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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Jan 30. 2022

[한자썰6] 央, 타인은 지옥이다.

죄수, 가운데 자리를 차지하다.

央(가운데 앙) : 大(큰 대) + 冂(멀 경)


央(가운데 앙)의 갑골자는 나무칼을 목에 채운 죄수의 모습이다.(1,2) 그래서, 원래 의미는 재화(災禍), 즉 재앙과 화난이었다. 한편, 후한 허신(许慎)의 <설문해자>는 사람(大)이 문틀(冂) 안에 서 있는 모양이니, 央은 '가운데'를 뜻한다라고 전한다.(12) 그러나, 머리를 풀어헤친 채 무거운 칼을 뒤집어쓴 죄수의 비참한 몰골을 떠올려 보면, 아무래도 전자가 훨씬 더  자연스럽다. 그리고 보니, 갑골에서 一자로 강조된 머리 부분은 산발한 머리카락처럼 상상된다. 주)


(출처) 百度百科, www.baidu.com

죄수의 호송이나 처형은, 미디어가 부재한 고대사회에서 가장 인기가 있는 볼거리 중 하나였다. 물론, 지배자들도 그것을 노렸다. 죄수는, 지배층의 통치원리를 민중들에게 주입하기 위한, 경계와 공포를 수반한 매우 효과적인 장치였으니까! 이 때문에, 죄수는 그 호송길이나 처형장에서 항상 중심 자리에 위치했다. 그 생긴 모양을 차치하고서라도 갑골자 央이 '가운데'로 가차(假借)된 사연이 그러하다.


여기서 호기심 발동! ‘가운데 일반적으로 좋은 의미다. 밖으로부터 모이고, 관심과 보호를 받고, 응원을 끌어내는 자리이고, 안으로부터는 가르치고, 다스리고, 베풀고, 보여 주는 자리이다. 최소한으로 봐줘도 중립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작  글자는, 속박과 형벌의 엄혹한 의미를 가진 선대 글자를 빌려서 만들어진 이유는 무엇일까?


떠오른 답이, 사르트르의 희곡 '닫힌 ' 나오는 , '타인은 지옥이다'이다. 우리는 타인들의 판단과 평가에 과도하게 의존해서 살고 있기 때문에, 문을 열어줘도 빠져나가지 못하는 지옥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하물며, 내가 '가운데' 자리했음에랴....! , 즉 '가운데'  지옥의 벽이 더욱 두텁고 높아지는 처지(處地)이다.


관심을 받는 , 또는 인정받으려는 자는 결코 자유로울 수가 없다. 권력자는 도덕적으로나 사법적으로 죄인으로 붙잡힐 가능성이 커지, 유명 연예인들은 소소한 사생활마저도 보호받기가 어렵다. 보통 사람이라면 무시했을 아무리 조그만 흠조차도, 그들은 표적이 되고, () 되어, () 입기 십상이다. 그러니, 관종(觀種) 함부로 즐길 일이 아니다.


殃(재앙 앙)은 央이 '가운데'로 가차 되어 버리자 원래 뜻을 지키기 위해서 파생한 글자다. 歹(뼈 알) + 央(가운데 앙)! 죄수가 처형을 당해 뼈만 남은 상태이니, 그야말로 최악의 재앙이다. 殃에 우편 央은 ‘가운데’가 아닌 ‘칼 쓴 죄수’이고, 殃은 央 보다 더 처참해졌다.


央은,  어두웠던 과거 때문에, 中과  뜻이 같음에도, 잘 쓰이지 않는다. 고작 쓰인다 해야, 중앙(中央)에서는 뒷자리에, 진앙(震央)에서는 재해에 따라 붙는다. 중국말에 央자가 앞에 오는 말들이 꽤 있기는 한, 그때는 ‘간청하다’, ‘부탁하다라는 뜻이다. 벌을 면하고 싶은 죄인의 마음이다. 央國이 아니라 中國이  이유일 수도 있다.^^


권력을 장구하게 쥐었거나, 인기가 단시간에 오르거나, 재부가 넘치도록 쌓인다면, 그게 央이 되기도 한다. 중국의 개혁개방을 이끈 덩샤오핑(邓小平)이 후대를 위한 유훈으로, '일찍 고개를 들지 말라, 최소 50년은 韜光養晦(도광양회, 빛을 감추고 어둠 속에서 은밀히 힘을 기름)하라!' 했다 한다. 시진핑의 중국은 아직 그 50년에 이르지 않았다.


주) 설문해자 : 후한시대에 허신이 편찬한 중국 최초의 자전. 1만여 자에 달하는 한자의 모양, 뜻 및 발음이 종합적으로 해설되어 있음.


p.s. 다음은 省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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