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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Jan 29. 2022

[한자썰5] 然, 개는 원래 그러했다

개, 개당연해지다.


然(그럴 연): 肉(고기 육) + 犬(개 견) + 灬 (연화발 화(=火(불 화)))


然은 개(肉 + 犬)를 통째 불에 굽는(灬 = 火) 충격적인 장면이다. 그래서, 然은 처음에 ‘까맣게 타다’였다. 그런데, 멀쩡한 살코기를 검게 태울 리는 만무하지 않은가! 아마도 개를 가죽 채로 통째 굽다 보니 타는 털이 엉겨 붙어 숯처럼 시커메진 것을 가리킨 거다.


중국 고대에 ‘직화로 통 개 구워 먹기’가 꽤나 유행했나 보다. 오죽하면 ‘허겁지겁 먹는 꼴이라니, 체하는 게 然(통 개 구워 먹기)이 아닌가!’라는 말이 생겨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然은 ‘그러하다’또는 ‘당연하다’는 뜻으로 가차(假借)가 된다. '식은 죽 먹기'가 '쉽다'의 뜻으로 쓰이다가 널리 퍼지니 '식은 죽'으로까지 줄여 쓰게 된 원리와 비슷하다.


(출처) 百度百科 www.badu.com

드디어, 漢나라에 이르면 然은 ‘까맣게 타다’로 쓰이기를 그치고, 불 화(火) 하나를 더 붙인 燃(탈 연)이 그 뜻을 대신한다.(5, 7) 燃은 우편에 있는 然에 발음만 빌린 게 아니다.

然자의 유래는, 개식용에 중국도 유서가 깊음을 알려 준다. 전국시대 금문(金文)에 쓰인 然의 조상 글자(1)도 그 구성이 지금과 똑같은 걸 보면, 중국인들은 일찍이 이천 년 훨씬 전부터 개를 일반적으로 식용했고, 그 독특한 요리법은 잔혹했다.


고대에 글자는 상류층의 전유물이다. 특정 식문화 하나를 글자로 남길 정도이니, 상류사회에서도 개식용이 꽤나 인기였지 싶다.  아니, 어쩌면 그들 만이 즐겼을지 모르겠다. 고대에 가축은 그 종류와 수효가 적었고, 농경이든 사냥이든 나름의 쓰임새가 다 있었으니, 상류층 아닌 다음에야 가축 식용이 그리 쉽지 않았을 터이니 말이다. 다른 정황으로 개가 귀한 고기였다는 흔적도 있다. 獻(드릴 헌)자를 보면, 호랑이 문양이 새겨진 신성한 솥에 개를 담아 제사를 드렸다.


지금도 중국사람들은 지방으로 내려가면 개를 꽤나 먹는다. 그런데, 개에 관련한 서양 사람들 구설에는 유독 한국이 표적이다. 중국에 대한 함구는 그럴 가치가 없어서 인지, 그 힘이 무서워 그러는 건지 그건 모르겠다. 중국인들은 김치도, 한복도, 심지어 윤동주도 몽땅 대륙의 것이라 우기는데, 어쩐 일인지 개와 관련해서 만은 그런 말이 없다. 呵呵。


사족, 요즘 개는 접두사를 넘어 관형사급 반열에 올라섰다. 익히 써왔던, 개판, 개꿈, 개살구, 개수작, 개죽음 등은 부정적인 뜻이고 주로 명사에 붙는다. 그런데, 개이득, 개안습, 개매너, 개신나, 개설렘, 개좋다, 개부럽다, 개쩐다 등등이라니! 긍정과 부정, 명사와 형용사, 의미와 품사를 종횡무진한 지가 이미 상당히 되었다. 반려견은 이제 생활이자 문화가 되었고, 마침내는 유력 대선후보의 공약에까지 올라갔으니  말할 나위가 없다. 개가 다시 개然해 졌다. 


p.s. 개는 참 흥미로운 이야깃거리입니다. 관련된 한자는 허다하고, 고사(故事) 역시 숱하지요. 따로 연구를 해서 써 볼 예정입니다. 다음은 央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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