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봄날의 너에게

by 이혁

봄은 소리 없이 찾아온다.

기다렸다는 인사도, 반가움을 알리는 신호도 없이 어느 날 문득 우리 곁에 앉아 있다. 여전히 찬 바람이 부는가 싶다가도, 창가에 머문 햇살이 사뭇 다르고, 밤공기 속에도 어렴풋이 꽃 내음이 섞여 있는 걸 보면, 봄은 이미 와 있는 것이다.


나는 종종 생각한다.

우리는 왜 봄을 기다릴까.

겨울이 너무 추웠기 때문일까, 아니면 얼어붙었던 것들이 녹아 내리는 순간을 보고 싶어서일까. 어쩌면 우리는 봄을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봄이 가져올 무언가를 기다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움이 해갈되는 순간을, 혹은 다시 시작할 수 있는 용기를.


봄이 오면 문득 네가 떠오른다.

너는 봄을 닮은 사람이었다.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온기로 곁을 감싸고, 화려하지 않아도 언제나 눈길을 머물게 하는 사람. 너와 함께한 시간은 언제나 봄날 같았다. 벚꽃잎이 흩날리는 오후에도, 빗방울이 창을 두드리는 밤에도, 너와 함께라면 계절은 언제나 따뜻했다.


그날, 너는 내게 물었다.


“봄은 언제 와?”


나는 웃으며 답했다.


“기다리면 와.”


그러나 기다린다고 모든 것이 돌아오는 것은 아니었다.

봄은 다시 찾아왔지만, 너는 오지 않았다. 꽃이 피어도 네가 없었고, 바람이 불어도 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그렇게 봄이 왔는데도, 내 마음은 여전히 겨울 속을 서성였다.


하지만 나는 이제 안다.

봄은 단순히 계절이 아니라는 것을.

어쩌면 봄은, 우리의 마음속에서 피어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한동안 얼어붙었던 것들이 녹아 내리고, 움츠렸던 것들이 다시 자라나는 순간. 희미한 빛에도 손을 내밀 수 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봄을 맞이하는 것이 아닐까.


그러니 오늘도 나는 기다린다.

누군가의 온기가 되어 줄 내 안의 봄을, 다시 피어나기를 기다리는 마음을.


그리고 너에게 전하고 싶다.

혹여나 너의 마음이 아직 겨울이라면, 혹여나 꽃이 필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봄은, 어김없이 너에게도 찾아갈 테니까.


어느 날 문득, 따스한 바람이 네 곁을 스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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