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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Apr 29. 2022

[한자썰50] 兒, 생명을 지켜낸 이

어린이를 어른처럼..!

兒(아이 아): 臼(절구 구) + 儿(어진 사람 인)

 

(아이 ) (절구 ) (어진 사람 ) 결합한 자다. 절구를 머리에 이고 있는 어진 사람이라! 그런데    아이와는 무슨 상관일까?  그랬듯이 답은  글자에 있다.


兒의 갑골문은 정문(顶門) 닫히지 않은 사람이다.  1) 정문은 태어나서  2년이 지나면 골화 되어 완전히 닫혀 사라진다. 그러니, 정문이 열린 사람이란 갓난쟁이 거나 젖먹이(乳子) 가리킨다. 아기가 숨을   함께 팔딱이는 정문은, 정수리 꼭지에 실낱 같이 엷은 생명을 걸어둔 가녀린 아기에게 가장  맞는 상징이다. 兒의 자형은 (아이 ) 간화 되는 현대에 이르기까지 거의 변화가 없다. 그만큼이나  이상 더하거나  것이 없다.


兒(아이 아)가 주목한 정문이 닫히는 이유는 아기의 얇은 두개골 판들이 자라면서 서로 이가 맞아 뼈로 채워지기 때문이다. 정문이 없다면 아이의 뇌는 두개골에 갇혀 크지 못한다. 태어날 때는 산도를 통과하기가 어렵다. 정문이 두개골의 표적을 신축적으로 늘리고 줄여 주기 때문이다.


정문이 일찍 닫히면 소뇌증으로 이어져 유아의 생장에 심각한 문제를 만든다. 늦어지면 뇌압이 높거나 호르몬에 이상이 생긴 것이니 그 또한 몹시 위험하다. 선인들은 정문의 해부학적 기능을 이미 완벽하게 깨치고 있었다는 것은 정말 경이롭다. 兒(아이 아) 자를 보면 그렇다.


婴(어린아이 영)은 여자 아이다. 목에 장식(賏(목치장 영))을 두른 여자다. 남자 아이는 보편적인 생명 현상을 들어 표현하고 여자 아이는 악세사리를 얹어 표현하는 왜곡된 성차별적 편견! 한자의 한계 중 하나다.


원래 한자는 한 글자 말이었다. 점점 두 글자 말들이 생겨 난다. 영(嬰)이라 하지도 아(兒)라 하지도 않고, 영아(婴兒)라 해서 성별을 가라지 않고 어린아이를 부르는 말이 생긴다. 남녀(男女), 부처(夫妻), 부모(父母)와 달리 여성 글자가 앞자리인 것이 특별하다. 하기는, 갓난쟁이들한테 무슨 남녀가 있겠는가?! 쓰잘 데 없는 차별을 살며 익히고 길들여져 힘들어하는 철든 인생들이 어찌 보면 불쌍하다.

童(아이 동)도 아이다. 갑골문은 뾰족한 흉기(辛)로 눈을 찌르는 모양이다.(1) 고대 형벌 중에 髠(머리 깎을 곤)은 머리카락을 박박 밀었다. 죄수뿐만이 아니라 노예도 같은 일을 당했다. 童은 그런 노예를 지칭했고 우매하고 무지함을 나타냈다. 그런데, 마침 아이들도 머리를 밀었다. 모근을 튼튼히 하고 이 같은 해충을 방제하기 위해서다. 이 때문에 아이들을 童이라 부르게 된다. 僮(종 동)은 노예를 구별해 부르기 위해서 나중에 생긴 글자다. 동복(僮仆)은 나이 어린 사내종을 가리킨다.


사족, 정문 역할을 하는 부위는 하나가 아니다. 정문이라 불리는 대천문(大泉門) 외에도 후두부에 소천문(小泉門)이 하나 더 있다. 소(小)가 붙은 이름대로 마름모꼴 대천문에 비해서 크기가 훨씬 작고 모양은 삼각형이다.

놀랍게도 兒 자에 그 소천문이 보인다. 서주금문(西周金文, 표 3, 4)에서 부터 윗부분 안쪽에 좌우로 삐친 선들이 한 개에서 두 개로 늘어난다. 소천문을 발견한 것이다. 두개골 그림과 비교해 보면 거의 실제 그대로다.


곧 어린이날이다. 어린이는 ‘어리다’에서 파생한 말이다. '어리다'에는 생각이 모자라고 경험이 적거나 수준이 낮다는 의미가 있다. ‘어리석다'라는 말도 같은 맥락일 것 같다. 그러니, '어린 애'는 그런 사람이라는 뜻을 내포한다. 그런데, '어린 이'로 높여 부르다가 '어린이'로 보통명사가 되면서, '어리다'의 부정적인 뜻이 털려 난다. '얼린 이'가 줄어서 된 어른으로 바뀐 것과 만들어진 방식도 비슷하다. '어린이'라는 말에는 그들이 어른처럼 대등한 인격체라는 함의가 들어 있다.


생명을 부지(扶持)하기 위해 두개골까지 열어 놓은 나약한 아기(兒), 종놈처럼 어리석고 경험과 지식이 얕은 아이(童)가 아닌, '어린이'이라는 말이 참 귀하다. 존대어 '이' 한 글자를 붙여서 뿌리말의 나쁜 뜻을 다 덜어내는 우리말 한글의 공력이 또한 귀하다. 呵呵。


주) 1. 정문(顶門)은 대천문(大泉門)과 같은 말이다. 순우리말은 앞숫구멍 또는 앞숨구멍이다. 소천문(小泉門)은 정수리에 있는 게 아니니 정문(顶門)이라 하면 안 된다. 우리말로는 뒤숫구멍, 뒤숨구멍이라 하면 될 것 같다.

2. '얼우다'는 남녀가 결혼하여 성혼하다, 또는 남녀가 교합하다라는 뜻이다. '얼우다'에도 높임말 '이'가 붙었으니, '어른'의 뜻이 좀 더 형이상학적인 '큰 얼을 가진 사람'으로 쓰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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