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을 못하는게 아니다

그 사람의 언어로 말하지 않았던 것 뿐이다

by 이언니

나는 말을 잘 못한다.

윗사람하고 이야기할 땐 평소보다 더 못한다.


상황이 불편해서이기도 하지만,

뭔가 상대와 나의 핀트가 어긋나 있다는 느낌이 든다.

가끔은 감정적으로 생각이 흐르기도 한다.


상대가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내 말에 관심이 없어서 대화가 안 통한다고 느낀 적도 있다.


그런데 곰곰이 돌이켜보면

과거에 동료나 후배와의 관계에서는 그런 감정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질문이 생겼다.

“왜 상사에게만 유독 이런 감정을 느끼는 걸까?”


사실 생각해보면,

동료나 후배와 이야기할 때는

그런 기분을 느낀 적이 거의 없었다.

불편하지도 않았고,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 입을 닫는 일도 없었다.


말이 안 통한다는 느낌을 받은 적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상사와의 대화는 늘 어색하다.

뭔가 맥이 안 맞는다.

내가 하는 말과 그 사람이 듣고 싶어하는 말이 어긋나고 있다는게 어느샌가 느껴진다.


나는 똑같이 말하는데

왜 누구와는 괜찮고, 누구와는 그렇지 않은 걸까.


처음엔 생각했다.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아서 혹은 애초에 내 이야기에 관심이 없어서 그랬을거라고.


그런데 요즘 생각이 바뀌니 조금 다르게 보인다.


같은 말을 해도

상사와 동료는, ‘듣는 방식’ 자체가 다르다.




동료와는 실력 중심의 관계다.

내가 일을 잘하면, 그 자체로 신뢰를 얻는다.

감정이 아니라 결과로 관계가 이어진다.


하지만 상사는 다르다.

그들에게 필요한 건 논리보다 타이밍이고,

정확한 설명보다 ‘듣고 싶은 방식’으로 전달되는 말이다.


나는 그걸 몰랐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말하면 공정하다고 생각했다.


어쩌면

내가 말을 못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의 언어로 말하지 않았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직장 상사와의 관계는 결국 이해관계다.

목적이 있어야 움직이고, 필요가 있어야 찾아간다.

애진작 알아야 했지만 이제서야 깨달았다.




우물은 목마른 쪽이 판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나는 우물을 파는 쪽이다.


자주 잊어버리지만

회사 안에서 상사의 동의를 구해야 하는 쪽은 결국 나라는 걸 요즘 계속 되뇌인다.


그리고 과거 내가 아부쟁이라 폄하하던 자들이 얼마나 대단한 사람들이었는지 감탄한다.


그들은 일찍 깨달은 자들이다.

과연 나는 그들처럼 할 수 있을까.


내용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서

내가 상대방이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로 전달하는 날이 올까.


상대가 듣기 싫어하는 방식으로 말했으면서

공정이랍시고 이해를 바라던 내 욕심이 컷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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