소년이었다. 단행본이 출시되는 날 이면 모아둔 용돈을 가지고 어김없이 서점으로 달려갔다. 40대 아저씨들에게 슬램덩크 이야기를 해보라고 하면 사실 이와 같은 이야기가 끝없이 쏟아진다. 10대, 20대에게는 그들이 태어나기 전에 나왔던 만화이므로 큰 감흥이 없다고 할 수 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오히려 '하이큐'쪽이 더 영향력이 있을 수도. 바꿔말하면 슬램덩크는 사실, 30년이나 묵은 추억팔이 만화라고 할 수 있다.
80년대 전후 출생한 사람들이라면 이 슬램덩크를 보면서 학창시절을 보냈다. 여기서 필자가 말하는 것은 만화책 슬램덩크이다. 비슷한 시기에 애니메이션 슬램덩크가 나오기도 해서 애니로 슬램덩크를 접한 이들도 적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원작자 이노우에 다케이코는 이 애니메이션 제작에는 직접적으로 개입하지 않았고 그다지 애정이 있거나 마음에 들어하지는 않는다고 전해진다. 필자도 애니 슬램덩크는 애정있게 보지 않았다. 원작 만화의 지면 속에 느꼈던 역동성, 박진감, 감정선 등의 디테일을 당시로서는 애니메이션으로 재연할 수 없었을 것이다. 애니로 건진 것은 OST정도. 30여년이 지나 극장판이 나오게 된 것은 이제는 원작 만화의 디테일을 화면 속에 드러낼 수 있었기 때문이라 판단된다. 기술이 그만큼 발달했다는 것이겠지. 극장판을 실제로 보고 난 후에 더 정확해졌다. 원작 만화의 감동이 고스란히 화면에 담겨있었다. 일단, 이노우에 다케이코의 작화 자체만으로도 30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기 충분했고 특히, 산왕전의 마지막 수비와 공격씬(불과 몇 초 였지만)에서 보여준 역동적인 움직임들은 만화책을 그대로 찢고 나온 것 같았다. 그래 이 정도면 극장판으로 만들만 하다. 합격!
다 아는 내용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미친 몰입감을 느꼈던 이유가 슬램덩크라는 만화의 힘 때문인지 농구라는 스포츠의 매력 때문인지 사실은 분간할 수 없었다. 둘 다 였던 것 같다. 요즘은 다들 잊고 살지만 농구라는 스포츠가 사실 엄청 박진감 있고 매력적인 스포츠였던 것이다. 농구대잔치, 마이클조던, 슬램덩크라는 3단 콤보는 90년대 농구의 인기를 이끌었었다. 하지만 요즘 농구의 입지는 예전만 못한 것이 사실이다. 극장판이 계속 나오거나 다음 이야기가 펼쳐 진다면 농구의 인기에 반영이 될까? 안 나오는 것보다는 낫겠지. 대중 스포츠였다가 매니아 스포츠로 전락한 농구가 다시 한번 흥할 수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다. 사실, 일본에서는 이 점을 노리고 슬램덩크 극장판을 농구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즐길 선택지가 많아진 세상에서 예전처럼 다수의 사람을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슬램덩크도 역시 아저씨, 아줌마들의 단순한 추억팔이 작품이 될 가능성이 높다. 대신, 어마어마한 돈을 벌어들이는 추억팔이가 되겠지. 우리나라에서도 벌써 자막도 보고 더빙도 보고 N차 관람을 하는 사람들이 있으니 말이다.
하지만 추억팔이는 늘 옳다. 영화관을 나오면서 이토록 만족스러웠던 영화가 있었던가. 이토록 추억을 후벼파는 영화가 있었던가. 아~ 슬램덩크여!
"농구 좋아하세요?"
"아니요. 농구는 모르겠고 슬램덩크는 좋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