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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Feb 14. 2022

[한자썰16] 聽, 왕이 될 상인가?

당나귀 귀를 가지셨나이다.

聽(들을 청) : 耳(귀 이) + 壬(북방 임) + 十(열 십) + 目(눈 목) + 心(마음 심) 주 1)


聽(들을 청)이 갑골자나 금문에서 耳(귀 이)와 口(입 구)가 결합한 글자다. 사람의 말에 귀를 열어 듣는다는 뜻인데, 유난히 큰 귀가 눈길을 끈다.(1, 2, 3) 이 '커다란 귀'가 복선이 되어, 이어지는 聽의 모든 자형에서 耳(귀 이)가 두드러지게 커 보인다. 이 갑골자에는 이체자 하나가 있는데, 사람 글자가 아랫부분에 함께 그려져 있다. 이 또한 '커다란 귀'처럼 끝까지 살아남는다.(新部①)


(출처) 百度百科, www.baidu.com

聽(들을 청)은 갑골자로부터 '듣는 행위(耳)'를 이어받아서, '똑바로 봄(十+目)'과 '마음을 쏟음(心)'(=惪(클 덕))이 추가된 글자다. 주 2)

聽은 진정한 듣기에 대한 일종의 정교한 매뉴얼이다. 상대방이 말할 때는, 상대의 눈을 직시하고, 느낌을 놓치지 않으면서, 귀를 크게 열어서 들으라 한다. 壬(사람)을 耳 아래 한 귀퉁이에 아주 작게 그려 놓고서, 상대편 말을 끊지도 말고, 나를 내세우지도 말라고 한다. 聽은 경청(傾聽)의 방법과 태도를 너무나 상세하게 설명한다. 과장 좀 보태서 굳이 달리 어디서 배울 필요가 없다.

聖(성인 성)도, 귀와 입과 사람을 그린 갑골자(新部①)에서 파생한 글자다. 따라서, 聖의 원래 뜻도 '듣다'였다. 그러나, 사람을 뜻하는 壬의 영향을 받아서, '예민하게 듣다' 즉 경청(傾聽)의 의미가 강조되면서, 사리를 통달하고 품덕이 높다는 뜻으로 변화해 간다. 오늘날에는 성현(聖賢)으로 그 의미가 굳어져서, '듣다'로는 더 이상 쓰이지 않는다.


聖자는, 훌륭한 사람이 되려면 남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가르치고, 聽자는  듣기 위한 실천적인 방책을 친절히 가르치니, 이란성쌍생아인 聖과 聽의 일통이 신기할 따름이다.  글자가 모두 2000 전에 있던 '커다란 ' 가졌고, '사람' 품고 있다는 점은, 선인들의 지혜는 쉽게 사라지지 않고 유구히 전해진다는 좋은 사례다.


간체자인 听(들을 청)은 오랜 예로부터 聽의 대체자였다. 상용(常用)하는 聽인데, 워낙에 그 획수가 많다 보니 불가피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聽이 꿋꿋이 살아남은 이유는, 그 글자에 담긴 완벽한 의미 구조 때문이었을 게다. 그러나, 중국 공산당의 실용주의는, 聽을 과감히 청산하고 听을 그 정식 간체자로 공표하게 만든다. 아무리 공산당일지라도 고민이 많았을 것이다.


听은 입(口)과 도끼(斤)의 결합이다. 그런데, 입을 크게 벌린 모양을 닮았다 해서 '웃는 모습'을 나타낸다. 그래서인지, 새김말이 喜(기쁠 희)와 같다. 남의 말을 들을 때는 지긋한 미소를 지으며 공감해 주어야 한다는 뜻, 공산당이 聽을 버린 빌미였으리라!


聽에 壬은 王으로도 쓴다. 모양이 비슷해서 만이 아니고, '왕으로서 갖추어야 할 덕목'이라는 함의를 임금 왕 聽자에 담아 두기 위함이다. 다가오는 3월에 대통령 되시겠다는 분들이 꼭 익히셔야 할 글자다.


주) 1. 실제는 十(열 십)이라 할 수가 없다. 어떤 방향을 똑바로 본다는 뜻으로 쓴 모양자다. 壬도 사람을 뜻하기 위해서 빌려 쓴 모양자다

2. 聽의 오른쪽 글자가 웹에서 활자 지원이 안 된다. 다행히 동자인 惪이 가능한데, 聽에서는 目이 누웠다.


p.s. 다음 한자썰은 눈 목(目)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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