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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Apr 24. 2022

[한자썰49] 夏, 신화의 흔적

화려(華麗)한 여름

夏(여름 하): 首(머리 수) + 夂(천천히 걸을 척)


夏(여름 하)의 갑골문은 괴수에 가깝다. 머리가 가분수이고 그 대부분을 차지한 눈은 생뚱맞기 그지없다. 머리 위에 벼슬이 돋았는데, 그 앞뒤에는 새부리와 짐승 귀 같은 것들이 붙어 있다. 갈쿠리를 닮은 손은 과장스럽게 크다.(표에서 갑골문) 夏는 금문 이후로 계속 간화 되지만 머리와 손은 더욱 강조된다. 강렬한 기억은 세월이 지나도 지워지지 않고 오히려 더 또렷해진다. 한자는 중국사람들이 현상으로부터 얻은 기억과 연상, 추론의 기록이다.(표에서 금문, 소전, 예서)


그 해괴한 모습에도 불구하고, 夏는 원래 사람을 가리켰다. 그들은 신석기에서 청동기로 전환하던 시기에, 황하강 중류 일대, 중원이라고 일컫는 지역에 거주하던 일단의 무리다. 그들이 세운 夏나라는 무려 500년(BC 2070~1598) 간을 유지한다. 중국인들은 그들을 자신들의 선조(先祖)라고 믿고 있고 그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여긴다.


'중화인민공화국(중국)', '중화민국(대만)', '화교(해외 정착 중국인)'에 들어 있는 화(華)는,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중국인들이 스스로를 夏의 후손임을 공공연히 밝히는 것이다. 夏나라 사람들은 화하족(華夏族)이라 불린다. 華가 곧 夏다. 夏(=華)는 중국인의 주체성을 나타내는 중요한 상징이다. 주 1)


夏자가 사람이지만, 사람을 가리키는 다른 글자들, 人(사람 인), 大(큰 대), 夫(사내 부), 天(하늘 천) 자들과 그 결이 다르다. 이 글자들은 신체 기본 골격에 약간의 장식이나 배경이 더해졌을 뿐이지 참 간단하다. 신체 부위의 비율도 그런대로 지켜진다. 그런데, 夏는 머리 위, 손, 발 등 신체의 세부 끝단들이 간화를 역행해서 자세히 묘사된다. 특히 머리 위와 눈 부위를 지나치게 과장하고 신체 부위 간의 비율은 심하게 훼손되어 있다.


이 때문에, 夏는 인간이면서 인간과 동격이기를 원하지 않는 존재, 또는 인간사에 개입하고 싶어 하는 인간이 아닌 초월적 존재를 상상하게 한다. 우리는 전자를 신탁(神託)을 행하는 자인 무당이라 하고, 후자를 그 신탁의 원천인 신이라 부른다. 이는 비단 중국에 夏만 그런 게 아니다.


夏는, 벽화에 그려진 이집트의 오시리스나 이시스, 호루스, 점토판에 부조된 수메르의 아눈나키들을 연상시킨다. 그들은 모두 신이다. 주 2)


지중해에 연해 있는 유대, 이집트, 그리스와 로마에 이르는 지역들은 그 마다 자신들의 신화를 가지고 있다. 배경과 시대가 각각 다르니 그 신화들의 내용과 신들의 이름 역시 각각 다르다.


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민족과 지역, 사회체계, 문화와 언어, 문명과 지적 수준에 따라 신화의 내용이 다소간에 변형되었지만, 그 근본 뿌리와 골간이 같다는 것이다. 그리스 로마와 이집트, 유대 신화에 등장하는 신들은 수메르의 신들과 그 계보와 그들이 연출하는 이야기들의 맥락이 상통하는 부분이 아주 많다. 도저히 각기 독립된 것이라 말할 수가 없다. 근동의 고대 종교인 조로아스터교, 유대교, 인도의 힌두교에 이르기까지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그 허다한 신들의 이야기가 중국이라해서 예외일 리가 없다. 夏가 바로 중국의 그것이다.


夏는 BC 2070년에 우(禹)가 전설의 제(帝), 순(舜)으로부터 물려받아 세운 중국 최초의 나라다. 기록이나 유적이 발견되지 않은 夏는 오직 전승(傳承)으로만 알려졌을 뿐이니, 역사가 아닌 그저 전설 속의 나라다.


夏는, 단순히 한 나라의 특정 혈족에 국한된 조상이 아니라, 신석기에서 청동기로 대륙의 문명이 폭발적으로 발전하던 시기에, 고도의 선진적인 능력을 발휘한 어떤 존재로 봐야 한다. 그 앞 전설의 시대에 불을 발견하고, 사냥법을 창안하고, 농경을 발명한 수인씨(燧人氏), 신농씨(神農氏), 복희씨(伏羲氏)의 업적을 이은 우월한 초월적 존재에 대한 상상 속의 현신(现身)이다.


그러므로, 夏를 단순히 중국인, 특히 한족(漢族)에 속박하는 것을 옳지가 않다. 역사적으로도 夏는 그들 만의 표상(表象)이 아니었다.


대하(大夏)라는 나라가 있다. 중국 서북방 실크로드 입구에 자리한 나라다. 지금의 칭하이성(青海省)과, 닝샤성(宁夏省), 산시성(陕西省)을 걸쳐 있는 광대한 지역이다.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둔황(敦煌) 유적이 있는 불교가 융성했던 나라다. 1230년 원나라에 복속되기 전까지 200년 동안 중국 서북방에 자리해서 실크로드의 관문 역할을 했고 문화와 종교뿐만 아니라 경제, 군사적으로 강성했다. 송은 그들을 서하(西夏)라 불렀다. 고대 夏의 서쪽 땅에 있는 나라라는 뜻이니 진정한 夏는 아니라는 의미로 하대(下待)한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스스로를 대하(大夏)라 불렀다. 그들이 夏나라 서쪽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스스로가 夏이고 심지어 大夏로 夏의 본체이거나 확장이라는 인식을 가졌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티베트족의 일파인 탕구트족이었다. 한족도 아닌 자들이 스스로를 夏라 불렀다. 혼란스럽다.


또 있다. 흉노족들도 자신들이 북방에 세운 마지막 나라를 大夏라 칭했다. 大夏은, 5대 16국 시대 지금의 산시성(陕西省)과 간쑤성(甘肃省) 지역에 화북을 양분하는 중요 세력으로 등장했으나, 내분으로 얼마 못 가 곧 망해 버린다.(407~431) 국명을 夏로 한 것은 자신들이 하후씨(夏后氏=禹)의 후손이라는 전설을 바탕에 둔 것이다. 주 3)


나라 이름은 대충 정하는 것이 아니다.  나라의 정통성을 선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나라의 근본(根本) 이상(理想) 담고 있어야 하고, 백성들이 공감해야 한다. 백성이 동의하지 않는데 지배층이 그들의 전통이나 혈통 따위를 내세워 힘으로 정할  있는 것이 아니다. 도대체 중국 대륙 서북쪽 깊숙한 땅에 살던 이민족들이  한족의 조상을 가리키는 夏를 자기 나라의 이름으로 선택한 것일까?


夏는 人과는 다른 특별한 존재이다. 스스로가 사람으로 알려지기를 바라는 존재이면서 동시에 사람과는 다른 자격을 갖는 존재로 대우받기를 원하는 존재여야 한다. 즉, 지배층이다. 신정(神政)이 일치하던 야만의 시대에는 무당이 그들이다. 무당은 인간과의 차별성과 신탁의 존엄을 표시하기 위해서 자신을 감추고 치장한다. 가면을 쓰기도 하고 겉모습을 요란하게 변장한다. 夏는 바로 그 무당의 모습이다. 신정이 분리된 후에도 권력을 독점한 정치 지배층에게 차별성을 과시해야 하는 입장은 똑같다. 면류관과 감투를 올려 써야 하고 휘황한 복식과 두꺼운 요대를 걸쳐야 한다. 무당의 샤머니즘이 사라진 후에도 夏는 여전히 살아남는다.


중국인들이 夏를 자신들의 조상이라 하는 것은 신탁을 행하는 자 또는 지배권을 가진 자의 권력을 흠모하는 인류 일반적 욕망의 발로 때문이다. 그 끓어오르는 뜨거운 욕망 때문에 夏가 여름을 가리키게 된 것일지 모른다. 실제로 왜 夏가 여름이 되었는지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사족, 夏는 오늘날 우주인의 모습을 많이 닮았다. 머리는 기형적으로 크고, 눈은 얼굴 대부분을 차지한다. 팔과 다리는 둔하지만 강인하고, 손과 발은 실제 세부 모양이 드러나지 않지만 모양과 위치는 오히려 더 분명하다. 夏가 人보다 몇 배나 복잡한 것처럼, 우주인의 외형은 간단한 듯하지만 실제는 엄청나게 복잡하다. 통신, 방호, 완충을 위한 복잡한 장비들과 호흡, 보온, 방역을 위한 고도의 기능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현대 과학의 총합이 우주인을 감싸고 있다.

夏는 어쩌면 고대 선진문명에 대한 인류의 기억일 수 있다. 대서양과 지중해 연안에 전해 내려오는 무굴제국이나 아틀란티스, 신석기 고대 선진문명 유적인 터키 남부의 괴베클리 테베, 중남미 잉카와 아즈텍의 고도의 문명과 같은 선진 문명이 중국 대륙에서는 夏라는 기억으로 남았을 지 모른다. 주 4)


태초에 무당은 외계에서 지구를 찾아온 우주인이었을 수도 있다. 외계인은 지구환경에서 살아가기 위해서 우주인의 복장을 했을 것이다. 고대인들은 우주인을 신성한 존재로 숭배했고, 원시인들은 그들을 무당이라고 불렀다.


어떤 이유로 우주인이 지구를 떠난 후에는 자신들의 신탁을 실현할 존재로 인간들 중에 무당을 두었을 것이다. 처음에 인간들은 그 무당을 우주인으로 알았다. 우주인의 영향력이 점점 약해지자 무당의 신통함도 따라서 약해진다. 인간들은 무당에게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 샤먼 그리고 고대시대다.


더 오랜 시간이 지나자 무당은 권력을 잃게 되고 신정이 분리된다. 문명의 발달은 계급을 형성하고 마침내 인간들 중에서 힘을 얻는 자들이 무당을 밀어내고 인간을 지배하게 된다. 다만, 무당의 기억을 가진 인간들을 설득하기 위해서 상당기간 동안 정치적 지배자들은 무당을 내세운다. 신정일치가 아니라 신정 야합의 시대를 거치게 된다. 중세시대다.


인간들이 과학과 인간 본성에 눈뜨기 시작하면서, 신성은 더욱 인간들로부터 멀어지게 된다. 무당은 인간들에게 정신적인 어려움을 해소해 주고, 미래에 희망을 잃지 않게 해서 현실을 포기하지 않고 버티게 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정치의 조력자가 아니라 인간의 조력자가 되어 가는 중이다. 현세다. 따라서, 종교가 정치를 행하는 것은 인간과 시대에 대한 역주행이고 착오다.


夏는 사람의 모습이지만 이상하게 과장되어 있다. 보통의 인간과는 다르게 표현되어 있다. 그 불편함에도 불구하고 夏 자는 人을 뜻하는 다른 글자들로 대체되지 않았다. 지구인 5명 중 1명(14.4억)이 스스로를 夏의 후예라 믿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夏는 가장 뜨겁게 생동하는 화려(華麗)한 계절, 여름으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哈哈。


주) 1. 화하족(華夏族): 화산(華山)과 夏水(黄河의 별칭)를 섞어서 만든 말인데, 화산 근처에 살던 세력과 황하에 접한 세력이 연합한 족속이라는 뜻으로 보인다. 그 시기가 씨족사회가 부족사회로 넘어가는 때였으니, 夏는 화(華)씨족과 하(夏)씨족의 씨족들이 연합한 부족사회였을 것이다.

2. 夏의 금문, 소전, 그리고 예서는, 손이 유별나게 크다. 아눈나키가 타고 운행하던 비행체에 달려 있는 날개를 너무나 닮았다.

3. 하후씨(夏后氏)는 우(禹)씨의 다른 이름이다. 두 성씨는 근원이 같은 셈이다. 우리나라에는 우씨만 있고, 중국에서도 주로 역사인물 중에 많이 등장한다.

4. 괴베클리 테베는 1만 년 전의 인류 유적이다. 석조건물의 정교함과 거대함을 보면, 그것이 신석기시대 인간의 유물이라 것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다. 심지어 별자리를 상징하는 부조물들이 현대의 별자리와 그 내용이 일치한다. 45억 년이라는 어마어마한 지구 나이를 생각하면 생태계 내지는 인류 문명의 순환적 반복을 배제할 수가 없고, 그것이 아니라면 지구문명 외계 도래설을 간단히 무시하기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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