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동기유발
공부에 있어 동기유발의 중요성은 말할 것도 없다. 아이들은 언제 공부하려는 마음이 생길까? 스스로 공부하려는 마음을 가지면 제일 좋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 공부하려는 마음을 갖게 하는 것은 경험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간단치가 않다.
공부에 관심이 많은 나는 책, 신문, 잡지 등에서 관련 기사가 나오면 유심히 보거나 나의 주변 사람들을 관찰하거나 물어보기도 한다. 지금까지 나의 경험과 주변의 이야기를 종합해 내 생각을 이야기해보려 한다.
내가 내린 결론은 '자신의 인생, 삶에 책임감을 가질 때'이다. 이는 공부뿐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두각을 나타내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되는 듯하다. 조금 더 명료하게 풀면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려고 할 때, 자신(가족)이 먹고사는 문제를 스스로 책임지려고 하는 자세를 가질 때 강력한 힘이 생겨난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지려는 마음을 먹을 때를 다른 말로 '철이 든다'라고 한다. 철이 들면 강력한 동기가 생긴다. 왜냐 혼자 스스로 세상을 헤쳐나가기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나의 경우 공부를 열심히 하기로 먹고 좋은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때부터인 것 같다. 마을에서 가장 빈농이었던 아버지는 주로 타지로 나가 돈을 벌어 오셨다. 강원도에서는 탄광 광부로 일하시다가 당시에는 구미에 외가 쪽 친척분 공장에서 일하고 계셨다. 당시 중학생인 작은 형, 고등학생이었던 작은 누나와 주말에 아버지가 일하시는 공장을 방문했다. 잘 기억이 나지는 않지만 당시 구미 공장에서는 아버지가 그렇게 힘든 일을 하신 것 같지는 않은데, 아버지가 타지에서 혼자 생활하시는 것에 서러움이 복받쳐 오는 기차에서 삼 남매가 많이 울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아버지가 힘드시지 않게 열심히 공부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 같다.
큰 아들에게도 '언제부터 공부를 열심히 하게 되었는지' 물어보았다. 큰 아들은 학교에서 수업에 열심히 참여하고, 과제도 열심히 수행하는 성실한 학생이었지만, 4학년때인가? 수학문제집 풀 때 제대로 풀지 않고 답안 보고 베꼈다가 혼난 적이 있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된 계기를 물어보았다. 5학년때인가? 6학년때인가? 정확히 기억은 안 나고 자신의 인생은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다. 부모님의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생활할 수 있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대학 원서 쓸 때 조금 놀랐던 사실이 아들이 처음에 반도체공학과(계약학과)를 고집했다. 성균관대에서는 예전부터 시행하고 있었고, 작년에 과학기술원(울산, 대구, 광주)에 확대 시행되었다. 반도체공학 계약학과에 입학을 하면 삼성이나 SK에 졸업하자마자 바로 취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경쟁이 치열했고 당연히 입결이 높았다(계약학과는 2학년 때 시험을 쳐서 합격을 할 경우 졸업과 동시에 취업할 수 있다. 합격한 경우 기숙사비, 생활지원금, 태블릿 등을 지원해 준다. 지원 금액과 지원내용은 대학에 따라 조금씩 다른 것 같다.). 아들 내신 성적으로 보았을 때 상향 지원이었다. 그래서 너무 좁게만 보지 말고 유사학과 전자공학과 등도 지원을 권유했다.
아들이 취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또 하나의 가설은 가족들과의 소통이 때문이 아닐까? 본가에서는 명절이나 가족들이 모일 때 작은 형님내외와 조카들과 이런 얘기를 많이 나누었기때문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 같다. 외가쪽에서 외삼촌이 삼성에 근무한 경험이 있어서 외할머니나 외삼촌이 대기업 근무 경험이나 관련한 연봉 등의 얘기를 듣고 관심을 가지지 않았을까라는 추측을 해볼뿐이다.
서울대 우주항공학과를 간 아들의 친구의 경우도 어느 학원에서 인터뷰한 내용을 보니 아들과 비슷하게 자신의 삶을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을 인식했고, 내신을 잘 받기 위해서 밤을 새워가며 노력했다고 했다. 이 친구는 한 과목을 빼고 전 과목 1등급, 평균 등급 1.04였다.
난 한국교원대 초등교육과를 졸업했는데(당시 교대는 RNTC 제도여서 군대를 가지 않았고, 한국교원대는 ROTC제도여서 남학생들은 군대를 가야 했다.) 2학년 때 군대를 갔다 왔다. 당시는 학내 상황도 어수선하고(학내 총장퇴진 관련 이슈)해서 학점이 좋지 않았다. 내 친구들의 경우 대부분 학사경고를 맞았는데, 이 친구들이 군대에 갔다 오더니 갑자기 각성을 해서 엄청 열심히 공부했다.
나만 빼고 몇 명의 친구들은 장학금을 받기도 했다. 군대 가기 전에는 철없이 놀다가 군대를 갔다 오니 당장 스스로 먹고살아야 할 문제에 직면한 것이다(난 제대하고 3학년때까지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가 4학년 임용고사를 준비할 시점에 조금 정신을 차린 것 같다). 당시만 해도 모두가 어려웠기 때문에 졸업 후 취업에 더 민감할 수밖에 없었다. 어려운 삶이 동기부여가 될 수밖에 없었다.
신문이나 TV에서 보면 고등학교 때까지 운동을 하다가 다치거나 재능이 없음을 인지하고 튀는 게 공부를 하여 성공한 사람들의 사례를 많이 보았는데, 이 역시 먹고사는 문제에 뒤늦게 뛰어듦에 따라 동기부여가 더 확실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그러면 어떻게 하면 아이들이 스스로의 삶에 책임감을 가지고 자신의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하게 될까? 내가 생각하는 방법은 이렇다.
부모가 생활에서 직접 모범을 보인다. 대부분의 부모가 그렇지만 우리가 어렸을 때는 더 어려웠기 때문에 삶을 유지하기에 급급해 아이들 공부나 진로 이런 것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그럼에도 내 친구들 보면 사회에서 자신이 맡은 바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는 이유는 부모들의 삶에서 그대로 본받았기 때문이 아닐까?
위 방법은 경제적 여유와 생활방식이 다른 요즘 시대에는 적용하기가 어렵다. 가정에서 역할 분담 책임을 강조하고, 독립적 생활 강조(성인이 되었을 시 독립 보장), 공부나 학교과제 등을 책임, 의무감을 갖고 수행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훈육이 필요하다. 가끔 내가 가르치는 학생이나 주변을 보면 난 진로를 공부 쪽으로 안 할 건데 왜 공부하라고 뭐라고 하냐며 따지는? 학생들이 있다. 부모나 교사의 경우도 이런 생각을 가진 분들이 간혹 있는데, 내 생각은 조금 다르다.
졸업을 하고 뭘 하든, 어떤 직업을 가지든 간에 국가의 지원을 받고 의무교육을 받는 우리 학생들은 공부의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교육이 추구하는 자주적 생활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 필요한 자질을 갖추기 위해서는 초, 중, 고의 교육과정을 당연히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기본적 역량, 자질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나의 두 아들과 내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이 점을 강조한다. 가정에서 기본생활 습관을 잘 지키고, 가정에서 가족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다하여야한다. 학교에서는 수업에 적극 참여하고, 과제를 충실히 이행하고 학교의 규칙을 잘 지키며 학교, 학급구성원과의 관계를 원만히 하는 것이 학생의 의무이고 책임일 것이다.
평소에 가족들하고 이런 얘기들을 자연스럽게 나누어 보는 것도 좋은 방법 중 하나일 것 같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큰 아들이 본가나 외가 친척들과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는 것이 영향을 주었을 것이다. 중,고등학생이 되면 자연스럽게 독립적으로 살아갈 준비를 해야하고, 가족들이 자신의 경험과 현재 처한 상황과 환경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연스럽게 독립적인 성인으로 준비를 하게 되고, 그 준비에 필요한 공부나 취업 준비 등에 대한 동기가 자연스럽게 생기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