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작종과 함께 교실에 들어서면 학생들은 여전히 뛰어다니거나, 큰 소리로 떠들면서 놀고 있다. 이런 학생들 모습은 마치 푸른 바다에서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고등어 떼와 같다. 철없다는 말보다는 싱싱하다는 말을 더하고 싶은 고등학교 1학년 교실 풍경이다.
팔딱팔딱 뛰는 이 아이들이 더 빠른 속도로 움직일 때는 체육 시간이다. 운동장, 체육관을 마치 제트기처럼 날아다니면서 좋아하는 축구, 농구를 한다. 아이들은 “체육 시간은 영혼까지 갈아 넣어야 하는 시간입니다”라고 한다. 12월 체육 시간이 끝난 후에도 반소매 셔츠가 땀범벅이 되어있는 걸 보면 맞는 말이다. 이렇게 에너지를 몽땅 쏟은 체육 시간이나, 급식 먹은 후 5교시는 수업 진행하기가 힘들다. 아이들은 피곤함과 식곤증에 마치 ‘겨울잠을 자는 곰’처럼 전혀 움직임이 없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조는 건 그래도 양반이다. 선생님 눈치 따윈 보지 않고 아예 엎드려 자는 아이들이 절반 이상이다. 그런 아이들을 깨우면서 수업을 진행하기가 날이 갈수록 힘들다.
중간고사 끝나고 행사도 많은 5월 어느 날, 그날도 급식 후 마(魔)의 5교시 수업 중이었다. 코를 고는 소리와 함께 들려오는 잠꼬대.
“아니! 그것 말고!”
자고 있던 아이들까지도 눈을 번쩍 뜨면서 큰 소리로 웃었다.
교실은 한순간 죽어있던 공간에서 살아 숨 쉬는 공간이 되었다. 이 분위기를 이어가고자 난 수업 자료를 뒤로하고 아이들에게 말했다.
“지금부터 10초 안에 소원 3가지 말하면 다음 시간엔 푹 자게 해 준다. 자! 누가 먼저 말할래?”
코를 살짝 골면서 잠꼬대까지 했던 녀석이 손을 번쩍 들었다.
“잠자기, 부자 되기. 음…”
“땡! 10초 지났다. 다음! 또 누가 말해볼래?”
항상 앞자리에 앉아 엉뚱한 질문을 하는 자칭 ‘존잘’ 녀석이 손을 든다.
“저요! 음… 돈 많이 벌기. 그리고…”
“땡! 10초 지났다.”
5교시 50분 수업에 45분이 지났다. 난 소란스러운 아이들을 둘러보면서
“지금까지 계속 원하고 원했던 소원이라면 10초 안에 충분히 말할 수 있었을 건데, 너흰 정말로 원하는 게 아직 없었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부턴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해 보고 언제라도 10초 안에 소원 3가지를 말해보자. 쌤이 살아보니 원하는 것을, 생각하고 말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서서히 행동 변화가 있더라. 그랬더니 좀 늦더라도 원하는 것이 이루어지더라. 너희들도 한번 해볼래! 그리고 쌤 소원 중 하나는 얘들아! 제발! 잠은 좀 아껴서 밤에 자자. 응! 오늘은 여기까지!”
수업을 마치고 교실을 나서면서 ‘난 10초 안에 소원 3가지를 말할 수 있을까? 난 어떤 소원을 가슴에 품고 살고 있나!’ 생각해 봤다. 얼른 떠오른 소원이 없었다.
하지만, 오늘 묻는다면 소원 3가지를 후다닥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잘 걷기, 주변이 건강하기, 지금처럼만 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