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마이간다 손 마이가
손이 많이 간다는 부산의 사투리이다. 나는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도에서 대부분 자라고, 서울에서 일을 하다가 대전에서 학위를 마치고 대전에서 잠시 일을 하고 부산으로 이직하여 부산에서 살게 된 이력이 있다. 마침 처가도 부산이기도 하고, 부산에 여러 해 살다 보니 여러 사투리를 배우게 되었는데 귀에 자주 들리던 말 중 하나가 손 마이간다 손 마이가.. 였던 듯하다. 아마 은근히 할 줄 아는 게 별로 없는 나이기에 더욱 그랬던 듯하다.
미국에 입국하여 제일 먼저 해야 할 것은, 집을 구하는 것이다. 내가 살 집이 정해져야 은행계좌를 만들고, 이 계좌로 한국에 있는 돈을 송금하여 자동차를 구매할 수도 있고, 운전면허증도 미국의 면허증으로 교환이 가능하다(오레건주는 한국의 국제면허증과 실물면허증을 미국의 면허증으로 큰 절차 없이 바로 교환이 가능한 주이다). 집 주소가 정해지면 아이의 학교는 자동으로 그 학군에 속한 학교로 배정되기 때문이다. 라고 알고 있었기에 추가적인 비용이 많이 들어갔다. 시간이 지난 후 알게 된 사실은, 은행계좌는 정식적인 내 집이 없어도 만들 수 있었다는 것이다. 은행마다 계좌를 만들 수 있는 난이도가 살짝 다른데, 한국 사람들이 많이 알아보는 Chase와 Bank of America(BOA) 중 BOA가 훨씬 수월하기에 BOA에서는 Airbnb 숙소 주소로도 계좌개설이 가능하다는 것을 늦게 알았다. 이 부분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계좌를 늦게 만들었기에 그 기간 동안 렌터카를 계속해서 연장해야 했으며, 미국의 물가 상 하루에 약 15만 원씩 계속해서 렌터카 비용이 지출되었기 때문이다. 에어비앤비도 함께 지출되었으며 하루에 30만 원가량의 숙박비는 계속해서 쌓여만 간다.
집을 구해야만 계좌를 개설할 수 있다고 알고 있었기에 우리 가족은 집 투어를 신청하고, 약속을 잡고 다니고자 하였다. 사람이 사는 지역은 어디든 선호지역은 정해져 있고, 구하고자 하는 집도 비슷하며, 학교의 개학시기가 결정적인 영향을 줌을 알게 되었다. 즉, 볼 수 있는 집이 매우 한정적이었다. 투어신청을 할 때부터 연소득, 가족구성원 등을 개략적으로 물어보고 회신이 오면 그제야 투어를 신청할 수 있었으며, 한국과 달리 나의 신용을 평가할 수 있는 여러 정보를 관리인에게 넘겨주며 약 50불 - 100불의 신청비용(환불불가)을 내고 그들의 수락여부를 기다리는 과정을 거쳐야 했다. 포틀랜드는 백인들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지역인 Lake Oswego 지역과 아시아인들이 선호하는 지역인 Bethany라는 지역이 자녀를 둔 부모에게는 인기가 있었고, 각 지역의 장단점이 분명하기에 두 군데 모두 투어하고 가족회의를 진행했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딸의 의견을 묻기로 하였다. 한 지역은 백인이 95% 이상인 지역이 있고 정말 미국의 문화를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다른 한 지역은 다양한 인종이 섞여있고, 그중 아시안의 비중, 특히 인도인의 비중이 많은 지역으로 초기에 적응하기에는 좋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미국보다는 국제학교에 온 듯한 분위기 일 수 있다. 딸의 선택은, 그래도 같은 아시안이 더 통하는 것이 있을 수 있지 않겠나. 라는 답변을 하여 딸의 의견을 적극 받아들이기로 하였다. 이와는 별개로 나와 부인은 아시안이 많은 지역의 경우 인텔의 본사와 주위 MS, 애플 등의 지사에 다니는 박사급 인력이 많은 타운이기에 오히려 미국에서 안 좋은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마약(포틀랜드가 위치한 오레건주는 대마초가 합법인 지역이다) 등의 문제로부터 피할 수 있을 것이다라는 얘기를 나눴었다. 결론적으로 이는 매우 타당했다.
짧게 썼지만 입국 후 약 3주 동안 매우 지난한 시간이었다. 숙소를 옮겨 다녀야 했기에 마트에서 장도 많이 못 보고 2일 간 먹을 음식을 짧게 짧게 장을 봤으며 딸에게도 무료함, 유튜브, 마트 장보기가 쳇바퀴처럼 돌았기에 근처 공원을 가거나 특정한 장소를 가지 않으면 힘들었을 시간이었다.
미국에 혹시 장기간 살게 될 분들이라면 팁 중 하나는 Airbnb를 통해 일반 가정집에 살아보라는 것이다. 그들이 쓰는 용품, 제품 등을 유심히 봐둔다면 자신의 집을 세팅할 때 꽤 도움이 된다. 우리나라와 달리 어느 나라든 그들의 문화, 그들의 제품이 있다. 어차피 그들이 사는 집에 우리가 들어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돌아와서, 누군가 정보를 준다면 아래와 같이 정착 준비를 아래와 같이 했으면 좋았겠다. 순간의 선택으로 시간이 연장될 :때마다 바로바로 돈이 대답한다. 어서 와!라고.
1. 계좌개설 : BOA의 문을 두드리기. 지점 마다도 대응이 달라서 A 지점에서 안된다고 한다면 B 지점에 가면 되기도 한다.
2. 차 구입 : 중고차를 구입한다면 카맥스와 카바나라는 업체를 주로 이용한다. 우리는 딜러와 딜을 하기에는 너무 어렵기에. 나는 카바나라는 업체를 통해 차를 구입했다.
3. 집 임대 : Zillow, Apartment.com, 구글 리뷰를 꼼꼼히 비교하고, Zillow에서는 학교 입학 가능한 지역을 선으로 보여주기에 학교를 먼저 정하고 집을 보는 것도 팁이다. 미국의 학교 정보는 학교의 종합점수, 아이들의 학업성취도, 인종구성 등의 정보를 명확히 보여주며 학부모들의 리뷰도 확인 가능하다.
4. DMV 가서 면허증 교환(집 임대계약서, 아마존에서 시킨 물건에서 집주소에 내가 산다는 증명을 할 수 있는 2개 정도 소포의 인쇄 종이) : 인터넷으로 예약하면 1,2달 뒤에 오라고 하지만 무조건 Walk-in, 직접 가서 1,2시간 버티면 그 자리에서 된다. 사람과 사람이 일을 하는 나라이다.
5. SSN(Social Security Number) 신청 : 우리나라의 주민등록번호와 비슷한 개념이다. 사실 미국에서 급여를 받고 세금을 받는 사람들을 위한 시스템이지만 SSN이 있어야 다양한 부분에서 불편함이 없으며 특히 신용카드를 만들 때 필요하다.
6. 신용카드 만들기 : 주거래 은행에서 보통 신용점수가 없이 만들 수 있는 신용카드가 있다. 하나하나 빌드업해 나가듯이 신용점수를 쌓으면 더 좋은 조건의 카드들을 만들 수 있다. SSN을 받게 된다면 일단 은행에 예약을 하고 상담을 받으면 추천해 줄 것이다. 미국의 경우 신용카드 소비 금액의 1.5%~3% 정도를 캐시백 해주는 것이 기본이며, 그 이외에 항공마일리지, 호텔 숙박과 관련한 다양한 혜택을 기대할 수 있다. 참고로 미국은 우리나라처럼 가서 번호표를 뽑는 것이 아닌 인터넷으로 미리 해당 지점에 예약을 하고 정해진 시간에 1:1로 상담을 해준다. 무턱대고 그냥 가면 업무를 못 보거나 2-3시간 기다릴 수 있으니 주의가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계좌개설을 늦게 하는 바람에 원하는 중고차를 사지 못하고, 늦게 사게 되었다. 카바나에 대한 여러 가지 설이 있었는데, 특히 중고차 원 차주의 소유권을 정리하지 않은 채 먼저 중고차를 팔고 중고차를 산 사람에게 소유권이 이전되지 않은 사례가 몇 년 전 특정 주에서 발생했음을 알게 되었다. 불안한 마음이었지만 현재는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듯 보이며, 나 또한 소유권 문제에서는 자유로웠다. 다만, 이 회사의 시스템은 인터넷으로 차를 사고 차에 문제가 있으면 100일 내 얼마든지 보험으로 커버를 해주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달리 미국은 일단 무슨 일이든 발생해서 움직이면 최소 1일은 그냥 소요된다. 내가 산 차의 경우 연식 대비 마일이 짧아 괜찮겠다고 샀지만, 수리를 3번 받으며 70일 정도를 이래저래 신경을 쓰며 소요하였다. 그래도 23,000 달러 정도의 차를 사서 최종적으로 약 7,500 달러 정도 보험으로 처리하여 차의 온갖 부분(타이밍벨트, 누유, 그리고 전구 등 경미한 수리, 운전석 시트 교체 등)을 전부수리 하였다. 정식 수리소에 가면 오고 가는 렌트카나 우버, 리프트 같은 교통사항까지 보험사에 청구해주니 이 부분도 확인해보면 좋다. 나 또한 영어가 짧지만, 미리 준비를 하고 가거나 전화로 대응을 하여 결국 많은 부분을 수리하여 만족하며 타고 있다. 중고차에 대하여 얘기를 하니 미국에서 오래 유학한 친구가 이러한 말을 하며 미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 하더라. "You take care of me, I take care of you." 미국을 정말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