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ook lilla Nov 14. 2022

각자의 걸음으로

황보름의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를 읽고

  나도 한 때 서점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 따뜻하고 편안하게 읽었다. 단순히 책과 도서관이 좋아 사서를 해보고도 싶은 적이 있었다.

  브런치북 대상 수상작으로 홍보되어 많이 보았음에도 브런치에서 읽을 생각은 하지 못하다가, 학교 도서관에서 책을 발견하고서는 얼마나 반가웠는 지! 누가 먼저 대출해 읽을까 얼른 대출해서 읽었다.

  편안하게 읽혀졌다. 작가의 의도가 그랬듯이 자극적인 소재와 줄거리는 아니었지만 읽으면서 그냥 힐링되는 기분이었다. 특히 나도 예전에 커피파는 서점을 막연히 동경하던 때가 있어서 입을 헤 벌리고 읽었던 것 같다.

따스한 어조를 유지하면서도 현재 사회 세태를 잘 반영한 것 같다. 이혼 후 혼자 서점을 운영하며 자신의 삶을 꾸려 나가는 영주, 대학졸업 후 취업을 하지 못하고 아르바이트로 커피를 내리다 바리스타를 꿈꾸는 민준이, 힘든 가정을 유지해가는 지미, 학교에 흥미가 없는 민철이, 계약직으로 힘들게 살아가다 잠시 쉬고 있는 정서

   작가는 글을 쓰면서 리틀 포레스트라는 영화처럼 쓰고 싶다고 했는데 읽는 내내 느낌이 딱 그랬다. 나도 그 영화를 딱 한 번 봤지만 편안하고 따뜻한 감성이 느껴졌었다. 그 영화에서도 삶에 지친 주인공이 시골로 내려와 자연이 길러낸 소박한 음식을 먹으면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고 자신의 걸음으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이다.

   이 책의 인물들도 다들 나름 힘든 삶을 살고 있지만 자신 만의 삶의 철학으로 각자의 위치에서 각자의 걸음으로 삶을 잘 살아내고 있다.

  주인공 영주가 "지금 네가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잘못하고 있는 줄 아니?"라고 묻던 엄마의 말을 떠올리고,  정서의 뜨개질을 보며 블로그의 올린 글 중

112, 책을 덮으며 생각했어요. 내가 부족한 사람이라는 생각에만 골몰하지 말자. 그럼에도 내겐 여전히 기회가 있지 않은가. 부족한 나도 여전히 선한 행동, 선한 말을 할 수 있지 않은가. 실망스러운 나도 아주, 아주 가끔은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지 않은가 하고요. 이렇게 생각을 하니 조금 기운이 나네요. 앞으로의 날들이 조금 기대도 되고요.


  민준이 늘 걱정하는 엄마와 통화 후 영주와 나눈 말

130, "독립적인 개인이 되고 싶어요?"
       "어렸을 적에 막연하게 꾼꿈이었어요. 왜 그런지 모르겠는데 저는 특정 직업을 갖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은 없어요. 의사든 번호사든 딱히 별로요. 성공하거나, 유명해지거나 그런 걸 바란 적도 없고요. 뭐, 그냥 안정적으로 살면 좋겠다 정도, 인정받으면 좋겠다 정도, 그러면서 막연히 꿈꾸던 게 독립적인 개인이 되고 싶다는 거였어요.

  영주와 민준의 대화 중

133, "부모님하고의 관계는 ......그냥 이렇게 생각하면 편하더라고요. 누군가를 실망시키지 않기 위해 사는 삷보단 내가 살고 싶은 삶을 사는 게 더 맞지 않을까. 안타깝지요.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한테 실망하는 건. 하지만 그렇다고 평생 부모님이 원하는 대로 살수는 없잖아요."


  삶은 각자의 걸음으로 살아가는 게 아닐까? 나를 비롯한 우리는 여전히 내 삶을 자꾸 남의 걸음에 맞추려다 넘어지고 쉬이 지친다. 이 책의 인물들은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느끼지만 쉽게 포기하지 않고 자신에 맞는 보폭으로 천천히 앞으로 나아간다. 자신들에게 덮혀져 있는 이 시대의 사회적 가식들도 한꺼풀씩 벗겨 나간다. 이 시대를 살고있는 나도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마음속으로 이 시대의 그대들을 응원한다. 그리고 나도 그들처럼 나만의 보폭으로 내 걸음을 걸어 나아가려 한다.


  


도서정보: 어세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황보름 장편소설, 클레이하우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