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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의 초등학교 적응기

다르다. 이해하려고 하지 마라. 받아들여라.

by 지역이음이

딸은 한국에서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왔으며, 미국은 9월 학기가 시작되므로 다시 2학년 1학기로 입학을 맞이하였다. 미국의 초등학교를 살펴보니 몇 가지 특징이 있다.


1. 학교 분위기 : 공부보다는 즐김이다. 극단적으로 학교에 교과서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 2학년이라서 그렇겠지만 물어보면 그냥 많이 논단다. 그것도 몸을 많이 쓰면서. 무엇이든 해보며 체력을 기르는데 많이 중점을 두는 듯하다.


2. 선생님의 권위 : 개인적으로 한국의 현재는 선생님의 권위가 많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이곳에 있는 몇몇 한국 학부모들도 절대 한국처럼 행동하지 않는다. 그런 체계와 분위기가 아니기에. 물론 선생님들이 엄하다는 것이 아니라 담임 선생님과는 오직 이메일과 정해진 플랫폼에서 얘기를 나누고, 무언가 문제가 생기면 바로 교장선생님과 대면해야 하기에 대부분 학교를 믿고, 선생님을 믿고 따른다. 우리 또한 첫날부터 스쿨버스를 태워 보내며 많이 불안해하고 질문들을 하였는데, 학교는 단호하고 자신감 있게 얘기하였다. 전문가들에게 맡겨라. 우리는 준비가 되어있다고.


3. 학부모의 참여 : 모든 것은 학부모의 참여, 봉사가 필수이다. 자녀와 함께하는 행사가 많으며 이때 주축은 학부모들이다. 학부모들의 모임에 교장선생님은 항상 참석하며 적극적으로 질문하고, 답변하고, 소통하는 과정을 거친다. 나의 방문학자 호스트 교수님은 약 60세가량이 되셨음에도 불구하고, 이미 성인이 된 본인 자녀의 초, 중, 고등학교에서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지금도 자원하여 참여하신다고 할 정도이니 이 부분은 한국과 분명히 다르다.


4. 기부의 공식화 : 모든 학교가 공식적으로 Fund raising을 한다. 반 별로 대항하며 경쟁을 붙이기도 하고, 학부모의 회사에서도 기부를 유치해 달라고 적극 노력한다. 딸이 다니는 학교의 경우 1년에 한 번 공식적으로 기부를 요청하며 학교의 운동회 행사와 맞물려 이 일정을 마무리 짓는 형태를 띠었다. 옆 학교의 경우 운동회에서 자녀를 가까이 볼 수 있는 티켓을 10~20 달러에 팔며 시장주의적인 접근으로 기부금 모집을 했다고도 하고, 길가에서 고등학교 근처에 여러 사람들이 기부를 요청하는 플래카드와 푯말을 들고 도로에서 모금운동을 하는 모습도 보았다. 어렸을 때부터 기부를 하고 그 모습을 보고 자라며 기부 문화에 이질감을 느끼지 않겠구나 싶었다.


5. 급식 : 많은 말이 필요 없다. 상상 이상으로 맛이 없다. 메뉴도 일주일마다 대부분 반복된다.


딸과 나는 한국에서부터 자기 전 Q&A 타임이라고 명명하여 각자 질문을 2개 정도씩 하여 서로에게 궁금한 점이나 하루의 삶을 주고받는다. 딸은 이것을 하나의 게임이자 잠자기 전 루틴으로 받아들여 안 하게 되면 오히려 매우 섭섭하게 울기까지 한다. 이것을 통해 딸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눈다. 나의 딸은 객관적으로 씩씩하고 남 눈치를 크게 보지 않는다. 이것은 장점이자 단점인데,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기에 좋은 성격일 수 있다. 학교에 처음 보내고, 그 이후 영어에 대한 불편함이 있을 것이기에 딸에게 종종 물었고 딸은 학교가 좋고, 재미있다. 친구들도 좋다. 영어는 50% 정도 알아듣고 있는 것 같다며. 다만 힘든 점은 7시 15분에 스쿨버스를 타야 하기에 너무 졸렵다는 것이었다.

딸은 담임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누구나 손을 들고 대답을 할 수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 자율적으로 손을 들고 답을 하는데, 자기는 질문을 알아듣지 못해도 손을 들고 자신의 이름을 말하고 앉는다고 한다. 그러면 친구들이 자기의 이름을 알고 더 친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라며.

나는 딸에게 50%나 알아듣는 것이 대단하며, 나의 어릴 적 모습을 생각할 때 지금의 너의 모습이 존경스럽다. 잘 적응하고 다녀줘서 고맙다고 말했는데, 어느 날 딸은 나에게 눈빛이 변하며 되물었다.


"내가 잘 적응하는지 아빠가 어떻게 알지?" 라며. 나는, 섬찟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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