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우공지마 Feb 13. 2022

[한자썰14] 獄, 개를 감옥에 가두다.

제발, 개싸움 좀 그치자!

獄(옥 옥): 犬(개 견) + 言(말씀 언) + 犬(개 견)


獄(옥 옥)은 좌우에 개(犬)를 두고 그 사이에 말(言)이 들어간 글자다. 그 개들은, 흥분해서 으르렁(言)거리며 대치하고 있거나, 방금까지 물어 뜯고 할퀴며 혈전을 치르다가 누군가에 가로 막혀 중재(言)를 받는 중이다.


'개싸움'은 일정한 규칙도 없이 추하고 비겁하며 난잡하게 부리는 싸움질을 가리킬 때 쓰는 말이다. 소시적 시골에서 심심찮게 보던 아주 익숙한 장면이기도 하다. 동네 견공(犬公)들이 쫓고 뒹굴고 물고 으르렁 대며 싸우는 장면, 獄(옥 옥)은 바로 그 순간을 포착했다.


그 개싸움도 말리는 판에 사람 싸움을 그냥 내버려 둘 수는 없는 일 아닌가! 해석에 따르면, 못 배우고 생각이 천한 종들이 작은 일에도 걸핏하면 서로 말싸움하는데, 그 하는 짓을 개싸움처럼 여기던 주인이, 가끔 싸움 중재를 해 주는 일이 있었는데,  그것을 獄라고 했다 한다. 獄이 재판의 기원인 셈이다.


재판은 당사자 아닌 제삼자가 시비(是非)를 대신 가려 정하면, 비(非)로 판정받은 자는 옥에 가두어 벌하게 된다. 재판이 널리 퍼지게 되면서, 사람들 사이에 과격한 말다툼이 점차 잦아들기 시작한다. 그러자, 獄은 더 이상 말다툼으로 쓰이지 않고, 재판의 결과인 '감옥'으로 그 뜻이 바뀐다. 지금까지 한자썰을 유심히 읽었다면 쉽게 알아챌 수 있는 자의(字意) 변화 패턴 중 하나이다. 어떤 글자가 가리키는 대상이 사라지면, 그 글자는 함께 사라지지 않고 그 대상과 연관된 다른 다양한 무언가로 그 의미가 바뀐다.(我는 동일 사례)


獄이, 본래 뜻인 '다툼'을 버리고 그 결말인 '감옥'의 의미를 갖게 된 것은, 재판이 '다툼'의 파국을 형벌로 막아 평화를 확보해 준 덕분이다. 재판을 통해서 가리면 될 일을, 굳이 ‘다툼’이라 이름 붙여 싸움을 돋우지 말고 그 형벌인 '감옥'으로 불러, 싸움 자체를 피하게 하려는 의도도 있었을 게다. ‘이러다가 너나 나나 감옥에 간다’라는 두려움을 조장하여 스스로 다툼을 그치게 했다는 것이다. 솔로몬의 위대한 재판이 만들어 내는 결과와 유사하다.


'22.02.04 러시아-벨라루스 연합훈련(다연장로켓 발사)

사족, 싸움에도 종류가 있다. 戰(싸움 전)은 칼이나 창을 부딪치는 목숨을 건 다툼, 鬪(싸움 투)는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흩날리면서 머리통을 부여잡고 흔들어 대는 격렬한 다툼, 競(겨룰 경)은 구경꾼들 앞에서 상대를 이겨 뽐내기 위한 다툼, 爭(다툼 쟁)은 무언가 차지할 것을 사이에 두고 밀고 당기는 다툼! 주)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다툼'들이, 초월적인 현자의 정의롭고 공정한 판결을 통해서, 평화로운 결말을 맺게 되어, '다툼'을 뜻하는 글자들 낱낱이 그 결말의 의미로 전부 바뀌는 세상은 언제나 도래할까?! 戰(평화 전), 鬪(다독일 투), 競(다 잘할 경), 爭(나눠가질 쟁)으로...!


미래창조산업 A.I. 라면 그렇게 해 줄 수가 있을까? 나라 안팎으로 온통 다툼이 범람하는 시절이다. 呜呜。


주) 네 글자 모두 현재 쓰이는 의미는 싸움, 다툼으로 동일하지만, 각 글자의 갑골자, 금문 등을 살펴 보고서 그 의미를 개인적으로 상상해 구분해 본 것임. 역시 썰이므로 객관적 근거는 없음.


p.s. 다음 한자썰은 도울 찬(赞)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한자썰13] 棗,사랑이 왜 걸렸나?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