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심윤경의 <나의 아름다운 정원>을 읽고

by Book lilla

-가슴 시리도록 아픈 10살 동구의 성장기, 가족이야기-

내 가슴속에서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아이 동구를 만난 것은 아주 우연히였다. 상담심리를 전공하고 있는 나는 논문 준비를 하다가 이 책을 알게 되었고, 책을 펴는 순간부터 난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러나 그 여운은 1년이 넘은 지금도 가시지 않고 있다. 내가 꾸던 꿈이 희미해질 때면 끝까지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던 아이, 동구를 떠올린다. 귀여운 동생 영주를 묘사하는 부분과 담임인 박 선생님과의 대화 장면은 너무나 사실적이고 현실감이 있어 실제 상담을 할 때 늘 박 선생님의 이미지를 떠올리곤 했다. 무엇보다도 나를 안타깝게 만들고 가슴 저리게 만든 것은 가슴 아픈 가족사, 사랑하는 선생님과의 이별 속에서도 순수함과 따뜻함을 잃지 않고 끝까지 가족의 문제를 혼자 떠안으려는 어린 동구의 몸부림이다. 아마 평생토록 가슴 따뜻하고 속 깊은 아이, 동구의 모습은 내 머리 속에 지워지지 않을 것이다. 책도 못 읽고, 어디엔가 어눌함이 잔뜩 묻어있는, 골목 어디에선가 갑자기 튀어나올 것 같은 개구쟁이, 귀여운 동생 영주를 업고 뒤뚱거리며 언덕을 올라가고 있을 것 같은 아이, 그러나 가족의 어려움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아이, 동구. 이 아이가 아름다운 정원을 뒤로 하고 떠나는 모습은 처연하기까지 하다.


가족이야기

이 이야기는 우리 시대의 가족이야기이다. 4학년인 동구는 할머니, 아버지, 동생 영주와 함께 산다. 독자인 아버지에게서 역시 독자로 태어났지만 동구는 가족들에게 환영받지 못한다. 엄마와 사이가 좋지 않는 할머니, 혹시나 며느리가 아들 낳은 유세를 할까봐 며느리와 손자를 들볶고, 글도 못 읽고 그다지 영악하지 못한 동구를 유난히 미워한다. 더불어 아버지도 동구를 달갑지 않게 생각한다. 고부간의 갈등, 이 사이에서 현명하게 처신하지 못하는 아버지, 이로 인해 동구는 마음의 훼방꾼을 만나게 되고 난독증, 글을 읽지 못하는 병을 갖게 된다. 희망이 없을 것 같은 암흑 속에서 동구는 똘똘하고 귀여운 동생 영주를 갖게 된다.

동생 영주는 삭막하게 메마른 동구의 집안에 활력을 불어넣고, 아울러 동구에게도 삶의 의미를 되찾게 해준다. 자신이 읽지 못하는 글을 세 살의 영주가 부모님과 동구 앞에서 당돌하게 글을 읽어대고, 박 선생님과 아이들 앞에서도 글을 멋들어지게 읽는다. 자신은 잘 읽지 못하지만 이런 똘똘하고 귀여운 여동생 영주를 통해서 대리만족을 느끼고, 또한 따뜻하게 감싸준다.

동구의 집안은 전형적으로 가부장적인 권위와 이로 인해 생기는 고부간의 갈등이 첨예하게 대립된다. 이 대립은 이야기를 계속 극한 위기상황으로 몰고 간다. 끝내는 가족들에게 사랑과 활력을 준 영주를 빼앗아간다. 어머니와 할머니는 결국 화해를 하지 못하고 가족은 파국을 맞게 될 운명에 처한다.


마음을 읽어주는 선생님

동구가 어려움을 겪으면서 성장하는 과정은 박 선생님 이라는 인물을 통해 그려진다. 무대 뒤에서 무대의 주인공으로 끌어낸 것은 동구의 담임인 박 선생님이다. 박 선생님은 글도 못 읽고 그다지 주목받지 못하는 아이 동구의 이면을 보게 된다. 어린 나이에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동생을 돌보는 따뜻하고 속 깊은 동구의 마음을 드러나게 한다. 자신의 마음을 열어 동구의 마음을 열게 하고 동구에게 자신이 현재 처한 상황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용기와 지혜를 상담을 통해서 넣어준다.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상담을 전공하는 나는 이야기속의 박 선생님을 통해 상담자로서 교사로서 아이들을 사랑하는 법과 마음을 여는 법, 다른 사람의 삶을 이해하는 법, 나와 다른 사람을 안아주는 법을 배웠다. 마음 따뜻하고 아이들을 한없이 사랑하는 박 선생님, 그러면서도 진실을 왜곡하는 사회에 당당하게 맞서다 죽음을 맞게 되는 선생님을 통해 삶에 대해서 진지하게 뒤돌아보게 한다.

동생 영주의 죽음으로 파국을 맞이하게 될 얽히고설킨 가족의 운명을 동구가 풀어 갈 수 있도록 실마리를 제공해 준다. 끝없이 커져만 가는 할머니의 분노와 할머니를 받아들이지 않는 어머니, 둘 사이에서 자신의 역할을 다하지 못하는 아버지, 이 사이에서 동구는 가족의 희망을 찾아간다. 무엇이 그토록 할머니를 분노하게 만들었는가? 그것은 희망 없음 이다. 며느리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고 희망 없다고 생각하는 할머니에게 희망과 고향을 찾게 해줌으로 동구는 아름다운 정원을 떠나게 되지만 섭섭해지지 않으려는 의연함을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무엇보다도 나를 전율케 한 것은 가족이었다. ‘가족’ 나를 있게 한 가족, 책을 읽는 내내 사랑하는 가족들을 생각했다. 내 힘의 원천은 가족이 아닐까? 현대의 가족은 힘을 잃어가고 있다. 오늘날 우리를 있게 한 가족을 밀어내려 한다. 지금의 우리는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양, 근본을 무시하고, 가족을 내팽개치고, 돈과 명예, 성공에만 목을 매고 있다. 이것은 누구의 모습도 아닌 내 자신의 모습, 내 자신의 자화상이다. 이런 나에게 동구가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아름다운 정원을 잘 지키라고......


도서정보: 나의 아름다운 정원, 심윤경, 한겨레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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