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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epseek는 파괴적 혁신이 아니다.

원래 우리가 잘하는 '효율성 혁신'입니다.

by 지역이음이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지속가능 지역창업이 아닌 원래 전공인 기술경영 관점에서 Deepseek와 파괴적 혁신에 대한 생각을 적어 보았습니다. 2015년 HBR에 실린 아티클도 참고하면 좋겠습니다.

Deepseek는 파괴적 혁신인가? 아닙니다. 원래 우리가 잘하는 효율성혁신입니다.


What is Disruptive innovation?

by Clayton M. Christensen, Michael E. Raynor and Rory McDonald

https://hbr.org/2015/12/what-is-disruptive-innovation


지난 20년 동안 파괴적 혁신 이론은 비즈니스 업계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발휘해 왔으며, 어떤 산업에 진입하는 기업이 성공할지 예측하는 강력한 도구로 사용되어 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이론은 널리 오해를 받기도 했으며, 시장에 새로 진입한 업체가 기존 업체를 뒤흔들 때마다 '파괴적'이라는 수식어가 너무 부주의하게 적용되기도 했습니다.


2020년 작고하신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2003년 혁신기업의 딜레마라는 저서에서 '파괴적 혁신'이라는 이론을 대중에게 소개하였습니다. 위 문단은 이후 2015년 HBR에 발표한 아티클 요약문의 첫 두 문장입니다. 우리는 '파괴적 혁신'이라는 용어를 부주의하게 쓰며 잘못 해석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이 아티클에서는 Uber의 사례를 들었었습니다(기존 택시를 단순히 디지털화하여 기존 시장의 점진적 개선). 개인적으로는 같은 전기차라고 하여도 테슬라의 경우는 파괴적 혁신이 아니지만, BYD의 경우 저가형 파괴적 혁신이라고 해석하고 있습니다.


최근 Deepseek에 대해서도 많은 분들께서 '파괴적 혁신'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이는 맞지 않습니다.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교수는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을 발표할 당시 이와 함께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지만 지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 성능개선)과 효율성혁신(Efficiency innovation)의 개념을 함께 제시했었습니다.


파괴적 혁신은 크게 Low-end Disruption(저가형)과 New-market disruption(신시장형)으로 구분됩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파괴적 혁신은 저가형 유형이 대다수입니다. 이때의 조건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저렴하다

2) 최고 대비 기술이 열등하다

3) 기존 기업이 일반적으로 가장 수익성이 높고 요구 사항이 많은 고객에게 끊임없이 개선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려고 하며 덜 요구하는 고객에게는 덜 주의를 기울이는데, 이곳에 집중한다

Low-end 파괴적혁신의 개념


위는 시장의 관점입니다.

1) 공급자 입장에서 저렴하게 생산 또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과는 관점이 다릅니다. 이 관점에서 기존 업체들 적자이지만 무료 버전 또는 저렴한 버전이 존재합니다.

2) 또한 성능이 부족하지만 저렴하기에 받아들이고 있지 않습니다. 비슷한 성능이지요.

3) 아직 생성형 AI에 있어서 시장에서 완전한 강자, 더 나아가 시장이 인정하는 사실상의 표준(De facto Standard, 예 : Wintel)이 무엇인지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비교적 초기 단계입니다.


즉, 지금의 Deepseek는 파괴적 혁신의 사례가 아닙니다. 기존에 존재하는 시장에서, 존재하는 성능 수준을, 저렴하게 생산 또는 제공하는 '효율성혁신'의 사례입니다. 효율성혁신이란 '동일한 또는 향상된 성과를 더 적은 자원으로 달성하는 혁신을 의미'합니다. 기존 시장을 유지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비용을 절감하는 방식을 추구합니다. 만약 Deepseek와 같은 접근으로 생성형 AI에 대한 개인 수준의 구축 시장을 만들어낸다면 그때는 신시장형 파괴적 혁신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효율성혁신의 대표적 사례는 무엇일까요?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의 삼성전자(수율, 동일자원 기반 고품질 반도체 생산)와 현대자동차(플랫폼통합, 수직계열화)를 들 수 있습니다. 또한, 대부분의 국내 대기업 사례들이 유사합니다. 그렇습니다. 효율성혁신은 원래 우리나라가 강점을 가지고 있는 분야입니다. 이의 소프트웨어 산업 버전이라고 봅니다. 중국은 산업적으로 우리와 비슷한 길을 걸어왔으므로 이러한 궤적에서 최적의 사례가 나왔다고 판단합니다. 최근 왜 우리나라는 Deepseek와 같은 사례가 나오지 못했는가에 대하여 많은 분들의 생각이 미치고 있습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은 아래와 같습니다.


1. 전 사회적 기업가정신의 부족 : 이봐, 책임자. 해보기나 했어? -> 이봐, (빅테크 등) 누가 해봤어? 책임질 수 있어?

2. 민간기업들의 R&D투자 부족 : 다년간 이어진 삼성전자 편중과 중국, 인도보다 낮은 연구개발집중도(연구개발투자/매출액). 아쉽게도 한국 AI 관련 대기업들은 세계 R&D투자 상위 2,500 기업 순위에 없음.

3. 기초연구 예산의 절대적 부족 : 실제적 기초연구 예산 부족

4. 우수 미국 기업 엔지니어 경험 인력 부족 : 중국, 인도가 특히 강세이며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두 국가 간 본국 귀국 비중이 중국이 더 높음.


1번과 2번에 대해서는 제가 기존에 썼던 브런치 글로 대신하고자 합니다. 4번의 경우 짧지만 미국에 거주하면서 느끼고 있는 개인적인 인상입니다. 제가 현재 살고 있는 집이 우연히 인텔이 엔지니어들에게 거주비를 지원해 주는 몇 안 되는 곳이라 박사급 인텔 엔지니어들이 대부분 살고 있고, 추가로 주위에서 보고 들은 수준입니다. 몇 개의 추가 자료를 찾기는 하였지만 아직 정리가 더 필요할 듯합니다.


1. 우리는 무엇을 선택했고, 선택할 것인가 : https://brunch.co.kr/@93f031dbbf5d4e4/9

2. 한국 산업에서 공과 사의 구분 : https://brunch.co.kr/@93f031dbbf5d4e4/11


3번과 관련하여 한국은 GDP 대비 연구개발비의 비율이 이스라엘과 함께 세계 1,2위를 다투는 나라입니다. 이것은 상대적인 비율입니다. 정부의 발표 상 세계 순위를 중요시하니 상대적 비율만을 보지만 실제 절대적 투자액은 세계 6위이긴 하나 경제규모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2022년도 KISTEP 발표 연구개발활동조사보고서 기준. 단위 백만 달러. 미국 : 806,013 / 중국 433,500 / 한국 : 87,225)). 정부연구개발비를 자세히 보면 기초연구에 포함되어 있으나 응용연구에 포함될 듯한 연구도 많거니와, 개발연구 성격의 비중도 높습니다. 절대적 기초예산이 부족하지요.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는 한국의 미래인구구조에 따라 앞으로 정부 연구개발비의 지속적인 증가는 쉽지 않습니다. 경제적 관점에서 언제 돈이 될지 모르는, 긁지 않은 복권의 성격을 가진 기초연구는 민간은 대부분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정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대부분 선진국들의 경우 국가 연구개발비의 75% 내외는 민간이 담당합니다. 미국도 생성형 AI가 꽃피기 전 정부의 역할은 근간이 되는 이론과 학문연구를 위한 지원과 데이터, 제도에 대한 지원은 하되 직접적인 자금과 연구개발은 민간에서 주로 담당했습니다. 최근 AI가 전략자산화가 되면서 정부의 지원이 증가하고 있고, 트럼프 대통령이 발표하긴 했지만 '스타게이트'를 통한 AI에 대한 투자는 '민간'에 의한 투자입니다.


현재 많은 영역에서 정부의 지원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미 산업화가 이뤄지고 있고, 돈이 될 분야에 대해서는 민간의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합니다. 2번에 해당하는 브런치글에도 있지만, EU에서 발표하는 세계 2,500개 기업의 상위 연구개발기업에 대한 자세한 통계를 아래에서 살펴보시면 우리나라 민간 연구개발은 삼성전자 편중 현상과 함께 전반적으로 매우 부족함을 알 수 있습니다(https://iri.jrc.ec.europa.eu/.../2023-eu-industrial-rd...). 개인적으로는 그 간 Cash cow에서 돈을 벌면서 차기 영역에 도전하지 않은 결과가 각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봅니다.


주저하는 사이에 원래 우리가 잘하던 영역조차 뺏길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Deepseek의 사례는 우리에게 다양한 도전과 활용의 기회를 제공했다고 생각합니다. Deepseek 뿐 아니라 우리가 개별적으로 살펴보고 있지 않은 세계의 유니콘 기업들은 AI를 특정 분야에 적용, 글로벌 시장에 침투하여 엄청난 기업가치를 자랑하고 있습니다(예 : Grammarly 130억 달러). 현상을 바로보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을 찾고, 과감하게 도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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