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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ok lilla Nov 18. 2022

자기 힘으로 산다는 것

유은실의 순례 주택을 읽고

제목을 보고서는 어떤 내용일지 참 궁금했다. 막상 읽어보니 순례 주택이 이런 의미라니 내가 생각하기엔 괜찮은 발상인 것 같다.

순례 씨가 주택을 지어 어려운 이웃들이 조금 더 편안히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얘기, 그리고 순례 씨의 최측근? 오수림 가족 이야기이다. 오수림의 엄마 아버지는 평생 부모의 도움을 받고 자랐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고 싶었던 철없는 부모이다. 이 철없는 부모들을 철들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수림이와 순례 씨의 이야기이다.


어른을 성장시키는 소설

수림이 아버지, 엄마, 언니는 현실성이 없고 허영에 찌들었으며 평생 부모에 기대어 사려고 하는 철없는 어른이다. 반면 수림이는 열심히 혼자 힘으로 살아보려고 애쓰는 철든 아이다. 기존의 성장소설과는 조금 다른 설정이다. 기존의 성장소설들은 철없는 방황하는 10대가 어른을 통해 성장하고 세상을 배워갔다면, 순례 주택에서는 일찍 철든 아이가 여전히 철들지 않은 부모들을 안쓰러워하며 어른들을 성장시키려는 소설이다.


여전히 껍데기에 천착하는 나, 우리 사회를 직시하게 하다

읽으면서 나도 반성을 많이 했다. 나도 여전히 사람을 볼때, 나이, 출신, 학벌, 지위, 재산 등의 겉모습을 생각하게 된다. 겉으로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재산, 학벌, 지위 등으로 사람을 판단했던 경우가 있었다. 재산이 많고 학벌이 좋으면  달리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노력은 하지만 냉정히 나를 돌아보면 아직도 완전히 떨치진 못했다. 주위에 보면 이와는 상관없이 열심히 살고 이에 따른 성과를 얻는 사람을 많이 보아왔지만 나도 여전히 껍데기만 보고 있다. 나 뿐 아니라 우리 사회도 여전히 껍데기에 천착하고 있다. 이 책은 이러한 우리 현실을 따뜻하게 간파하고 조언한다.  


우리 사회의 부모-자식간 관계를 생각해 보게 하다

부모-자식 관계의 현실을 따뜻하게 간파한다. 부모-자식 관계에서 외국 사례와 가장 많이 비교되는 것이 부모가 자식을 대하는 태도이다. 우리 사회는 부모가 평생 자식을 수발한다. 반면 외국에서는 성인이 되면 반드시 독립을 시킨다고 한다. 이런 점에선 나도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안 그러려고 노력은 하지만 아직은 어려서이기도 하지만 간섭을 많이 하는 편이다. 아이들을 비교적 독립적으로 키우는 작은 형님이 이런 말씀을 한 적이 있다. '네가 너의 아이들을 통제하고 컨트롤 하려고 하면 너의 아이들이 너의 범주를 벗어날 수 다'고.  


간섭 한다는 것은 오롯이 믿지 못한다는 뜻이기도 한다. 믿지 못하니 하나 하나 간섭하고 도와준다. 그러니 모든 인간이 자기 안에 가지고 있는 독립적이고 자발적인 경향, 무한한 능력을 마음껏 펼치지 못한다. 물론 스스로 설 수 없는 어릴 때는 스스로 설 수 있도록 도와주어야 하지만, 스스로 설 힘이 생겼을 때는 스스로 서도록 두어야 한다. 인간 개개인은 하나의 독립체이다. 스스로 세상 풍파를 헤쳐갈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 독립할 수 있고 스스로 풍파를 헤쳐나갈 힘이 있다고 믿으면 그렇게 살아간다. 주변에서 이런 사례를 숱하게 봐왔지만 나 역시 우리 사회의 현실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순례주택이  이런 나에게 힘이 된다.


가족을 다시 생각하게 하다

순례씨와 수림이는 가족은 아니지만 가족보다 더 가깝다. 가족은 기본적으로 혈연으로 맺어진 관계이지만 여러 인연으로 맺어질 수 있음을 다시 생각한다.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에만 집착하지 않고 우리가 이 시대에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것은 너--무 나----아간 생각일까? 가족이 주는 편안함과 친밀함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혈연의 가족에 한계를 두지말고 보다 넒은 의미의 가족으로 생각하고 서로 의지하며  살아감을 생각해 보았다.


독립된 개인과 더불어 살아감을 생각해 보게 하다

결국 인간은 혼자 힘으로 일어서야 한다. 한 인간은 온전한 우주이자 완전히 독립되어 있기에. 인간은 독립된 개체이기도 하지만 사회적 개체이기도 하다. 자신만의 힘으로 스스로 살아갈 수 있어야 하지만 주변을 돌아볼 줄도 알아야 한다. 수림이는 부모의 도움을 받지 않고 경제적으로 생활적으로 씩씩하게 독립적으로 살아가지만 순례씨를 비롯한 이웃 주민들을 생각하고 가족들이 온전한 힘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힘쓴다. 다시 생각하면 독립된 인간은 결국 우리가 더불어 살아야 함도 알고 있지 않을까?

  

도서정보: 순례 주택, 유은실 소설, 비룡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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