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머문 자리

by 이혁

어느 날 문득

너를 닮은 바람이 불었다.

나는 가만히 눈을 감고

그 바람을 붙잡으려 했다.


손끝에 닿을 듯 닿지 않는 거리,

바람은 스치듯 내 곁을 지나

아무렇지 않게 멀어졌다.


나는 그제야 알았다.

네가 바람이었다는 것을.

언제나 나를 감싸지만

결국 머물지 않는 존재였다는 것을.


그렇게 네가 떠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지만,

나는 여전히 너를 기억할 것이다.

내 옷깃에 스며든 온기처럼,

지나간 바람의 향기처럼.


언제 어디서든

네가 불어올 것만 같은 마음으로.


매거진의 이전글웃음 뒤에 숨은 것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