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비곗덩어리 - 기 드 모파상
1. 한줄 서평
"도덕으로 포장되길 강요당하는 비곗덩어리의 희생"
2. 작품 소개 및 배경
『비곗덩어리(Boule de Suif)』는 프랑스 작가 기 드 모파상이 1880년에 발표한 단편소설로, 프랑스-프로이센 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합니다. 전쟁의 혼란 속 루앙을 빠져나가는 승객들-귀족, 부르주아, 수녀, 상인 등 나름대로 교양과 학식이 있다고 할 만한 사회 각계각층이 모여 “비곗덩어리(창녀)”라는 별명을 가진 여성까지 포함하여 10명이 함께 여정을 떠나면서 생기는 일을 그리고 있습니다.
모파상은 이 소설에서 각 인물의 위선과 탐욕, 집단이기주의, 그리고 전쟁 상황에서 드러나는 계층과 도덕의 허위를 날카롭게 포착하며 프랑스 자연주의 소설의 진수를 선보입니다.
3. 줄거리 요약
1870년 전쟁과 점령의 암운이 드리운 루앙, 귀족과 상인, 수녀, 부르주아 가족 등 서로 다른 신분의 10명이 불안한 마음으로 마차에 탑승합
니다. 그들은 승객 중에 ‘비곗덩어리’라 불리는 창녀가 타자 모두는 겉으론 점잖은 척하지만, 속으론 본인들과 다르다며 묵시적 멸시를 건넵
니다. 여정이 길어지면서 배고픔이 닥치고, 유일
하게 넉넉히 음식을 준비한 비곗덩어리가 음식을 건네자 일동은 일순간 계급을 허문 듯 따뜻한 말을 건네며 음식을 나눠먹습니다.
음식을 받을 때는 비곗덩어리를 칭찬하기도 하지만 이는 곧 다시 계급의 장벽과 암묵적 소외로 되돌아
가게 됩니다.
곧 마차 일행은 독일군 장교의 검문소가 있는 작은 마을에 도착하지만, 장교의 검문으로 여관에 갇히
는 신세가 된고 맙니다. 장교는 출발 조건으로 비곗덩어리에게 자신의 요구(성적 희생)를 받아들
이길 청합니다. 처음엔 모두가 “애국심” “수치”를 내세우며 그녀를 이해하는 척하며 동조하고 설득
하지 않지만, 날이 지나 상황이 길어지고 답답함이 더해지자 본색을 드러내게 됩니다.
귀족, 수녀, 상인, 부르주아 가족들은 점차 “모두의 편의를 위해 희생해달라”며 도덕적 압박을 가하게 됩니다. 심지어 수녀들조차 계율을 느슨하게 해석
하며 그녀에게 은근히 희생을 종용하는 말을 건넵
니다. 결국 모두의 기대와 압박 속에 희생양이 된 비곗덩어리는 고통과 모멸을 감수하고 장교의 요구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날이 지나 장교가 출발을 허가한 후, 다시 출발한
마차 안에서 동승자들은 허기진 그녀에게 감사를 표하기는 커녕 오히려 비곗덩어리가 음식을 준비
하지 못한 것을 알면서도 더욱 냉담하고 적대적으
로 대합니다.
그녀는 자신이 베푼 호의가 모멸과 멸시로 되돌아
왔음을 깨닫고 눈물을 흘리지만, 그녀의 희생과 눈물은 침묵과 외면, 차가운 위선 속에 묻힌 채 마차는 목적지에 도착합니다.
4. 명대사
- “아무도 그녀를 보려고 하지 않았고 그녀를 생각하지 않았다.”
- “어쩌란 말이오. 그게 내 잘못은 아니잖소.”
- "'비곗덩어리'는 여전히 울고 있었다. 이따금 노래 구절 사이에서, 캄캄한 어둠 속에서 억누를 수 없는 흐느낌이 새어 나왔다."
5. 작품 해설
『비곗덩어리』는 군인, 귀족, 성직자, 부르주아, 상인 등 ‘사회의 전형적 인물’들이 위기 속에서 어떻게 공리주의란 자기 합리화로 도덕의 가면을 쓰는지, 인간다움과 이기심의 경계가 얼마나 쉽게 허물어지는지를 고발합니다.
이 소설은 공리주의가 정말 옳은 것인지에 대해 다시금 고민하게 합니다. 다수의 행복을 위한 소수의 희생이라는, 합리적이라고 포장된 개념에 의해 도덕을 강요당한 소수를 잘 보여주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개인의 인간성을 부정당하고 비곗덩어리라는 이름으로 치부된 한 여성, 사회에서 가장 약하고 비천하게 여겨진 존재가 ‘진짜 사람다움’, 이타심, 용기를 실천할 때, 소위 ‘고상한’ 이들은 끝내 그 희생을 등지고 연대의 손길이 아닌 비난과 배제를 선택하죠. 개인의 희생과 도덕을 강요하는 집단은 과연 도덕적일지 궁금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모파상은 단 한 편의 단편을 통해 “다수의 행복을 위해 소수의 행복은 무시되어도 좋은가”라는 도발적 질문을 우리에게 던집니다. 답은 정해져 있지 않고, 아무도 정답을 제시할 수는 없지만, 그 답은 누구보다 인간적인 한 사람의 희생되어진 침묵에서만 겨우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P.s.
'비곗덩어리'란 이름은 살찐 여인의 이미지를 비하해서 표현한 단어임과 동시에, 생명을 잃고
몸뚱아리만 남은 육신 자체를 흔히 일컫는 '고깃덩어리'를 의미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모파상은 희생을 강요당해 희생양이 된 비곗덩어리 뿐 아니라, 이기적인 위선과 탐욕으로 인해 인간성, 즉 영혼을 상실한 나머지 승객들 또한 다른 의미
로서의 '비곗덩어리'로 표현하고자 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비곗덩어리의 눈물 앞에서, 오늘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