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학교 다닐 때만 해도 스스로 공부하기, 자기 주도적 학습이란 말이 없었다. 물론 그때도 과외라는 사교육이 일부 있었지만 학원교육이 일반적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학습은 당연히 혼자서 스스로 익히는 일이다. 언제부터인가는 학습을 누군가에게 의존하는 것이 당연시되었다.
아이가 학령기가 되기 전까지는 친구나 지인들이 학원 때문에 가족모임에 빠지거나 기타 모임에 빠지는 것을 이해를 못 했다. 가정에 일이 생기면 하루 정도 학원에 빠지게 하면 되지 않나? 생각을 했었는데, 막상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나니 학원비가 얼마인데! 안되지, 하루라도 빠지면 안 돼!라고 생각하면서 나도 정말 학원에 열심히 보내는 학부모가 되어 있었다. 둘째가 아니었다면 나도 그냥 학원교육에 아이를 맡기면서 지냈을 것이다. (참고로 첫째는 학원교육의 덕을 본 것 같다.)
둘째가 학원교육을 힘들어하면서 다른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영어 학원을 4년이나 다녔는데, 여전히 영어를 힘들어하는 아이를 보면서 뭔가 많이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단순하게 시간 계산을 해보았다.
영수 학원 4일, 1일 학원수강 3시간, 과제 평균 1-2시간, 1주일에 4일은 4-5시간씩 공부를 한다. 학원에서 공부한 효과를 얻기 위해서는 1일 4-5시간 정도를 투자해야 한다(학원 교육의 효과를 본 큰 아이 경우에 견주어 볼 때).
하루 한 과목(영어, 수학을 중심으로) 5시간을 투자할 경우(5시에 시작하면 10시까지 )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볼 수 있지만, 과목이 많아지고 공부량이 많아지는 고등학생의 경우 영, 수 한 과목에 5시간을 투자하기는 어렵다. 체력, 집중력의 한계가 올 수밖에 없다. 이때부터 공부의 효율이 떨어진다.(원래도 체력이 약한 첫째가 이 경우에 해당되었다. 그래서 효율이 떨어지는 수학은 학원을 그만두고 인강으로 혼자 공부하고 있다.) 반면 중학교부터 스스로 공부한 학생들은 습관이 형성되고, 노하우도 생기면서 이때부터 탄력을 받게 되어 오히려 공부의 효율성이 높아진다.
하루 5시간을 투자하지 못할 경우
4-5시간, 학원비 거의 버리게? 되고,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공부에 대한 흥미, 자신감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둘째 경우를 예로 삼아 극단적으로 표현을 했지만, 아이가 가진 능력, 수업태도 등에 따른 개인적 차이는 존재한다. (학원 다니는 아이들이 다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하루에 5시간 투자를 못 할 경우,투자를 해도 효과가 없는 경우
아이와 함께 사교육을 이대로 지속할 것인가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가능하면 학교 수업, 교과서 위주의 기본 학습에 중점을 두어 스스로 공부하게 한다. 동시에 아이가 관심 있어하는 다른 분야도 탐색을 해본다. 미술, 음악, 운동, 컴퓨터에 관심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해 주어야 한다.
학습은 한자 그대로 배우고 익히는 것이다. 한 차원 더 높이면 실천까지 포함한다. 지금은 배움만 있고, 익힘과 실천은 없다.
학원을 그만두고 스스로 수학 공부를 하던 둘째가 조금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몇 차례 시도한 끝에 해결하더니 굉장히 뿌듯해했다. 그러면서 "아빠, 수학이 재미있네!" 했다.(한 두 번 재미있어한다고 성적이 갑자기 오를 거라는 생각을 안 하는 것이 좋음ㅎㅎ. 이유는 다음 글에서 밝혀질 것임ㅎㅎ) 학원 다닐 때, 자신의 힘에 부치는 문제를 밤늦게까지 풀면서 힘들다고 울먹이던 둘째의 모습이 오버랩되어 한편으론 과거의 잘못된 선택에 씁쓸하기도 했다.
내가 경험한 바로는 스스로 공부해야 할 이유를 찾지 못할 경우 과도한 교육열은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온다. 아이가 스스로 준비가 될 때까지 기다려 주어야 한다. 이 기다림이 쉽지 않다. 기다림의 시간은 개인별로 다 다르고 무한한 인내를 필요로 한다.
'인내는 쓰고, 열매는 달다' 말이 새삼 와닿는다. 나도 달콤한 열매를 맛보려고 인내 중이다.