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에 대처하는 자세

<대변동>을 읽고

by Book lilla


지인의 추천으로 대변동이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대변동이라는 제목과 빠-알간 색의 강렬한 영어 표제, 두꺼운 책의 두께가 위압감을 주었다. 재레드 다이아몬드는 그가 가보거나 경험했던 7개 국가에 대한 위기와 그에 대한 선택적 변화를 12가지 요인(개인의 위기와 관련한 요인)으로 분석 비교하였다. 7개 국가는 핀란드, 일본, 인도네시아, 칠레,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미국이다.


12개 요인은 국가가 위기에 빠졌다는 국민적 합의, 무엇인가 해야 한다는 국가적 책임의 수용, 울타리 세우기-해결해야 할 국가적 문제를 규정하기 위한 조건, 다른 국가의 물질적이고 경제적인 지원, 문제 해결 방법의 본보기로 삼을 만한 다른 국가의 사례, 국가 정체성, 국가의 위치에 대한 정직한 자기 평가, 역사적으로 과거에 경험한 국가 위기, 국가의 실패에 대처하는 방법,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는 국가의 능력, 국가의 핵심 가치, 지정학적 제약으로부터의 해방이다.


내가 인상깊었던 국가는 핀란드였다. 교육자로서 핀란드 교육은 선망의 대상이었고, 꽤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껍데기만 알고 있었던 것 같다. 핀란드는 작은 나라이고 러시아와 긴 국경을 맞대고 있으므로 동맹들로부터 실질적인 지원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생존할 수 밖에 없었고, 교육이 전국민 생산에 활용될 수 밖에 없었다. 전 국민을 생산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핀란드의 교육제도는 모두를 잘 가르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핀란드의 교사는 경쟁이 상당히 치열한 선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보수도 높고 모든 교사가 석사나 박사학위를 보유하고 가르치는 방법에서도 많은 자율성을 보장 받는다고 한다. 핀란드 교육이 발달한 이유를 역사적으로 설명해준다. 또한 핀란드는 지정학적 현실을 인정하고 어떤 강대국에도 예속되지 않겠다는 굳은 신념과 핵심적 가치를 가지고 있다. 국가적 상황과 교육에 대한 관심이 커다는 점에서 유사한 점이 있는 국가이기도 하다. 하지만 교육의 경쟁력을 제고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두 번째 국가는 일본이다. 일본은 우리를 지배한 경험이 있고, 여전히 긴장관계에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일본이 강력한 국가 정체성과 핵심 가치를 지닌 까닭에 절대적 열세를 무릅쓰고 목숨을 희생하며 국가를 지켰다고 했다. 반면 일본인들 스스로가 정화 과정을 거치지 않고 자신들의 체제에 대한 독소를 제거하지 않았으며, 젊은이들에게 자신들의 잘못을 가르치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 그래서 지배와 착취를 당했던 우리는 끊임없이 진정한 사과를 요구하고 있으나, 그들은 오히려 역사를 왜곡하며 자신들의 지배를 합리화하고 있다. 저자는 일본이 자신들의 잘못을 인정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또다시 잘못을 저지르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최근에 일본이 여러 가지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은 자신들의 객관적인 자기평가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에 기인한 것은 아닐까?


독일은 일본과는 달리 나치시대의 과거를 철저하게 재평가 하고, 당시 자신들이 저질렀던 참상을 그대로 보존하여 후세들에게도 보여주고 자신들이 과거에 범한 짓을 인정하는 법을 배우게 하고 있다.


세 번째는 이민에 대한 문제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우리는 단일 민족임을 교육받아 왔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다문화 사회에 대한 이해가 많이 부족하였다. 저자는 미국의 사례를 예로 들며 미래 사회에 대처하기 위해서는 이민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했다. 출산율이 가장 낮은 우리나라가 심각히 고려해 볼 문제이며, 세계가 함께 더불어 살아가야 할 현 시점에서 이제 더 이상 단일민족이 자랑이 될 수 없음을 솔직히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밖에도 정치적 양극화 문제, 비대면 커뮤니케이션의 활성에 따라 제기된 문제들이 깊이 공감이 되었다. 그리고 인상적이었던 것은 미국의 투표 문제였다. 용광로처럼 모든 문화를 녹여낸 미국이었지만 여전히 다른 인종에 대한 차별을 투표제도를 통해 보여주고 있었다.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사에서의 지도자 역할이다. 저자는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 사례를 통해 ‘성자같은 품성이 반드시 정치의 성공으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했다. 지도자의 리더십과 윤리도덕적 관계도 생각해보게 되었다. 마키아밸 리가 군주론에서 ‘필요할 때는 주저없어 사악해져라’ ‘오로지 선만으로는 권력을 지킬 수 없다’라는 외침이 귓가에 맴돈다.이 밖에도 우리가 미래 문제로 기후변화 문제를 언급하였고, 기후변화는 인간활동에서 비롯되는 것이기 때문에 인간의 활동, 나의 활동도 줄여야 겠다는 생각도 가지게 되었다.


사실 제목으로만 보면 엄청난 무언가가 있을 것 같은데, 우리가 기존에 알고 있었던 것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저자는 7개 국가를 12개 요인으로 분석하면서 차분하게 우리자신을 돌아보고 미래의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7개 국가에 대한 요인분석 논문을 보는 듯 했다. 저자는 개인의 위기를 벗어나는 길은 위기 상태를 인정하고, 책임을 수용하며, 자아강도, 정직한 자기평가, 핵심가치, 인내 등의 요소가 중요하듯이 국가도 다르지 않다고 한다. 위기를 인정하고 위기에 대한 책임을 우선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의 정체성과 핵심가치를 유지하면서 다른 국가의 모범사례 찾기, 다른 국가의 경쟁적 지원 등의 상황에 따른 유연적인 대응을 강조한다.


내가 이 책을 통해서 느낀 것은 우선적으로 현재 상황을 인정하고 책임을 수용해야 한다는 것, 자신의 정체성과 핵심가치를 인식하고, 객관적으로 자기를 평가하며 모든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본적인 인식이 바탕이 되면 어떤 위기도 헤쳐 나갈 수 있으며 미래에도 잘 대처해 나갈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개인도 마찬가지 아닐까? 새삼 논어나 명심보감 등의 동양고전에서 남의 허물보다는 자신의 허물을 먼저 보고 냉정하게 자신을 뒤돌아 봄을 강조하는 게 왜 중요한 지도 다시금 알게 되었다.


도서정보: <대변동, 재레드 다이아몬드, 강주헌, 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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