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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뱃살공주 Nov 06. 2023

힘내! 친구야

 오래전 내가 아무 생각도 안 나도록 힘들었던 그 순간사람들이 응원한다면서 무슨 말들을 했었는데 그냥 힘들었던 기억만 남았다도대체 어떤 말을 해야 상대방의 아픔까지 껴안고 있음을 전할 수 있을까여러 가지 용기와 희망응원하는 단어들이 많지만자주 사용하는 말 중 용기와 의욕이 솟아나도록 북돋워 주는 의미가 있는 '힘내'라는 단어가 있다. 난 그 단어가 경험해 보지 못한 상대방의 아픔을 가볍게 치부하는 것 같아 항상 조심스러웠다

 그래도 그것과 바꿀만한 다른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난 여전히 인사치레로 지나가듯이 언제 밥 한번 먹자와 같은 무의미한 뜻이 포함된 듯한 힘내를 가슴에 품고 살고 있다오래전 죽을 만큼 힘들었던 나에게 하듯이 응원이 필요한 주변 사람들에게 불끈 쥔 두 주먹을 흔들면서 우리 힘내자!’라고 말해주기 위해서이다그때 내가 힘을 내서 지금까지 살아온 것처럼 그들도 살아낼 것 같아서이다.

 30년 전 경북 포항에서 같은 통로에 산다는 인연으로 절친이 된 친구가 직장암 2기 진단을 받았단다전국이 아니 전 세계가 슈퍼 블루문을 보겠다고 들떠 있던 그날이다낯선 서울 큰 병원 대기실에 앉아있었던 친구는 달님께 꼭 빌어줘라면서 자신의 병을 문자로 알려왔다그 문자를 보고 그냥 울었다작년 7월 정년퇴직 후 여행만 다니겠다고 하던 친구는 여러 가지 이유로 재취업을 했었다힘이 닿는 데까지 몇 년 더 일하고 그 후엔 실컷 여행만 다니겠다고 했었는데포항에서 진단받고 서울까지 가는 시간 동안 내내 얼마나 무서웠을까초조하고 두려운 마음을 부여잡고 병원 대기실에 앉아있었을 친구를 생각하면 또 뜨거운 뭔가가 불쑥 올라온다.

 포항을 떠나온 후 주로 내가 포항에 갔었다밤을 새워가며 서로 분하고 서러웠던 감정들을 토해내면서 마치 소녀처럼 깔깔대며 놀았었다난 친구 부탁대로 날씨 탓에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뜬 슈퍼 블루문을 올려다보면서 두 손 꼭 모은 채 지금처럼 앞으로도 쭉 철없이 웃고 떠들게 해주십시오.’라고 간절히 빌었다.

 백로가 지난 후 아침저녁 제법 찬 기운이 돈다주말 행사처럼 치러지는 집 안 청소하며 바라본 하늘은 얄밉도록 푸르다병원 침대에 누워있을 친구에게 하늘 사진을 보냈다통화라도 하고 싶은데 응급수술 후 갈라진 목소리로 힘겹게 말하던 모습이 생각나 그냥 사진만 보냈다아니솔직히 말하면 항암과 방사선 치료를 앞둔 친구에게 어떤 말을 해야 할지 가슴이 먹먹해져서이다

 집안 곳곳을 누비는 로봇청소기를 바라보면서 30대 이후를 같이했던 친구가 내 삶에 로봇청소기 같았다고 생각했다포항을 다녀오면 쌓이고 쌓였던 나쁜 감정 덩어리들이 사라지고가벼워진 몸과 마음으로 다음 만날 날을 기약하면서 즐겁게 돌아왔기 때문이다

 청소를 마치고 난 용기를 내어 힘내라는 단어가 주는 을 믿으면서 친구에게 문자를 보냈다. ‘힘든 치료를 앞둔 주말 아침이다밥은 먹었니밥심이 필요한 때이니 꼭 먹자오늘은 하늘이 높고 푸르다바람도 제법 선선하고방사선 치료가 마무리되는 11월 말쯤 볼 수 있다고 하니그때까지 힘내친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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