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Everything will be O.K!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응원하는 래퍼와 고등학생들의 노래

by 밀란킴데라
42537_1622117250.jpg 세 손가락으로 독재에 항거하고 있는 미얀마 시위대의 모습. shikshanews.com에서 인용.

정말 가고 싶던 회사의 면접에서 죽을 쑨 날, 친구는 나에게 “다 잘될 거야”라고 했다. 그런다고 죽이 밥이 되지 않을 것은 알았기에 하등의 위안이 되지 않았으나, 그 친구가 나를 생각하고 잘되기를 바라마지 않는 그 바람은 전달이 되었다.


스컬과 김디지가 지난 4월, ‘Everything will be O.K.’라는 곡을 발표했다. 이 곡은 미얀마의 군부독재의 폭력에 저항하며 민주화 운동을 벌이고 있는 미얀마 국민을 응원하기 위한 것인데, 제목만 보고는 얼핏 위로가 될까 싶었다. 사실 “잘 풀릴 거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야”라는 말처럼 하기 쉬운 말은 없다고 생각해왔고, 때로 누군가 나에게 이 말을 하면 ‘할 말이 없으면 차라리 침묵하는 게 어때?’라는 시니컬한 반응이 튀어나오려고 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미얀마는 지금 바로 옆에서 친구가 죽어 나가고, 사람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지고, 거리에 총소리와 비명소리가 가득한 상황이 아닌가.


그런데 그런 상황이라 오히려 그 말과 노래가 그들에게 힘이 되는 것 같다. 너무 힘들고 절망적이고 고립되었을 때는 함께하는 마음 자체가 힘이 되기도 한다. 힘듦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우리 밖에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희망이 되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랬다. 1980년 5월 18일, 군부 정권이 지금의 미얀마에서처럼 쿠데타를 일으켜 정권을 장악한 다음, 시민을 무고하게 죽일 때, 광주는 철저하게 고립되었다. 광주로 가는 모든 길은 통제되었으며, 서울에서 광주 사이에는 무려 여섯 개의 검문소가 있었다. 그 누구도 광주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고 있었으나, 광주 시내에서 무고한 사람들이 죽고 있었다. 시내에 밤낮으로 탱크가 다니고 총성이 울려 퍼졌다. 그때 독일의 한 기자가 그곳에 잠입해, 전두환 군사정권의 광주 탄압 현실을 기록해 전 세계에 알렸으며, 그 일 덕에 국제사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다.


5․18 이후 반독재 시위가 전국에서 벌어졌으며, 1987년 1월 서울대생 박종철 씨가 고문으로 죽고 6월 연세대생 이한열 씨가 최루탄에 맞아 사경을 헤매다 죽자, 6월 10일 민주항쟁이 크게 벌어졌다. 6월 26일 국민평화대행진 때는 시위 규모가 세 배나 커졌고 전국 16개 도시에서 민주화 시위가 벌어졌다. 마침내 6·29 선언이 발표되었고, 이후 대통령 직선제 선거를 치르게 되어, 민주화로의 첫걸음을 걷게 되었다.


한국이 이제는 더 이상 군사 쿠데타로 정권 찬탈이 벌어질 수 없는 나라가 된 데서, 그러나 과거에 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대해 미얀마인들은 적잖은 위로와 희망을 얻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우리가 5.18 당시에 불렀던 ‘임을 위한 행진곡'이 지금, 미얀마 현장에서도 울려 퍼지고 있다. 이 노래는 지난해 10월, 왕실 개혁과 총리 퇴진 시위하는 태국에서도, 또 2019년 3월, ‘범죄자 송환법’ 반대 시위를 하던 홍콩에서도 울려 퍼졌다. 광주의 아픔이 민주화의 시발점이 된 것을 기억하는 것이리라.


미얀마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지난 2월 1일, 미얀마 군사정권은 지난해 11월 치른 총선을 부정선거라고 칭하고 그때 압승한 아웅산 수찌 국가 고문과 그가 이끄는 국민민주연맹 지도자들을 가택 연금하고 1년간 비상사태를 선포한 다음 군인인 민 아웅 흘라잉에게 권력을 이양했다. 무장군인들이 거리로 나와 군사 쿠데타를 항의하며 시위하는 시민들에게 총을 쏘고 수류탄까지 던져 유혈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이 참혹함 때문에 이는 진압테러로도 불린다. 5월 말 현재 사망자는 800명을 넘고 구금자는 4,300명을 넘었다. 광주 민주화 운동 때처럼 죽는 사람은 그저 내 이웃이고 가족인 사람들이다.


미얀마 민주화 운동에서는 세 손가락이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세 손가락 동맹은 홍콩과 태국에 이어, 미얀마에서도 독재에 항거하는 의미로 통하고 있다. 아무 말 없이도 세 손가락을 보면 우리는 자유와 민주화에 대한 그이의 갈망을 알 수 있다. 일명 ‘밀크티 동맹’이라고 불리는. 밀크티를 즐겨 마시는 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는 민주화 운동에서 이 상징이 의미하는 게 남다르다.


영화 <헝거게임>에 처음 나온 이 상징은, 영화에서 그렇다고 언급하고 있진 않지만, 각각 선거와 민주주의, 자유를 뜻한다. 아웅산 수찌 국가 고문 석방을 요구하다가 영국 주재 미얀마 대사관에서 지난 4월 쫓겨난 쪼츠와민 전 대사는 기자회견 중에 손가락 세 개를 들어 보였고, 말레이시아 프로 리그에서 뛰는 축구선수 헤잉텟 아웅은 지난 3월 골 세리머니로 세 손가락을 들어 올려 출전 정지를 받기도 했다. 태국에서는 쿠데타에 성공한 쁘라윳 총리를 반대하며 그 앞에서 세 손가락을 든 학생들이 잡혀가기도 했다.


미얀마와 함께하겠다는 의미를 담아, ‘Everything will be O.K.’에서 김디지와 스컬은 이 상징을 언급했고(이들은 이 곡의 수익을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위해 쓰겠다고 한다), 서울실용음악고등학교 학생들도 ‘세 손가락’이라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했다.


1st Finger 그녀의 눈물을 닦아 줄 약속을 담은 손가락

2nd Finger 언젠가 우리 만나 함께 노래 부를 그날의 약속

3rd Finger 힘든 날을 함께 지킬 버팀이 될 손가락

Three Fingers 그녀의 눈물을 기억하는 우리만의 세상을 향한 약속

Everything will be O.K.

‘Everything will be O.K.’ 중에서


세 손가락 높이 세우고서

꿈꾸는 평화 위해 조국을 이끄네

이 밤이 다 지나면 모두 이뤄지리

우리 가슴에 항상 묵혀 왔던 말

우리 자유 영원하리

우리 이 거리엔 항상 자유의 웃음소리 들릴 수 있게

‘세 손가락’ 중에서


차가운 바람에 몸을 던진 사람들

자유의 달콤한 Everything will be O.K.

자유 자유

아버지의 고향

세 손가락 꽃 되어

피어나라 미얀마

‘미얀마의 봄’ 중에서


‘미얀마의 봄’을 부른 15살 소녀, 완이화 씨는 미얀마 카렌족 출신으로, 미얀마 난민으로 입국해 한국에서 살고 있다. 그는 지난해 트로트 전국 체전에도 참여해서 유명해졌다. 도무지 소녀의 것이라고 보기 어려운 절절하고 한 맺힌 듯한 목소리로 그도 “Everything will be O.K.”를 말하고 있다.


그걸 보니, “잘될 거야”라는 말을 한낱 무시했던 건 내가 그만큼 힘든 건 아니어서였을까 싶기도 하다. 정말 막막할 때는 그 막연하고 흔해 뻔한 말인 “잘될 거야”에서 가느다란 희망의 실마리를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끝을 기다리는 사람에게 ‘지금이 영원하지 않을 거고, 언젠가 끝이 날 텐데, 네가 바라는 대로 될 수도 있을 거야’라는 말이 혹여 계속 버티게 하는 힘이 될는지도 모른다.


이 노래들에 미얀마인들이 영어로, 또 서툰 한국어로 고맙다는 댓글을 남겼다. 문법이 정확하지 않고, 또 어떤 건 위 사람의 댓글을 복사해서 붙인 것처럼 똑같다. 아마 영어와 한국어에는 서툴지만 고맙다는 마음을 전하고 싶었던 것일 테다. 인터넷에 족적을 남기기 싫어하지만, 로그인을 하고 이들의 댓글에 ‘좋아요’를 눌렀다. 언론과 인터넷이 통제된 상황에서 얼마나 힘들게 댓글을 남겼을까 싶고, 아이피 추적으로 어려운 일을 당하면 어쩔지 싶고, 무엇보다 이들이 살아남아서 ‘좋아요’ 버튼 하나를 확인했으면 하는 마음에서다.


혹시 큰일이 벌어져도 빠르게 수혈할 수 있도록 맨 팔에 자기 혈액형과 연락처를 커다랗게 쓰고 오늘도 거리로 나갔을 이들에게, 할 말이 이것뿐이다. “Everything will be O.K.”


* 이 글은 독립 음악잡지 <gem magazine>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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