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목을 살피는 지도자를 기다리며…
省(살필 성) : 少(적을 소) + 目(눈 목)
省(살필 성)의 갑골자는 한 포기 풀 아래에 눈 하나를 함께 그렸는데, 이는 초목의 생장을 가까이에서 자세히 살핀다는 뜻이다.(1,2,3) 농자가 씨 뿌려, 흙과 물을 고르고, 뿌리와 잎의 무성함과 시듦을 끊임없이 살피듯이, 관찰하고 조사하고 검사하는 것이 곧 원래의 省이다.
전국과 진한시대를 지나면서 두 가지 변화가 생긴다. 하나는 풀(屮)과 눈(目) 사이에 사선을 그어 초목과 눈의 결합임을 명확히 한 것이고, (5) 둘은 少와 囧(밝을 경, = 明亮,明白 ; 깨닫다)의 결합으로 변형된 것인데, 풀(屮)이 와전되어 少가 되었다는 설이 있지만, 교체한 囧과 함께 생각해 볼 때, '작은 것도 살펴서 밝게 깨달음'을 얻는다는 뜻으로 나는 해석한다. 와전이 아닌 의도한 변화로 보인다.(4) 그 후 한대 예서(隸書)에 이르면, 두 가지 변형으로부터 각각 目와 少을 떼어내 조합해서 지금의 省이 만들어진다.(6,12)
공교롭게 省의 중국어 발음도 xing(싱)과 sheng(셩)으로 두 가지인데, 그 의미 역시 각기 다르다. 주)
省(xing)은 '관찰하다', '반성하다', '안부 묻다', '깨닫다'이므로 갑골자의 원 뜻과 그 맥락이 같다. 외부뿐만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돌아보는 용도가 추가된 게 차이다. 아마도, 囧(밝을 경)의 흔적이 아닐까 싶다. 논어 학이편에 나오는, '吾日三省吾身(오일삼성오심, 나는 하루 세 번 자신을 돌아본다)‘가 좋은 사례다.
한편, 省(sheng)은 '절약하다', '덜다', '생략하다'이다. 이는 갑골자의 원 뜻과는 괴리가 큰데, 고대에 황궁 내 금지지역(禁地)을 출입할 때 하는 검색(视察)을 省(sheng)이라 칭한 것이 그 연유다. 검색의 목적은 무언가를 덜어 내기 위함이지 더함이 아니었을 테니 말이다.
이 금지구역의 대부분을 중앙관서들이 차지했기 때문에, 위진시대 이후에 省(sheng)은 아예 중앙관서 그 자체를 가리키게 된다. 우리 고려사에 나오는, 중서성, 상서성과 문하성이 탄생한 때가 이 시기이다. 더 나아가 원대에는 지방통치를 강화하는 행성(行省)제도의 시행으로 省이 지방에까지 확대되고, 이 전통은 명, 청을 거쳐 현대 중국에까지 이어진다.
중국의 1급 행정구역 33개 중 22개가 省이다. 일본도 중앙 정부부처에 이 명칭을 쓴다. 갑골의 원 뜻을 돌이켜, 백성의 안위를 살피되 작은 것도 소홀히 보지 말자 해서 省이라 붙였을 게다. 그러나, 과연 이 나라들이 정말 그러고들 있는지는 잘 모를 일이다. 省(sheng)의 관서명이 금지(禁地)로 부터 생겨났다 하니 괜한 의심을 떨치기가 어렵다.
한국은 최상위 행정구역은 道이고 중앙부처는 部다. 道는 인도하다, 바른 길, 이치, 근원 등의 뜻으로, 형이상학적이고 실용성이 적다. 백성을 보살피기보다는 가르치려 한다는 느낌이다. 반면에, 部는 건조하다. 나누다, 거느리다, 구분, 분류…. 조직의 존재형식일 뿐 별다른 의의를 갖지 않는다. 어쨌든, 省자를 붙이지 않았으니 그 이름 탓으로 백성을 보살펴야 할 의무는 없다. 우리나라 공무원들은 좋겠다. 중국이나 일본보다는 스트레스 덜 받아서….
사족, 반성(反省)은 자신의 말과 행동을 스스로 돌이켜 보고 고친다는 말이다. 살필 대상이 객체인 게 보통인데, 주체가 주체를 살핀다고 하니, '거꾸로 살핀다'는 뜻으로 반성이란 말이 생겼다.
그런데, 省과 反省은 별개의 것일까? 省하지 못하는 사람이 反省하는 것은 무용지물이거나 거짓이다. 省하는 사람이 反省하지 않는 것은 무능력이거나 오만이다. 결국, 省과 反省은 같은 省이다.-‘吾三省~’에 反이 없는 이유다 - 그러므로, 자신에 대해 反省할 줄 모르는 사람은 제대로 省할 수가 없다. 지도자로는 결격이다. 省을 하겠다 허언하지 말면 좋겠다.
주) 省의 한국발음도 '성'과 '생' 두 가지이지만, 그 발음간 의미 차이가 중국과 일치하지 않는다. 우리는 생략(省略)이라 쓰면서도, 섬서성(陕西省)이라 읽는다. 중국식이라면 섬서생이어야 한다.
p.s. 다음은 我(나 아)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