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리어 정체성의 재정의
요즘 나의 가장 큰 고민은
내가 슈퍼스타 재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동안 내가 떠올렸던 ‘성공’의 상징은
대표와 CFO같은 모습이었다.
그들처럼 주 5일 술자리에, 주말마다 골프 약속이 잡히는 삶.
사람을 만나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커다란 목표를 이끄는 자리.
나는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
능력 때문이 아니라, 성향 때문이다.
나는 그런 일정을 유지할 수 없다.
그런 활동을 즐기는 사람을 이길 수도 없다.
억지로 따라가다가는 금방 소진될 것이다.
그건, 내가 이룰 수 있는 성공의 형태가 아니다.
당신은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성공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나는 이 질문 앞에서 오래 머물렀던 것 같다.
다시 내 이야기로 돌아오면,
나는 지금까지 설정해온 커리어의 방향성을 전면 수정해야 한다.
물론,
성공을 포기한 건 아니다.
성취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 나름의 성공도 할 거다.
다만 그 모습은
무대 한가운데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인공’은 아닐 거라는 말이다.
내게는
주인공에게 필요한 비전이 없다.
어떤 수단과 방법을 써서라도 실현하고 싶은
궁극의 그림이 없다.
테슬라나 스페이스X가 아니더라도,
“이건 반드시 내 손으로 이루겠다”는 집요한 열망이
나에겐 없다.
그게 있었다면,
나는 성향을 넘어서
술자리도, 외향성도 자발적으로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10년간
나는 술자리를 피했고
그걸 ‘나와 맞지 않는 것’으로 여겼다.
어쩌면,
비전이 없기 때문에 회사를 다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회사는 목표를 대신 정해준다.
이루어야 할 그림도 대신 그려준다.
나는 그 그림 안에서
누군가의 꿈이 실현되도록 돕는 역할을 해왔다.
그렇다면 앞으로 나는
조력자의 커리어를 살아가야 한다.
조력자로서 성공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내가 아니라,
주인공을 더 빛나게 만드는 사람.
나는 스스로를 능력 있는 사람이라 생각해왔다.
지금도 그 생각은 변함이 없다.
단지 이제는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단계에 도달했을 뿐이다.
나는 슈퍼스타 재질이 아니다.
그걸 인정하니,
도달할 수 없는 목표를 좇기보다
나에게 맞는 목표로 방향을 전환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오랜 시간 ‘주인공의 방향’으로 질주해왔기에
이 전환에는 적응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을 인지하는 것,
그게 변화의 시작이라고 믿는다.
전환은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도 시행착오는 있겠지만
나는 안다.
나에게 맞는 방식으로,
내가 빛나는 시간이 반드시 올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