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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우공지마 May 02. 2022

[한자썰51] 花, 변화와 사라짐

그래서 화전(花錢)이라고…

花(꽃 화): 艸(풀 초)+化(될 화)


花(꽃 화)는, 금문을 보면 원래 꽃송이를 가리켰던 華(빛날 화)였다. 花(꽃 화)는 華(빛날 화)에 대한 일종의 간체(簡體)인데 위진남북조 진조(晋朝,265~316) 무렵에 만들어진다.


花(꽃 화)는 모든 꽃들을 가리킨다. 榮(빛날 영)과 華(빛날 화)가 나무에 핀 꽃과 풀에 핀 꽃을 각각 나누어 가리킨 것과 다르다. 花(꽃 화)가 꽃을 보편적으로 의미하게 되자, 榮(빛날 영)과 華(빛날 화)은 꽃에서 파생한 의미들로 주로 쓰인다. '영광스럽다', '영예롭다', '빛나다', '찬란하다' 등등. 특히, 華(빛날 화)는 위대한 중국을 상징하는 글자다. 그러므로, 중국은 꽃 같이 아름다운 나라라야 한다.


花를 간단히 華의 간체였다 말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華자는 금문에서 꽃잎과 꽃받침, 줄기와 가지, 그리고 뿌리에 이르기까지 식물의 구조를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고 완벽하게 포착한다. 花는, 그 완벽함을 달랑 化(될 화) 자 하나로 간단히 대체한다. 化는, 인간의 삶과 죽음이라는 극단적 모순을 변화 또는 순환으로 인식하는, 존재의 일체성에 대한 형이상학적 설명을 담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花는 단순히 발음이 같아서 化를 빌어 쓴 것이 아니다. 그 의미 면에서도 化는 華의 완벽함(혹은 일체성)을 물려받는 데 부족함이 없다. 형성자(形聲字) 花는 회의(會意字) 자이기도 하다. 탁월한 선택이다. 주 1)

花와의 적자생존 경쟁에서 찬란하게 살아남은 華에 다시 도전을 걸어온 글자가 그 간체자인 华다. 공교롭게도 1700여 년 전에 만들어진 花를 꼭 빼어 닮았다. 하나가 위(艹)를 남겼고 다른 하나가 아래(十)를 남겼을 뿐이다. 花는 그 오랜 세월에도 불구하고 華를 대체하지 못한다. 60년도 채 못 넘긴 华가 과연 華를 대체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주 2)


간체자는 복잡한 상용자(常用字)를 쓰기 쉽게 변형한 것이다. 그 번체자는 보통 도태된다. 그러나, 그 번체자가 특별한 쓰임과 의미 또는 외형을 가지고 있다면, 어지간히 불편해서는 그 글자가 소멸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 중국사람들은 華자에 많은 의미들을 부여한다. 아마도 華는 华로써 쉽게 대체되지 않을 것이다. 花가 그랬던 것처럼...!


홍콩과 대만은  여전히 華를 쓴다. 본토에서도 민간에서 멋을 부려 쓸 때는 華를 즐겨서 쓴다. 호텔이나 식당 등에서 흔히 그리한다. 글자의 미를 추구하는 서예(書藝)는 말할 것도 없다. 61세 회갑(還甲)을 화갑(華甲)이라고도 부른다. 華자를 낱낱이 분해하면 十자가 여섯, 一자가 하나이기 때문이다. 화갑(华甲)으로 써서는 그런 글 장난을 도저히 알아챌 방도가 없다. 華는 그 끈질긴 생명력을 다시 한번 검증받고 있는 셈이다.


사족, 花가 가진 여러 가지 뜻들은 대부분 꽃과 연상되는 것들이다. 그런데, ‘소비하다(=써서 없애다)’라는 뜻은 정말 이해하기 어렵다. 우리 한자사전을 찾아보면 가장 마지막으로 나열되어 있지만, 실제 중국사람들은 문어뿐만이 아니라 구어에서도 적지 않게 소비 또는 지불의 의미로 花를 사용한다. 돈을 지불한다는 뜻인 화치앤(花錢, huaqian)은 상점이나 식당에서 흔히 듣는 말이다.


‘화무백일홍(花無百日紅, 백일 동안 붉은 꽃은 없다)’ 남송의 시인, 양만리(楊萬里)가 지은 납전월계(臘前月季)라는 시에서 유래한 성어(成語)다. 잠시 피었다가 지고 마는 꽃을 안타까워하는 말이기도 하겠지만, 꽃이 화려하게 피는 의의가 그 자신이 사라져 주는 데에 있다는 것을 찬미한 말이기도 하다. 꽃은 사라지기 위해서 피는 것이다.


그 뜻을 갸륵히 여긴 신은 꽃을 형형색색으로 찬란하게 만들었다. 花는 짧은 순간 동안 생명의 에너지를 집약적으로 쏟아 부어 씨와 열매를 맺고 스스로는 사라지는 그 오묘한 비밀을 어여쁜 꽃송이 송이 마다에 숨겨 놓고 있다. 변화를 잉태하고 사라짐으로 영원해진다. 화전(花錢)이 돈을 쓰다가 된 연유다. 돈을 쓸 때는 꽃(花)처럼 아름답고 의미 있게 쓰라고, 그래서 화전(花錢)이라고…!


주) 1. 花는 형성자로 분류된다. 회의자를 겸할 수 있다는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의견이다.

2. 간체자는 1964년에 <간화자총표(簡化字總表)>  2,235자가 공포된다. 1986년에 수정된 <간화자총표(簡化字總表)> 현재의 표준이다. 중국(중화인민공화국) 싱가포르에서 공식적으로 사용되고 고, 간체자의 상대어는 번체자(体字)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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