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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Feb 14. 2022

[한자썰15] 贊, 라이킷을 날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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贊(도울 찬) : 先(먼저 선) + 先(먼저 선) + 貝(조개 패)


贊(도울 찬)은 兟(나아갈 신)과 貝(조개 패)이 모인 글자다. 兟자는 한 발을 내딛는 사람(先) 둘을 나란히 세워서 앞으로 나아간다는 뜻이 되고, 貝는 조개의 상형이지만 고대에는 화폐로도 쓰였으니 재물을 뜻한다. 兟으로 어깨를 맞댄 두 사람은 왠지 어깨동무라도 하고 있지 싶다.


(출처) 百度百科, www.baidu.com

딱 걸린 거다. 두 사람이 재물을 챙겨 들고 함께 어딘가로 나아간다? 누군가에게 뇌물을 먹이러 가는 거다. 贊의 새김, ‘돕는다’가 그 증거다. 그렇게 몇 번씩 부탁을 할 때는 들은 척 만 척하더니, 선물을 하나 갖다 바쳤더니 그제야 도와주더라는 말이다. 贊의 다른 새김말들에, '전달하다', '천거하다', '추천하다' 등이 포함된 것을 보면 엽관(獵官)의 기미까지 다분하다. 주 1,2)


뇌물을 바칠 때는 가급적 혼자서 가지 않는 게 좋다. 증인이 있어야 수뢰자가 먹고 입 닦는 일을 방지할 수가 있기 때문이다. 贊의 兟은 이 상황을 기가 막히게 잘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면, 뇌물 받을 때 동반자가 따라오는 것을 반기는 수뢰자는 없을 것이다. 그러니, 부득이 혼자 갈 때는 반드시 날짜와 페이지 순서를 맞추어 그날 있었던 일을 일기에 꼼꼼히 적어 두거나, 장부 같은 것에 관련 기록을 꼭 남겨 두시라! 이때, 컴퓨터는 피하고 수기로 작성하는 것은 기본 중에 기본이다. 요즘은 휴대폰 녹취기능이 있어서 뇌물 바치기가 참 편해지긴 했다.


하나 더, 贊은 ‘칭찬(稱讚)하다’는 뜻도 있다. 선물을 드릴 때 아부를 곁들이면 그 효과가 배가(倍加)된다. 뇌물계에 화룡점정(畫龍點睛)이라 할 수 있다.


'좋아요'나 '라이킷'이 중국말로 바로 이 贊(Zan, 잔)이다. 그럼, 각종 SNS나 브런치에서 '좋아요' 누르는 게 뇌물이라는 건가? 맞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다른 작가님의 '라이킷'을 되받아 볼 요량으로 '라이킷'했다면 그건 뇌물이다. 작가님의 자기소개에서 듬직한 신뢰가 느껴지고, 읽은 글에 심금이 울리거나 깨달음을 얻었을 때, 아무 사심 없이 '라이킷'해야 그제야 그게 뇌물이 아닌 거다.


사족, 이제 贊에 씌운 억울한 누명을 벗겨줘야 하겠다. 훨씬 더 적나라하게 뇌물을 표현한 賂(뇌물 뇌)라는 글자가 있은 덕이다. 貝는 물론 재물이고, 各(각각 각)은 교차로의 입구를 뜻하는데, 이 둘이 합해진 賂는 '길 입구를 지키는 관원에게 금전을 찔러 주고 우선통행권을 얻는 것'을 지칭한다. 贊처럼 점잖게 에두르지 않고, 정확하고 직접적인 표현이다. 너무나 구체적이라서 도대체 빠져나갈 구멍이 없다.


이런 賂가 버젓이 있는데 그 어느 누가 찬물(贊物)이라 하겠나? 뇌물(賂物)이라 하지! 그래서, 찬조(赞助)라는 말은, 비록 赞의 새김말들에 다소간의 불손(不遜)함에도 불구하고, 선한 뜻으로만 쓰이는 거다. 곤궁한 사람들, 선한 사업하는 단체들, 벗들과의 좋은 모임에 찬조들 많이 하시기 바란다.


좋은 작가와 훌륭한 글에도 '라이킷' 많이 많이 날리시라! 다만, ' 글도 봐주세요!', '나도 라이킷  주세요!' 하는 마음이면  곤란하다. 賂에 가깝다. '작가님과 친구 맺고 싶어요!', '글이  좋아요!' 하는 '라이킷' 진짜 贊이다. 구독하기도 마찬가지다.


주) 1. 贊에 夫와 先은 둘 다 계속 상용(常用)되어 왔고 지금도 혼용된다. 해석에 차이를 둘 필요도 없다.

2. 엽관(獵官) : 관직을 얻으려고 갖은 방법으로 노력함


p.s. 다음 한자썰은 들을 청(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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